[김현주의 텐션업 갱년기]
좋은 리더와 선배는
상대방에게 필요한 것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

회사에서 팀장을 위한 리더십 특강이 열렸다. 조직문화 코칭 전문가인 백종화 그로플(Growple) 대표가 강의를 진행했는데, 『요즘 팀장은 이렇게 일합니다』, 『원온원-일 잘하는 팀장의 대화력』을 쓴 저자이기도 하다.
참여한 팀장들은 강사가 던진 질문에 각자 생각한 것을 나누고 발표하며 자신의 업무 패턴을 점검하는 기회를 가졌는데, 주니어와 시니어가 함께 모인 자리이다 보니 세대별 경력별로 리더의 역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볼 수 있었다. 시니어가 되어 입사한 내 입장에서는 강의 내용 이전에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가 더 흥미로웠다.
강사는 현재의 리더는 과거의 리더와 달라야 한다고 말했다. 지식(정보)이 늘어나는 속도가 이전보다 몇 배 이상 빨라졌기에, 리더는 자신의 답을 전달하며 ‘의사 결정을 하는 사람’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인식하고 ‘개개인의 의견을 끄집어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리더와 팔로워, 팔로워 간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팀의 목표와 개인의 성장을 연결하는 사람이 요즘 필요한 리더죠. ‘이것이 정답이다’라고 생각하지 말고 ‘다양한 다른 관점이 있다’는 원칙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강의를 들으며 내가 팀원일 때 경험한 팀장들을 떠올려봤다. 자신의 답이 항상 맞다고 생각하는 팀장은 후배들의 의견을 듣더라도 결국 자신이 생각한 대로 일을 진행했고, 그래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 어려웠다.
‘답정너’ 팀장에게 다른 방안을 제안하는 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게 된 후배들은 업무에 소극적인 태도를 갖게 됐고, 조직의 활력은 떨어졌다. 물론 팀장의 답이 맞는 경우가 많았지만(모두는 아니더라도), 후배의 일에 대한 즐거움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나도 모르는 것이 있으니, 여러분이 아는 것을 알려달라’는 태도를 가진 팀장도 있었다. 그런 팀장 아래에서는 스스로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었고, 프로젝트에 주체적 역할을 맡고 있다고 생각됐다.
비록 시간은 더 걸리고 어느 정도 돌아가게 되더라도 성장한다는 느낌을 가지며 뿌듯함을 느꼈다. 그런 팀장은 내가 그 팀을 떠나더라도 언제든 다시 만나 의논하고 싶은 선배로 남았고, 그건 나뿐만이 아니어서 그의 주변엔 늘 오랜 인연의 사람들이 많았다.
혁신을 실천하는 대표기업 구글은 지난 10여년 동안 리더십에 관한 연구를 계속해 왔다. 구글이 정리한 최고의 팀장이 가지고 있는 10가지 특징은 다음과 같다.
①인사이트를 전달하고 스스로 문제를 풀 수 있게 만드는 코치가 된다. ②팀원에게 권한을 주고 일일이 간섭하지 않는다. ③팀원들의 성공과 복지에 관심을 갖는 관대한 팀의 분위기를 만든다. ④생산적이고 결과 지향적이다. ⑤경청하며 정보를 공유하는 좋은 커뮤니케이터다. ⑥직원의 성장을 지원하고 성과에 관해 논의한다. ⑦팀을 위한 명확한 비전과 전략을 갖는다. ⑧직무상의 전문성으로 팀에게 도움을 준다. ⑨회사내 여러 팀들과 공동작업을 한다. ⑩강력한 의사결정권을 행사한다.
오랜 기간 팀장의 입장에서 일해온 후 회사를 그만두었고 그 이후 다시 팀원으로 근무해 보기도 한 내 입장에서 돌아보니 좋은 리더란 ‘모두가 함께 지향하는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보살피는 사람’이다. 조직의 목표 달성을 포함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리더의 역할인 것이다.
이후 강사는 ‘인생을 통틀어 어떤 선배가 가장 기억에 남나?’란 질문을 던졌다. 대학시절부터 지금까지 삼십여 년간 함께했던 선배들을 떠올려 봤다. 고마운 선배들은 너무 많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나의 성장에 도움이 되었던 선배들은 이런 분들이었다.
신입기자 시절 인터뷰 원고를 쓰느라 쩔쩔매고 있었을 때, 누구나 인정할만한 전문적인 식견을 가지고 여유롭게(몰아치지 않고) 내가 기사를 제대로 쓸 수 있을 때까지(내가 만족할 때까지) 옆에서 지켜보며 필요한 가이드를 꼼꼼하게 전달했던 허 선배.
욕심을 내며 일을 해 오던 3~4년차 시절 내가 혼자 진행하기에 벅찬 중요한 인터뷰를 해보라고 기회를 주시고 그 기사에 아낌없이 칭찬을 해주시던(신뢰의 눈길과 함께) 김 선배.
회사의 운영 방침에 버거워하고 있던 팀장 시절, 힘들 때마다 찾아가 하소연이라도 하면 전적으로 나의 입장에 공감해 주며, 동시에 다른 방향으로 나의 시선을 전환시킬 영감을 준(그래서 박사과정을 시작했었다) 권 선배.
돌이켜보니 그분들의 공통점은 실제적인 조언 외에 나에 대한 공감과 배려, 격려가 있었다는 점이었다. 그런 선배들 덕에 그 자리에서 다음 자리로, 다음 단계로 움직일 수 있었다.
나는 어떤 팀장이었고, 선배였을까?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이 아니라, 지금의 나는 그때보다 나아졌는지 돌아봐야겠다. 함께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얼마나 공감하고 배려하고 있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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