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현의 코인세상 뒤집어보기]
단순 기념품 아닌 경제적 가치 기대
NFT, 독립 분야로서 대중 인식 변화
다수 유명 연예인 투자 참여율 상승

NFT./픽사베이
NFT./픽사베이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크립토 시장의 약세 흐름은 올해 들어서도 지속되고 있다. 코인만이 아니라 주식을 비롯한 투자 시장 전반이 금리 인상과 관련된 시장 변화에 민감한 탓도 있겠지만 코인 쪽은 특히 2018년 하락장을 경험했던 많은 투자자의 트라우마가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듯하다. 올해도 전반적인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불안감에 휩싸이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크립토 시장의 심리와는 상당히 독립적으로 심지어는 정반대의 움직임까지 보여주는 영역이 있다. 이제는 버블이 좀 사그라들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우려가 6개월 전부터 지속적으로 나왔지만 NFT 시장의 열기는 아직도 최고 기록을 계속 갱신하고 있는 중이다. 

NFT 시장의 성장 흐름은 시장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오픈씨(Opensea)의 시장 데이터를 보면 금방 확인할 수 있다. 2022년 1월 오픈씨의 거래액은 거의 50억달러에 이르는데 이것은 전달 대비 거의 두배가 증가한 규모이다. 더욱 놀라운 일은 이러한 오픈씨의 급격한 성장세가 최근 룩스레어(LookRare)라는 경쟁 사이트가 등장해서 거래량 면에서 많은 부분 이탈하고 있는 시점에서 발생한 것이라는 점이다.

오픈씨 월별 거래액./오픈씨
오픈씨 월별 거래액./오픈씨
룩스레어 vs 오픈씨 일 거래량 비교./Dune Analytics
룩스레어 vs 오픈씨 일 거래량 비교./Dune Analytics

비록 록스레어가 오픈씨의 사용자 규모 수준에 이르려면 한참 멀었을지는 몰라도 일 거래량 규모면에서는 이미 오픈씨의 두 배를 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이 오픈씨의 거래량을 감소시킨 것이 아니라 전체 시장 규모를 오히려 배가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서 한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룩스레어의 많은 거래량 규모는 소수 고래의 자전거래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이다. 거래량에 따라 플랫폼의 보상 토큰을 지불하기 때문에 거래수수료와 가스비를 지불하고 나서도 보상이 커 자전거래 동기가 매우 강할 수 밖에 없다. 반면 오픈씨는 거래량에 따른 인센티브 토큰 지불 메커니즘이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전거래 비중이 크지 않다.  

시장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음은 NFT를 보유하고 있는 지갑수의 증가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2022년 1월 말 기준으로 NFT 보유 지갑수는 300만개가 넘어가고 있다. 성장 속도에 점점 더 가속도가 붙고 있다. 

NFT 보유 지갑수 변화. /Dune Analytics
NFT 보유 지갑수 변화. /Dune Analytics

신규 구매자가 계속 유입되고 있다는 것은 NFT의 수요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요와 공급의 기본적인 개념으로 봐도 공급에 비해 수요 증가세가 크다면 전반적인 가격상승과 거래량 증가로 이어지게 되리라는 것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주별 NFT 판매자와 구매자 비율. /Dune Analytics
주별 NFT 판매자와 구매자 비율. /Dune Analytics

인기있는 NFT 콜렉션의 바닥가(FP, Floor Price)도 계속 상승 중이다. "지루한 원숭이 요트 클럽" NFT는 현재 제일 싼 NFT 1개의 가격이 110이더에 이른다. 아직 유동성이 풍부하지 않은 NFT 시장에서 콜렉션의 시총을 따지는 게 문제가 없지는 않지만 1만개의 NFT로 구성된 이 콜렉션의 전체 가치는 바닥가를 기준으로 해도 이미 30억달러에 이른다. 이런 NFT를 한개라도 보유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어떤 명품 가방을 들고 있는 것보다 더 폼이 나는 게 당연할지도 모른다.

지루한 원숭이 요트 클럽 바닥가 추이. /Dune Analytics
지루한 원숭이 요트 클럽 바닥가 추이. /Dune Analytics

NFT의 인기에 부채질을 하고 있는 또 한 가지 흐름은 각종 분야의 유명한 연예인이 이미 오를 대로 오른 NFT를 거금을 주고 직접 구매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며칠 전 지루한 원숭이 NFT #3001이 500이더에 판매가 되었는데, 희귀도가 특별하지도 않은 이 NFT를 이 가격에 주고 산 구매자가 바로 저스틴 비버인 것으로 드러났다. 

저스틴 비버가 500이더를 주고 구매한 NFT. /트위터
저스틴 비버가 500이더를 주고 구매한 NFT. /트위터

"지루한 원숭이 요트 클럽" NFT를 구매한 연예인은 매우 다양한데 "투나이트 쇼" 호스트로 유명한 지미 팔론, 가수인 포스트 말론, 축구 스타인 네이말 주니어, 코미디언 케빈 하트,  연예인 패리스 힐튼, 랩퍼 스눕 독 등 많은 스타가 수억원 이상의 돈을 지불하고 이 행렬에 참여하고 있다. 사회적 명성에 걸맞는 NFT 몇 개 정도는 수억원씩 써서 구매해줘야 격이 산다고 할 정도이다.

코인의 하락장세에도 불구하고 왜 NFT에 대한 인기와 참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일까?

저스틴 비버 트위터 계정. /트위터
저스틴 비버 트위터 계정. /트위터

우선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NFT가 더 이상 크립토 시장의 부분집합이 아니라 그것과 밀접하게 관계는 있지만 별도의 독립적인 영역으로 빠르게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디파이가 기존 크립토 시장의 플레이어 특히 고래의 영향력에 매우 크게 의존하고 있는 반면 NFT는 크립토에서 직접 출발하지 않은 독자적인 커뮤니티와 사용자 그룹을 스스로 창출해내고 있다. NFT를 다루기 위해서는 결국 개인지갑을 설치해야 되고, 거래에 필요한 코인을 확보해야 하지만 이 시장에 참여하게 되는 동기가 기존 코인 투자자와는 사뭇 다르다. 코인도 커뮤니티가 매우 중요하지만 NFT 커뮤니티는 훨씬 더 소통의 동기가 강하고 팬덤이나 컨텐츠에 대한 관심도가 더 크다. 특히 소셜네트워크에서 자신이 어떤 커뮤니티의 멤버라는 것을 프로파일 이미지로 표현함으로써 커뮤니티 내부의 아이덴티티뿐만 아니라 외부로의 노출에도 매우 적극적이다.

NFT의 기술적 메커니즘이 여전히 퍼블릭 블록체인 위에서 돌아가고 있지만 이미 그 사회적, 경제적 경계는 기술적 상상력을 훨씬 뛰어 넘어 확장되고 있다. 디지털 자산에 대한 소유권의 증명을 블록체인 상에서 확보할 수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는 뭔가 대단한 기술적 진보가 아닌 듯 보일지 모르지만 이것을 기반으로 한 상상력과 확장성은 아직 그 한계가 어디까지인지조차 파악을 못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   

상당 수의 코인투자자가 약세장에서 자산 가치를 지키기 위한 헤지의 수단으로 NFT를 구매하고 있는 경향도 있다. 스테이블 코인으로 바꾸어서 디파이를 통해 이자 농사를 짓는 것에 비해, 인기 있는 NFT를 구매하거나 성공 가능성이 높은 NFT를 잘 발굴해서 얻게 될 기대 수익이 더 높게 보일 수도 있다. 그리고 각 NFT 콜렉션의 커뮤니티 활동 정도를 평가해보면 대략 가격이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에 대한 분석도 상당히 객관적으로 할 수가 있다. 이런 면에서는 NFT 커뮤니티는 밈코인과 상당히 유사한 측면이 많다. 

NFT와 관련된 규제와 세금문제가 아직 상당히 모호하다는 점도 일반 코인 시장에 비해 유리하게 작용하는 면도 있다. 코인과 디파이에 대한 규제는 갈수록 그 수위가 올라가고 있는 반면, NFT에 대한 규제는 기본적으로 이 산업 자체의 정의조차 제대로 정립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다양한 방향으로 확장이 필요한 신생 산업에 무리한 규제 잣대를 들이미는 것자체가 시기상조인 것은 분명하다. 

메타버스에서의 NFT의 활용도 매우 중요한 기대 심리 유발 요인이다. 경제적 부가가치가 새롭게 창출될 수 있는 막대한 시장이 메타버스에 있고, NFT는 그 안에서 아이덴티티, 디지털 소유권, 사회적 관계, 커뮤니티의 기반 등이 될 근본적인 인프라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메타버스의 땅장사(Land sale)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땅을 표현하는 NFT가 단순한 기념품이 아니라, 경제적 생산활동의 근간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정우현 아톰릭스랩 대표./팩트경제신문
정우현 아톰릭스랩 대표./팩트경제신문

정우현 아톰릭스랩 대표

국내 블록체인 커뮤니티 1세대.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 석사 출신으로, 이후 미국 텍사스주립대(오스틴) 커뮤니케이션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는 아톰릭스랩 대표로 서울 이더리움 밋업 공동 운영자, 한국이더리움 사용자그룹 운영자를 역임하고 있다. 지난 2014년부터 국내외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했다. 서울 이더리움 밋업과 한국 이더리움 사용자 그룹을 중심으로 이더리움 커뮤니티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다. 2018년 아톰릭스랩 설립 후 개인키를 보다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키관리 솔루션과 이에 기반한 Dapp 지갑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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