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O 시장 상승세, 미국 내 가치 약 10조원
경매·인수·투자 등 다양한 프로젝트에 도입
국내서도 '국보 DAO' 의미있는 최초 시도
정부 가이드라인 부재에 향후 성장은 '글쎄'

전통적인 조직과 다오(DAO) 차이점./김현우 기자
전통적인 조직과 다오(DAO) 차이점./김현우 기자

탈 중앙화 자율 조직, 다오(DAO : 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통적인 조직처럼 대표나 관리자 혹은 부서가 존재하지 않고 개인들이 자유롭게 모여 자율적으로 운용되는 것이 특징이다

다오는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를 사용해 규칙을 정하기 때문에 사람의 개입 없이 운영된다. 참여자(투자자)들이 투표를 통해 운영방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모든 규칙과 거래는 블록체인에 기록되기 때문에 투명하게 거래되고 조직이 부패할 위험성이 적다.

다오는 계층구조가 없어 누구나 자신의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고 사전에 작성된 규칙을 모든 투자자들이 가입 전 미리 확인하고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최근 다오는 경매·인수·투자 등 다양한 프로젝트에 도입되고 있다. 전통적인 조직 운영 체계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 그 가능성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7일 다오전문 검색엔진 업체 딥다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 세계에 4227개 다오 조직이 존재한다. 총 가치는 약 90억 달러(약 10조원)에 달한다. 

그렇다면 현재 떠오르는 다오 조직은 어떤 종류가 있을까. 먼저 우주연구와 탐사를 목표로 하는 문다오(Moon DAO)가 미국에서 시도된 바 있다. 이들은 최근 2508.73이더리움(약 646만 8735달러, 한화 78억3687만원)를 모금했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블루오리진의 우주 여행 프로젝트 티켓을 구입하기 위해 결성된 문 다오(Moon DAO)./트위터
블루오리진의 우주 여행 프로젝트 티켓을 구입하기 위해 결성된 문 다오(Moon DAO)./트위터

문다오는 미국 우주개발업체 블루 오리진이 추진하는 '우주여행' 티켓을 예약하기도 했다. 문다오는 조만간 '우주로 가는 티켓'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 컬렉션을 출시하고 해당 NFT를 보유하고 있는 멤버에게 올해 안에 저궤도 로켓에 탑승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75개의 자체 토큰을 보유한 DAO, '프렌즈위드베네핏(Friends With Benefit)./FWB 홈페이지
75개의 자체 토큰을 보유한 DAO, '프렌즈위드베네핏(Friends With Benefit)./FWB 홈페이지

자체 토큰인 'FWB'를 보유한 인원으로만 구성된 프렌즈위드베네핏 다오(Friends With Benefit DAO)도 있다. 구성원이 되면 잘 알려진 개발자·아티스트·크리에이터 등이 모인 커뮤니티에 접근할 수 있으며 관련 이벤트도 참여할 수 있다.

스파이스 DAO에서 낙찰받은 영화 '듄' 원고./스파이스DAO
스파이스 DAO에서 낙찰받은 영화 '듄' 원고./스파이스DAO

스파이스 다오(Spice DAO)는 최근 알레한드로 조도르프스키 감독의 영화 '듄(Dune)' 미공개 원고를 낙찰받았다. 낙찰가는 266만 유로(35억8852만원)로 알려졌다. 해당 다오는 인수한 원고를 공개하고 이에 기반한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을 제작한다는 계획이다.

헌법DAO가 낙찰받은 미국 헌법 초반본. /헌법DAO
헌법DAO가 낙찰받은 미국 헌법 초반본. /헌법DAO

지난해 미국에서는 헌법 초판본이 소더비 경매에 매물로 나오자, 이를 공동 소유하자는 목표로 헌법 다오(Constitution DAO)가 결성되기도 했다. 일주일도 안돼 한화 약 470억원어치 이더리움이 모였다.

한 헤지펀드 설립자가 이보다 더 많은 금액을 써내 낙찰에는 실패했다. 그럼에도 단시간 안에 공동의 목표를 위해 개인들이 결집해 실제 자금을 모아 경매 참여까지 이끌어내면서 다오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을 받았다. 

최근 국내에서도 유의미한 다오 실험이 진행돼 업계에서 화제가 된 바 있다. 국보 다오다.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와 정우현 아톰릭스랩 대표 등의 주도로 다수의 시민과 커뮤니티의 힘으로 문화유산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결성됐다.

해당 프로젝트의 구체적 목표는 간송미술관이 미술품 경매업체 케이옥션을 통해 내놓은 국보 제72호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와 국보 73호 '금동삼존불감' 경매에 참여해 이를 낙찰받는 것이었다.

그런데 국보 다오는 결국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해산했다. 경매에 나서기 위해 이를 대리할 법인이 필요했고, 최소 자금(한화 50억원가량) 확보에 실패하는 등 경매 과정에서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하지만 국보 다오는 다오의 가능성과 한계를 모두 보여줬다는 전문가 의견이 뒷받침되며 의미있는 시도로 평가된다.

이처럼 국내에서도 다오 프로젝트가 시도된 가운데, 최근 다오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다오의 가능성에 대해 몇 가지 의문을 제기했다. 첫 번째는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두 번째, 이더리움만 가능한 스마트 컨트랙트 한계 극복 문제다. 또 다오 구성원들의 저조한 참여율이다. 마지막으로 토큰을 많이 가진 인원이 상대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일명 '양극화' 문제 해결 방안이다. 

지난달 진행됐던 '국보 다오' 프로젝트./국보 다오 홈페이지
지난달 진행됐던 '국보 다오' 프로젝트./국보 다오 홈페이지

국보 다오에 참여했던 블록체인 업계 전문가 정우현 아톰릭스랩 대표는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다오 프로젝트는) 아직 보완이 필요한 만큼 가능성을 논하기엔 이르다"고 봤다. 

그는 "먼저 법적 문제는 최대한 기존의 법적 장치를 활용하되, 앞으로 추가적인 입법안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이더리움으로만 가능한 스마트 컨트랙트 문제에 대해 정 대표는 "스마트 컨트랙이 가능한 체인은 매우 다양하다. 스마트 컨트랙만 있다고 해서 다오가 바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여러 가지 추가적인 시스템들이 필요한데, 현재 이더리움이 이러한 준비가 가장 잘 되어 있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실험을 해나가면서 계속 새로운 형태와 이를 지원하는 시스템들이 발전하게 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다오 구성원들의 저조한 참여율에 관한 지적에 대해 "다오 구성원의 자발적 참여 없이 인센티브만으로 해결하려는 사례가 있다"면서 "기본은 커뮤니티의 자발적 참여 동기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 인센티브 해결 방안은 동기를 좀 더 강화할 수 있는 정도의 선에서 사용해야지, 이것이 마치 무슨 만병통치약처럼 생각하는 것은 본말을 전도시키는 것이다. 자발적인 참여 유도 방안을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단순한 토큰 보유량에 비례한 투표권 모델은 앞으로 점차 개선되어 나갈 여지가 많다. 소수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한 장치들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현재 국내에서는 다오와 관련된 법 규제나 가이드라인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선 탈 중앙화가 핵심인 다오에 법 규제나 가이드라인이 생겨도 다오 조직에서 법을 위반했을 때 마땅한 처벌 근거가 마련되지 않을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개발자나 참여 인원 혹은 기관 대표가 공개된 경우 규제나 처벌이 가능하지만 비공개인 다오는 이마저도 어렵기 때문이다.

권단 DKL 파트너스 대표 변호사는 "다오와 관련한 금지 법안이나 의무를 부여하는 규제 정도는 가능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위반했을 경우 법적 처벌에 있어선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앙 조직이 없는 다오의 특성상 누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분별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면서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면밀한 검토를 통해 기존 금융시장과의 융합에 있어서 엇박자가 나지 않도록 법안을 구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가상자산 데이터 분석업체 메사리가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2020년이 디파이(분산금융)의 해였고, 2021년이 대체불가토큰(NFT)의 해였다면 2022년은 탈 중앙화 자율조직(DAO)의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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