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소득 고려 없이 연봉 높으면 적금 가입 불가능
부모 소득 높은 일명 '금수저', 요건 충족하면 가입
일부 청년들 "불공평하다. 가계 소득 고려해야 할 것"

국내 한 대기업 면접이 끝나고 귀가하는 청년들./연합뉴스
국내 한 대기업 면접이 끝나고 귀가하는 청년들./연합뉴스

"가정은 어려운데 월급 실수령액 높아 적금 못 들었다"

"친구는 자격 요건 돼 가입했더라. 부모가 적금 지원해"

최대 10%가량의 금리를 제공하는 청년희망적금이 형평성 논란에 휩싸였다. 소득과 나이 등 자격 요건만 충족하면 가계 소득 구분 없이 적금 상품 가입이 가능한데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제도적 허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22일 발표된 정부가 운영하는 청년희망적금은 월 수령액 270만원(연 소득 3600만원) 이하, 만 19세~34세 청년이라면 최대 금리 10%에 달하는 해당 적금 상품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그런데 일부 청년들 사이에선 '불공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월 실수령액 약 310만원을 수령하는 국내 대기업 직장인 A씨(32)는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가정은 어려운데 실수령액이 기준에 못 미친다는 이유로 적금을 들 수 없다"며 "친구는 월 수령액 기준이 맞아서 적금을 들었는데, 들어보니 50만원 적금 금액을 부모가 지원해준다더라, 불공평하다"고 호소했다. 

국내 한 커뮤니티사이트에 게재된 '청년희망적금' 관련 한 네티즌의 의견 글./더쿠(The Koo)
국내 한 커뮤니티사이트에 게재된 '청년희망적금' 관련 한 네티즌의 의견 글./더쿠(The Koo)

국내 커뮤니티 사이트 '더쿠(The Koo)'에서도 일부 청년 네티즌들의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네티즌 B 씨는 "일반 중소기업에 연봉만 높으면 적금 대상에서 제외된다. 연봉이 높다고 집이 잘사는 것은 아니지 않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네티즌들도 "공부 안 하고 놀던 금수저가 적은 연봉 받고 일하면 적금 대상 포함되더라, 거기에 적금 금액도 부모에게서 받아 타낸다. 불공평하다", "현실적으로 정말 어려운 청년들에게만 적금을 지원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작 이들이 돈을 모아야 하는데 요건이 안 맞아 불가능하다는 것이 말이 되냐"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과거 재형저축은 가계 소득 전체를 심사 후 가입이 가능한 상품이었다. 하지만 청년희망적금은 나이와 연 소득만 충족하면 가계 소득과 관계없이 모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라서 불공평 이슈가 생긴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청년희망적금 안내 자료. /금융위원회
청년희망적금 안내 자료. /금융위원회

앞서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청년희망적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지속에 따라 고용·경제 등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청년층의 자립을 위해 이달 22일 국무회의를 통해 청년희망적금 운영방안을 심의하고 의결했다. 

청년희망적금은 내달 4일까지 신청할 수 있는데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기업·부산·대구·광주·전북·제주은행 등 11개 은행은 지난 21일 오전 9시 30분부터 청년희망적금 판매를 시작했다.

자격 요건은 연 소득 3600만원 이하, 만19~34세 청년이다. 올해 청년희망적금에 배정된 예산은 456억원이다. 월 납입 최대한도는 50만원이고 만기는 2년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요건만 충족되면 소위 말해 '금수저' 자녀도 무리 없이 적금 가입이 가능한 것이 사실"이라며 "따로 가계 소득을 따지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어려운 청년들의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도 "본인 노력으로 좋은 직장을 얻어 높은 연봉을 받게 되면 적금을 들 수 없다"라면서도 "금융당국에서 가계 소득 수준을 고려해서 상품을 기획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라고 전했다.

금융위원회·은행연합회·서민금융진흥원 등을 포함한 금융당국 측은 청년희망적금제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모든 청년이 부모의 도움 없이 스스로 경제적 능력을 키운다는 가정하에 해당 상품을 운용해야 한다고 본다"라며 "부모의 자산에 따라 적금 상품 가입 여부를 결정해도 이 또한 불공평 이슈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은행연합회 측도 "청년들이 말하는 '불공평' 사례에 대해 금융위와 은행연합회 모두 내용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추후 적금 관련 상품 기획 시 내용을 반영하기 위해 내부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다만 당장 지원 대상을 수정하기는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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