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본 세상]
들쑥날쑥 장학금, 최저임금에 턱없이 모자라
복잡한 절차에 실무 대신 잔업 경험

여성경제신문은 국민대학교 '뉴스문장실습 수업'(담당 허만섭 교수)과 함께 2022년 연중기획으로 '청년이 본 세상', 일명 '청세' 코너를 운영합니다. 청년의 눈으로 본, 그들이 겪은 다양한 사회 현상을 그들의 글로 담아내겠습니다. 청년의 눈높이에 맞는 대안을 제시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대학생 현장실습은 취업 사회에서 필수조건이다. 하지만 '열정페이'를 강요하는 제도적 허점은 여전하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사무실의 모습으로 기사 내용과 무관함. /이수현
대학생 현장실습은 취업 사회에서 필수조건이다. 하지만 '열정페이'를 강요하는 제도적 허점은 여전하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사무실의 모습으로 기사 내용과 무관함. /이수현

※이 기사는 2021년 '뉴스문장실습 수업'에 참여 학생이 작성한 글입니다. 기사에서 최저시급 등 기준이 되는 연도는 2020년인 점을 밝혀둡니다.

“박지혜(가명) 학생이 참여하는 현장실습 장학금은 80만원입니다.”

2020년 11월 25일 현장실습에 합격한 서울 A대 미디어계열 재학생 박모 씨(여·24)는 현장실습 지원센터에 지원 장학금에 대해 문의했다. 현장실습 지원센터에서는 박씨가 합격한 현장실습은 비참여 학사조직으로 8주간 총 80만원밖에 받을 수 없다고 통보했다. 박씨는 “주 5일 9시부터 6시까지 근무하는데 이렇게 월급이 적을 줄 몰랐다”라며 “월세와 생활비를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걱정스럽다”고 토로했다. 박씨는 합격 취소를 통보해야 하나 고민이라고 했다.

박씨의 사례처럼 현장실습에 합격했는데도 불구하고 생활비를 걱정하는 대학생들이 여전히 많다고 한다. 왜 박씨 같은 '피해' 사례가 나오는 걸까. 필자는 현장실습의 문제점이 있는지 심층 취재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교육부의 현장실습 표준화 운영에도 불구하고 현장실습 제도의 허점은 존재하고 있었다. 대표적으로 △표준화되지 않은 장학금 △실무경험 미흡 △복잡한 절차 △기업의 번복 등을 꼽을 수 있다.

현장실습이란 대학에서 습득한 지식을 바탕으로 기업에서 단기실무를 경험하는 제도이다. 대학생들은 한 달에서 두 달 동안 기업에서 실무를 익히고 능력을 쌓아나간다. 기업에서 인턴생활을 하는 것과 유사하다.

현장실습이 대학생들의 강제적 의무는 아니지만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면 필요한 경험이다. 기업에서 현장실습 제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신입직원 채용 시 현장실습 경력이 중요한 가점요소로 자리 잡게 된 것이 주된 이유다. 현장실습은 대학생들의 기본요건이 됐지만 현장실습 제도 관련 문제는 여전하다고 학생들은 지적한다.

주 5일 하루 8시간 근무했는데 월급은 41만원

우선 장학금 문제가 있다. 현장실습은 일정 기간 기업에서 일하고 장학금과 학점을 받는 형식으로 운영된다. 장학금은 기업과 학교에서 일정 금액 나누어 제공한다. 그러나 학교나 기업에서 제공하지 않고 학점만 주는 경우도 존재한다. 또한 참여 기업에 따라 참여 학사조직, 비참여 학사조직으로 나누거나 교내 현장실습과 교외 현장실습(LINK+사업단)으로 나누어 운영한다.

문제는 장학금이 최저시급보다 적어 일부 학생들이 생계를 위협받는다는 점이다. 서울 K대 소프트웨어학과 재학생 김모 씨(24)는 강남구에 위치한 IT회사에 현장실습을 다녀왔다. 김씨의 말이다.

“한 IT회사에서 현장 실습을 2달 정도 했었는데 월 41만원과 6학점을 받았다. 전라도 광주에 사는데 월세도 내기 힘들 것 같다. 교외 현장실습 장학금이 40만원이고 기업지원금이 1만원이다. 장학금 금액 기준을 표준화했으면 좋겠다.”

대학생 사전직무절차안내서. /이수현 
대학생 사전직무절차안내서. /이수현 

최저시급(2020년 기준)으로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했을 때 예상월급은 179만5310원(주휴수당 제외)이다. 그러나 학생들은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했음에도 불구하고 장학금 명목으로 최저시급보다 작은 금액을 받고 있다.

서울 A대 미디어계열 재학생 박모 씨(여·24)도 현장실습에 합격했음에도 자진 취소를 고민하고 있다. 박씨는 “월세와 생활비를 부모님께 지원받기 힘들다”며 “현장실습이 좋은 기회이지만 취약계층의 대학생들에겐 아쉬운 제도”라고 토로했다.

실무경험 대신 잔업·보조업무

현장실습은 보통 방학 때 진행된다. 기간은 보통 짧으면 한 달 길면 두 달 정도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짧은 기간 동안 실무를 경험한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오래 일하지 않는 학생들을 굳이 가르치려고 하지 않는다. 원하는 기업, 원하는 부서에 들어왔더라도 실무경험을 못한 채 잔업만 하고 현장실습을 종료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K대 졸업생 장모 씨(여·24·서울 돈암동)는 강남구에 위치한 유명 외국계 기업의 회계 부서로 현장실습을 나갔다. 장씨는 “현장실습을 12월 말부터 2월 말까지 두 달 정도 출근했다. 회계부서에서 일했지만 연말정산 때문에 선임들이 바빠 업무를 익히는 시간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어 “회계 실무를 파악하려고 현장 실습을 지원했는데 업무 대신 잔업을 한 것이 아쉬웠다”고 덧붙였다.

D대 국어국문과 재학생 이모 씨(여·23)는 중구에 위치한 스타트업 회사에서 현장실습을 했다. 이씨는 “간단한 사무 처리와 블로그 관리를 담당했다”며 “스타트업에서 기획을 해보고 싶었지만 사무보조 업무만 해서 아쉽다”고 했다.

현장실습과 관련된 절차가 복잡한 점도 학생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현장실습은 기업이나 학과·학교·공공기관 등 주관하는 주체가 달라 지원 방식도 제각각이다. 이 때문에 자기소개서 내용이나 면접 대비 내용도 매번 다르게 준비해야 한다. 합격한 후에도 사전직무교육을 이수해야 하거나 실습 후기를 매일 작성해야 한다. 학생들은 이 같은 절차가 다소 불편하고 복잡하다고 느낀다고 한다.

복잡한 절차 끝냈는데… 기업은 '말바꾸기'

서울 D대 경영학과 재학생 최모 씨(여·24)는 2021년 12월부터 중견 기업에 현장실습을 나간다. 최씨는 “12월 17일에 종강하는데 21일까지 사전직무 교육을 완료해야 한다. 시간이 촉박한데 사전에 현장실습을 위한 절차가 많다”고 했다. 그는 “기말고사 기간 중에 자기소개서를 쓰고 기업에 가서 면접을 보느라 힘들었다. 그러나 합격한 후가 더 힘든 것 같다. 사전 절차들이 더 복잡하고 많다”고 부연했다.

2017~2019년 현장실습 실시대학 현황. /권인숙 의원실
2017~2019년 현장실습 실시대학 현황. /권인숙 의원실

기업의 '말바꾸기'도 학생들이 힘들어하는 부분이다. 서울 S대 미디어계열 재학생 이씨는 2020년 12월 22일부터 한 미디어 기업에 현장실습을 나갈 예정이었다. 지방에 사는 이씨는 그해 11월 25일에 합격하자마자 2개월 단기 월세를 계약하고 현장실습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같은 해 12월 7일께 학교에서 실습이 단축됐다고 연락이 왔다. 기업 측에서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현장실습 인원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통보한 탓이다. 기업이 갑자기 현장실습 인원을 감축하면 학생들은 수용할 수밖에 없다. 이씨는 “월세도 다 냈는데 갑자기 실습기간이 단축돼 당황스럽다. 장학금과 학점도 절반으로 줄어들었고 집 문제에 대해선 감도 오지 않는다. 기업의 통보에 내 계획이 다 무너졌다”고 토로했다.

현장실습 표준화 운영… '뒷북'치는 교육부 

정부는 현장실습 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현장실습 표준화' 운영을 추진한다. 교육부는 “'고등교육법' 제22조에 따른 현장실습학기제를 ‘표준 현장실습학기제’와 ‘자율 현장실습학기제’로 구분해 체계를 확립하고 ‘표준 현장실습학기제’에 대해서는 운영 기준·절차·양식 등을 표준화해 운영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했다.

대학과 실습기관이 자율적으로 협의해 실습지원비 지급 기준을 정한 것도 개선한다. 교육부는 “표준 현장실습학기제의 경우 교육시간을 고려해 최저임금의 75% 이상으로 실습기관이 참여 학생에게 지급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S대 재학생 이모 씨(여·23·서울 고덕동)는 “내년에 현장실습 갈 예정인데 여전히 실습지원비는 적고 지원 절차는 복잡하다. 교육부는 실질적 개선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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