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의 텐션업 갱년기] (2)
50에 퇴직 후 법인 세운 선배에 감동
의미와 재미 찾아 시도한 도전에 박수

휴일 오후 한가로운 마음으로 TV를 돌리다가 윤여정 배우가 아카데미 시상식 참석을 위해 LA에 머물렀던 시간을 담은 예능프로그램 ‘뜻밖의 여정’(TVN)을 보게 됐다. 윤여정 씨의 LA 지인으로 출연한 에니메이션 타임 디렉터 김정자 씨의 인터뷰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As we get older, we stop having goals in our life.  And Yuh-jung shows us that we are never too old to accomplish big things(우리가 나이가 들수록 인생에 목표가 없어지잖아요. 근데 여정언니가 보여줬어요. 무언가를 이루기에 우리가 결코 늙지 않았다는 걸요.).”

프로그램에 출연한 윤여정 씨의 LA 지인 김정자씨 의 인터뷰가 내 눈길을 끌었다. /사진=tvN
프로그램에 출연한 윤여정 씨의 LA 지인 김정자씨 의 인터뷰가 내 눈길을 끌었다. /사진=tvN

68세의 후배는 그래서 ‘70세가 넘어서도 무슨 일이든 자신한테도 일어날 수 있겠구나’라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PD가 그녀 역시 열심히 일하고 있지 않냐고 물었다.  

“맞아요. 나는 하는 일이 너무 좋아요. 만화영화는 애들을 위한 거잖아요. 애들한테 정말 좋은 제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꿈과 상상력과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줄 수 있는 만화영화를 아직 못 만들었거든요. 그래서 일하고 싶은 거에요. 그거 만들 때까지는 계속요.”

짧은 문답이었지만 허리를 곧추세우고 생각하게 만드는 말이었다. 그러고 보니 나에게도 의지하고, 돌아보게 만들고, 용기를 주는 선배가 있다. 생각난 김에 연락을 했고, 그렇지 않아도 보고 싶었다는 반가운 인사와 함께 다음 날 저녁을 같이 하자는 초대를 받았다.

칸타, 닐슨 등 조사업계에서 커리어를 쌓아온 그녀는 2016년 50세의 나이에 법인을 설립했다. ‘빅데이터’ 기반의 솔루션과 서비스의 확장 가능성을 믿고 용기있게 도전 한 것이다. 그리고 6년이 지난 지금 12명의 직원과 함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연구와 마케팅 전략을 컨설팅하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것을 현실로 구현하는 작업을 하고 싶었어. 설립 당시만 하더라도 빅데이터와 사업을 연결하기가 어려운 때였지만, 이전 회사에서 디지털 사업 본부장을 하면서 가능성이 있다는 믿음이 생겼거든. 규모가 큰 회사에서는 새로운 사업을 할 때 일정기간 이상 수익모델이 불확실하면 지속하기 어렵지만, 내 회사라면 신시장을 발견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을 견뎌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거지. 조금 더 정교하게 빅데이터 시장을 바라보고 싶어서 오십의 나이에 정보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시작했고.”

앞서가는 누군가를 바라보며 용기를 얻을 수 있다는 건 작지 않은 행운이다. / 사진=LoriAyre on Unsplash
앞서가는 누군가를 바라보며 용기를 얻을 수 있다는 건 작지 않은 행운이다. / 사진=LoriAyre on Unsplash

물론 50대에 처음 회사를 시작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대표는 운영하는 자이기에 함께 일하는 직원들에 대한 책임을 가지고 지속가능한 사업이 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선배는 아직까지는 데이터기반 연구의 사업화가 완벽하게 안정적라고 할 수는 없지만, 처음 시작했던 마음을 잃지 않고 하나씩 채워가고 있다고 말했다. 급하지 않게 뚜벅뚜벅 하고 싶은 분야를 찾아가고 있다고 말이다.  

“50대가 되어 다니던 회사를 나오게 됐을 때, 여러가지 생각을 해 봤어. 우선은 내가 일을 하는 의미를 정리해봐야겠더라구. 40대까지는 생존과 생활을 위해 일을 했다면, 지금부터는 정말 해보고 싶은 일, 재미와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살 수 있도록 나를 재교육시켜야겠다, 그리고 동시에 지금까지 내가 쌓아왔던 경험들을 어떤 식으로라도 사회에 공헌해야겠다. 이런 마음으로 시작했어.”

그래서인지 회사 직원의 1/3은 경력단절 기간을 보내다 다시 일을 시작한 여성이고, 1/3은 청년세대라고 했다. 이들과 함께 비전을 나누고 공부하며 일하는 시간이 즐겁다는 선배는 빅데이터를 통해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일들을 펼쳐 놓기 시작했다. ‘무언가를 이루기에 우리가 결코 늙지 않았다’는 걸 전해주는 선배가 나에게도 있다는 사실이 고마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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