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치매센터 치매안심센터 수기 공모전 최우수작]
술에 중독된 치매 남편 위해 이사 간 아내
치매안심센터를 통해 증상이 호전된 남편
2013년 어느 봄날 이상하다고 생각한 일이 있었다. 남편의 출근이 매번 늦어서 유난히 술을 가까이한다고 느끼는 기간이었다. 퇴근이 늦는 남편을 기다리다가 걱정되어 가게에 가보았더니, 세상에! 구두도 벗어놓고 팬티 바람에 의자에 쪼그려 앉아 자고 있었다. 나는 깜짝 놀랐다. 평소에 그렇게 얌전하고 바른생활 그 자체였던 남편에게 이런 일이 생기다니.
이튿날 아침에 전날의 일을 물어보니 남편은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부터 일거리가 들어오면 마음에 부담이 된다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이건 예삿일이 아니다 싶어서 병원에 방문해서 진료를 받으니 의사 선생님은 치매라는 진단 결과를 알려주며 약 복용과 건강관리를 당부했다.
하지만 남편은 본인의 건강을 위한 일에 협조하지 않았다. 남편은 매일 술에 한껏 취해 집에 왔으며, 옷과 구두에 실수했다. 남편은 본인 마음과 상관없이 술에 중독되어 통제를 못 하는 듯싶었다. 결국 술을 마시고 만나는 사람들과 멀어지게 하려고 대전에 있는 작은 아들 집 옆으로 이사를 했다. 그러나 남편은 이사 온 뒤에도 술을 먹고 집도 찾아오지 못했다.
아파트 경비아저씨도 자전거를 타고 함께 남편을 찾는 것을 도와주셨고 관리사무실에서 방송해서 남편을 찾기도 했다. 길을 잃으면 큰일이니 경찰서에 연락해서 치매 환자 배회감지기를 신청했고 며칠 뒤에 보건소에 가서 남편을 치매 환자로 등록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렇게 보건소 치매안심센터를 2018년 3월경에 찾아갔다. 치매안심센터 직원들은 상냥하고 친절했으며, 아버님, 어머님 부르면서 다정하게 대해주어 나도 마음 편하게 보건소를 이용할 수 있었다. 그동안 이런 치매안심센터가 있는 줄도 모르고 혼자 끙끙 고민했는데 조금씩 위안이 되고 안심이 되었다.
그 뒤로 치매안심센터에서 치매 환자를 위한 교육에 남편과 함께 참석하고 있다. 1교시에는 책, 블록 게임 등 여러 가지 도구와 함께 수업을 진행하고, 2교시에는 원예치료, 미술 수업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접하게 되니 남편도 나도 매우 즐거웠다. 이 나이에 어디 가서 이런 공부를 해보나 싶다.
10월 11일에는 예산 수덕사로 야유회를 가서 사과농장에도 들렸고 사과 따기, 사과잼 만들기 체험도 하고 3가지 와인도 맛봤다. 치매 치료를 하며 1년간 금주, 금연한 남편은 와인이 맛이 없는지 시큰둥했다. ‘전에는 술이 없으면 못 살더니...’ 나는 속으로 혼자 웃음이 나왔다.
그러나 남편이 술과 치매로 달라진 이후에 집에 가만히 있거나 나만 졸졸 쫓아다니고, 나 역시 나를 돌볼 시간도 없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정신없이 살다 보니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로 우울해지는 것을 느꼈다.
나 자신이 망가져 가는 것을 느끼던 와중, 치매안심센터에서 자조 모임을 소개해줬다. 일주일마다 보호자들과 만나서 문제점을 공유하고 상담을 하다 보니, 동병상련이랄까? 모두가 비슷한 처지이고 나만의 문제가 아니구나 싶었다. 치매안심센터를 통해 가끔 영화도 볼 수 있었고 선생님이 권한 우쿨렐레도 배우고 있다. 악기를 튕기며 연주를 배워보니 잡생각이 사라지고 기분이 참 좋았다.
남편도 조금씩 변화가 있는지 표정이 밝아졌다는 소리를 가끔 듣는다. 치매안심센터 선생님들도 남편이 대답도 큰소리로 하시고 많이 좋아지시는 것 같다고 한다. 10월 8일 검사한 인지검사, MRI 검사에서 결과가 조금 좋아졌다고 의사 선생님도 좋아하신다. 참 감사했다.
남편과 같이 치매안심센터에 가는 날이면 아침 일찍부터 준비를 하고 서두른다. 치매안심센터를 통해서 우리는 서로 비슷한 처지의 분들을 만났고 교육 때마다 반가워하며 안부를 묻는다. 다양한 교육도 재미있지만, 무엇보다 남편이 사회생활을 하는 소통의 장을 만나서 다행이고 감사했다. 참 고마운 날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