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한 팩트탐구]
전문가 "원숭이두창에 직접적인 신약 개발 아니다"
백신 개발 소식 제약사 대부분 기존에 존재한 약품
일부 제약사 "개발조차 진행한 적 없어"...거품 우려

일각에선 최근 유럽에서 확산하고 있는 '원숭이두창' 전염병이 '신종 감염병'인 것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는 내용을 담아 보도하고 있다. 일부 제약사의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천연두' 백신 및 치료제가 다시 주목받으면서 관련주도 덩달아 오름세를 보인다. 여성경제신문이 '원숭이두창' 관련주 투자 유의 사항을 '깐팩'을 통해 알아봤다. /게티이미지뱅크, 연합뉴스
일각에선 최근 유럽에서 확산하고 있는 '원숭이두창' 전염병이 '신종 감염병'인 것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는 내용을 담아 보도하고 있다. 일부 제약사의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천연두' 백신 및 치료제가 다시 주목받으면서 관련주도 덩달아 오름세를 보인다. 여성경제신문이 '원숭이두창' 관련주 투자 유의 사항을 '깐팩'을 통해 알아봤다. /게티이미지뱅크, 연합뉴스

유럽발 원숭이두창 확산으로 바이오·제약주에 이목이 쏠리면서 일부 종목이 급등세를 보인다. 다수 언론에서 백신이 개발되고 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인데 본지 팩트체크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결론적으로 현재 원숭이두창에 대한 치료제는 있지만 예방 백신은 없는 상황이다. 또 거론되는 약품 대부분 이미 개발된 천연두 백신을 지칭하는 것이어서 투자에 주의를 기울일 시점이다. 원숭이두창 자체 백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24일 여성경제신문의 연중기획 '깐깐한 팩트 탐구' 취재를 종합하면 증시 안팎에서 제약 관련주 급등 현상의 원인이 되는 원숭이두창 백신 관련 정보는 사실무근인 괴담으로 확인됐다.

먼저 이번 괴담의 진원지는 미국 증시다. 미국 제약사 '이노비오 제약'은 23일(현지시각) 나스닥에서 개장 전 12.2% 상승 출발했다. 이후 2.5% 추가로 급등해 거래됐다.

본지 추적 결과 지난 2010년 현지 언론 등에선 이노비오가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로부터 영장류에 100% 보호되는 DNA 백신을 만들었다는 보도가 원인이었다. 

'원숭이두창' 신종 바이러스 아냐... 투자 유의

이미 12년 전 나온 소식인데도 최근 원숭이두창이 발병하자 투자자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주가가 급등한 것이다. 당시 보도는 일부 연구에 따른 논문이 발표된 것일 뿐이었다. 즉 제약·바이오 업계 내부에서 해당 백신에 대한 개발은 전무한 실정이다.

이노비오 관계자는 이날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원숭이두창 관련 제품을 개발한 적도, 생산하지도 않았다"며 "2010년 당시 천연두 백신 실험자료에 원숭이두창이 언급됐기 때문인데, 이 실험은 원숭이두창과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유럽연합(EU)에서 원숭이 두창 치료제로 승인된 TPOXX(티폭스)라는 항바이러스제를 생산하는 시가테크놀로지도 이날 23% 급등 후 개장 직후 급락했다. 이 밖에도 나스닥에선 원숭이두창 백신이 아닌 천연두 백신을 만드는 이머전트바이오솔루션 주가도 개장 후 7% 이상 오른 채 거래 중이다. 

이머전트 바이오솔루션스 주가 추이(5일). 원숭이두창 소식이 전해진 23일 급등세를 보였다. /구글 갈무리
이머전트 바이오솔루션스 주가 추이(5일). 원숭이두창 소식이 전해진 23일 급등세를 보였다. /구글 갈무리
시가 테크놀로지스 주가도 '원숭이두창' 소식이 나온 후 23일 일시적으로 주가가 급등한 모습을 보인다. /구글 갈무리
시가 테크놀로지스 주가도 '원숭이두창' 소식이 나온 후 23일 일시적으로 주가가 급등한 모습을 보인다. /구글 갈무리

미국의 금융 분석 그룹인 코웬의 보리스 피커 연구원은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머전트의 천연두 백신은 차후 원숭이두창 백신으로 이용될 수도 있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심각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권고가 내려진 상황"이라며 "면역체계가 약해진 사람들에겐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뿐 아니라 한국의 코스피에서도 원숭이두창 테마주가 등장했다. 원숭이두창 백신을 개발 중이라는 소식이 나온 24일 8.18%까지 치솟았던 파미셀은 이날 5.84% 상승 마감했다. 녹십자엠에스는 전날 25.57% 급등한 데 이어 5.26% 장중 오름세를 나타냈다.

파미셀은 미국 제약사가 개발 중인 천연두 치료제에 쓰이는 중간체를 독점 공급 중이라는 이유로 주가가 상승했는데, 자사가 직접 '원숭이두창 백신'을 개발하는 등 프로젝트는 없다. 녹십자엠에스도 약독화 두창 백신을 연구 개발한 이력이 있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원숭이두창 관련주로 언급되고 있다. 이 역시 현재 두창 관련 백신을 다루고 있는 회사는 아니다.

파미셀 주가 추이(5일). 마찬가지로 23일, '원숭이두창' 확산 소식에 급등한 모습을 보였다. /구글 갈무리
파미셀 주가 추이(5일). 마찬가지로 23일, '원숭이두창' 확산 소식에 급등한 모습을 보였다. /구글 갈무리
녹십자엠에스 주가 추이(5일). 23일부터 오름세를 보였다. /구글 갈무리
녹십자엠에스 주가 추이(5일). 23일부터 오름세를 보였다. /구글 갈무리

허위 정보가 난무하는 가운데 여성경제신문이 추가로 팩트체크한 원숭이두창 관련 정보는 다음과 같았다.

#팩트 1. 원숭이두창 백신은 없지만, 치료제는 존재 

먼저 원숭이두창은 코로나19에 이은 새로운 질병이 아니다. 1950년대 아프리카 원숭이에서 처음 발견된 감염병이다. 또한 원숭이두창에 대한 직접적인 백신이 없을 뿐 치료제는 이미 존재한다. 국내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원숭이두창은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했다"며 "이미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적절한 치료법도 개발되어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팩트 2. 천연두 백신 개발 정보가 와전된 것 

또한 일부 제약사에서 개발하고 있는 '원숭이두창' 백신으로 알려진 의약품은 사실 '천연두'를 대상으로 한 백신이다. 23일 국내 제약사 HK이노엔은 원숭이두창 예방 효과를 확인하는 임상시험 준비에 나섰다고 전했다. 

HK가 개발한 백신은 '천연두' 백신이고, 지난 2009년부터 보건당국에 해당 백신을 납품하고 있다. HK이노엔 측은 보유하고 있는 천연두 백신을 원숭이두창 예방 용도로 적응증을 확대·개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간 HK이노엔은 정부에 대테러 대응용으로 2세대 천연두 백신을 납품해왔는데, 이를 원숭이두창 백신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원숭이두창 백신으로 개발된 것이 아니다. 

감염병 한 전문가는 "원숭이두창을 직접적으로 예방하는 백신을 단독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단지 천연두 백신을 가지고 계량하는 것뿐, 여기서 원숭이두창도 영향력이 있다며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것을 보고 무조건 그 회사에 투자하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고 전했다.

미국, 신종 감염병과 다르다지만
질병청 국내유입 가능성에 '비상'
韓 증권가선 테마주 투자 주의보 

원숭이두창 관련 미국 백악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처럼 큰 피해를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아시시 자 백악관 코로나19 대응조정관은 지난 22일 미 ABC방송에 출연해 "원숭이두창은 새로운 바이러스가 아니다. 수십 년 동안 알고 있었다"며 "이에 대항할 백신과 치료법이 있다. 원숭이두창은 코로나19와 매우 다른 양상으로 퍼지며 전파력이 강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감염병이 확산할 때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국내의 상황을 보면,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인간 두창 백신 3502만명분이 비축돼 있다. 질병청은 지난 2016년 원숭이 두창 진단검사법 및 시약 개발과 평가까지 완료한 상태다. 원숭이 두창이 국내에 유입됐을 때 신속히 환자를 진단해 유행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져 있다는 설명이다. 

질병청은 "해외여행 증가와 통상 6~13일, 최장 21일인 비교적 긴 잠복기로 국내 유입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방역 당국은 해외 발생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향후 상황 변화에 따라 관리 대상 해외 감염병 지정을 검토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하나금융투자 소속 연구원은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감염병 우려에 원숭이두창 관련주가 지나치게 관심을 받고 있다"며 "대부분 새롭게 개발되고 있는 제형이 아닌 기존에 개발 중이던 제품이 관심을 받게 되면서부터"라고 했다. 이어 "이런 관련주의 경우 추후 하락세 전환이 빠를 수 있으니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