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본 세상]
감정 설명 못하고 욕설
표현·작문능력 감퇴 심각
| 여성경제신문은 국민대학교 '뉴스문장실습 수업'(담당 허만섭 교수)과 함께 2022년 연중기획으로 '청년이 본 세상', 일명 '청세' 코너를 운영합니다. 청년의 눈으로 본, 그들이 겪은 다양한 사회 현상을 그들의 글로 담아내겠습니다. 청년의 눈높이에 맞는 대안을 제시하겠습니다. -편집자주 |

경북 경산시 D대 영어교육과에 재학 중인 정모 씨(여·20)는 수업 중 교수님이 질문을 던질 때마다 난감하다. 간단한 질문임에도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말을 완성하지 못하고 대답을 끝낸다.
발표 중 질의응답이 이뤄질 때도 마찬가지다. 청중의 질문을 받았을 때 머릿속에서 답이 떠오르더라도, 이를 마땅히 표현할 단어를 생각해 내지 못한다. 정씨는 그럴 때마다 어휘력 부족과 표현력 감퇴를 절감한다. 최근 화제가 됐던 “이레”라는 단어의 뜻도 공론화되고서야 정확히 알게 됐다고 말했다.
“온전한 문장으로 못 만들어”
충남 공주시 소재 K대 역사교육과 학생인 이모 씨(여·20)도 비슷한 경험을 겪었다. 수업 중 상대방을 논리적으로 설득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자기 생각을 온전한 문장으로 만들지 못하고 얼버무리게 된다.
이씨는 일상생활에서도 표현력 부족을 체감한다고 했다. “음식이 맛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은데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다. ‘대박’이 표현할 수 있는 최대다”라고 말했다. 이어 “화가 날 때도 감정을 설명하지 못하고 욕설밖에 나오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최근 인터넷상에서 젊은 세대가 “사흘”이라는 단어의 뜻을 몰라 화제 된 바 있다. “4일”로 알아듣는가 하면, “4흘”이라 표기하기도 했다. 그러자 이들의 어휘력이 심판대에 올랐다.
이씨는 이 같은 상황의 원인으로 영상매체 발달과 독서량 저하를 꼽았다. 그는 “영상매체나 인터넷을 통해 익숙해지는 비속어와 욕설들로 어휘력이 줄어드는 것 같다. 이 단어들로 모든 것을 대체하게 되니까···. 화가 날 때 욕설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짧은 채팅과 신조어”
정씨는 “짧은 채팅 위주의 대화가 습관이 되면서 어휘력과 표현력이 더욱 떨어지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무분별한 신조어 사용도 단어에 대한 무지를 가져다줬다고 한다. “우리 세대는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단어를 만들어낸다. 이에 따라 기존 단어들의 사용이 줄고 신조어가 그 자리를 대체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단어들을 기성세대는 모른다. 거기서 괴리가 생겨나는 것 같다.”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에 이해와 수용을 원한다. 이들은 시대 변화를 고려해 어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 포항시 S대 응급구조학과에 재학 중인 정모 씨(21)는 “‘젊은이의 문해력이 떨어진다’라고 비판만 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울산시 S 여고 3학년 우모 양(18)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언어도 변화한다. 서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울산시 U대 전기공학부에 재학 중인 이모 씨(여·20)는 “Z세대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지식을 습득하고 비판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라고 설명했다. 크게 보면, 젊은 세대는 전통적 개념의 어휘력이 부족하지만, 대신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와 데이터로부터 풍부한 지식을 수용하는 능력이 높다는 것이다.
“방대한 지식 표현 못해”
문제는 ‘표현력’이다. 이씨는 “방대한 지식을 접하지만, 이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기본적 의사소통에도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단어에 무지해선 안 된다는 이야기다.
경남 진주시 K대 간호학과에 재학 중인 이모 씨(여·20)는 “이런 정도는 알아야 하는 단어도 모르는 것은 문제가 된다. 모든 것을 풀어서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라고 말했다. 사람들 사이에서 흔히 사용되는 단어들의 의미를 모르게 되면 정보 교류에 혼란이 생길 것이며, 이에 따르는 어려움은 더 심해질 것이라 본 것이다.
이씨는 “소통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젊은 세대가 해결해야 한다. 문해력 문제를 계속 내버려 두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기업 83.8% “직원 국어 능력에 불만”
‘사람인’에서 260개 기업을 대상으로 ‘직원 국어 능력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83.8%는 불만족을 나타낸 것으로 조사됐다. 불만족스러운 부분으로는 ‘작문 능력’(38.1%)과 ‘어휘력’(37.3%)이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특히 연령대별 국어 능력 만족도에서 20대는 65.2점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이들의 국어 능력이 기성세대보다 낮은 이유로는 단문 위주 의사소통(68.6%, 복수응답), 영상 위주 콘텐츠 소비(62.7%), 독서 부족(39.8%) 등이 지목됐다. 상당수 직장인은 “젊은 세대의 어휘력 저하가 이들의 표현·작문·의사소통능력 감퇴로 이어지고 있다”라고 말한다.
필자와의 인터뷰에 응한 대학생들은 어휘력 부족의 해결 방안으로 “독서”를 꼽았다. 공주시 K대 재학생 이씨는 “독서목록을 작성하고 독서 토론도 하면서 어휘력과 표현력을 기르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디어에서 많이 사용되는 기본적인 한자어 단어 정도는 알고 살아야 할 것 같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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