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현의 코인세상 뒤집어보기]
글로벌 음악 시장, 지난해 약 31조 규모
기존 NFT와 동일하게 '희소성' 가치 인정
무명 가수도 억대 수익 벌어들일 수 있어

오디오 NFT 관련 이미지./픽사베이
오디오 NFT 관련 이미지./픽사베이

록그룹 퀸이 불렀던 '라디오 가가(Radio Gaga)'나 팝스 듀오 버글스가 불렀던 '비디오 킬 더 라디오 스타(Video kill the radio star)'는 모두 저물어가는 오디오 시대를 노래했다.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 시대로 바뀐 지는 한참 오래되었다. 그럼에도 오디오 스타가 다 죽은 것도 아니고 오디오 매체가 완전히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도 않았다.

오디오 콘텐츠가 가지는 독자적인 존재 이유가 사라지지 않은 탓이다. 비디오는 보는 사람의 주목을 독차지해야 주어진 임무를 감당해낼 수 있는 경우가 많지만 오디오는 청취자가 다른 일을 해도 별로 상관치 않는다. 때로는 추억을 떠올릴 때 사진보다 그 시절 들었던 음악이 더 감성을 자극하기도 한다.

오디오는 우리 뇌에 영향을 주는 방식이 비디오와는 사뭇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오디오 콘텐츠에 충성도가 높은 팬이라면 현재 크게 주목을 받고 있는 비주얼한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외에 오디오 NFT도 흥행에 성공하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을 갖을 만하다. 아직까지 시각적 컨텐츠를 기반으로 한 NFT만큼 크게 성장을 하지는 못했지만, 여기 저기서 주목할 만한 흐름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딜란로즈(DYL)의 뮤직 NFT 사이트./Itslit
딜란로즈(DYL)의 뮤직 NFT 사이트./Itslit

얼마전 이더리움 서브 레딧 커뮤니티에 DYL(딜란 로즈)라고 불리는 인디 뮤지션이 NFT 발행을 통해 2억4000만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고 포스팅했다. 지난 2~3년 동안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에 약 200만회 이상의 스트리밍을 기록했지만 여기서 발생한 수익은 고작 720만원에 불과했다고 한다.

이 금액에 비하면 NFT 매출을 통해 번 수익은 인디 뮤지션으로서는 꽤 큰 규모이다. 이제는 웹사이트도 만들고 여러가지 추가적인 NFT 판매 활동도 병행하고 있어 올해 기대 수익규모는 지금보다 몇 배 이상의 규모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인디 아티스트의 성공사례는 여기 저기 자주 등장하고 있다. 할릭 마울이라는 래퍼는 스포티파이에서 매년 버는 소득이 20만원에 불과한 거의 무명의 아티스트이지만, 뮤직 NFT 전문 마켓플레이스인 카탈로그(Catalog)에서 25억원 이상의 NFT를 판매하는 실적을 거두었다. 

글로벌 음악 시장은 1999년 정점을 찍고 줄어들다가 2015년 계속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와서 작년 216억 달러(약 31조9000억원) 규모를 넘어 섰다. MP3 다운로드 덕분에 음반 판매가 극감하다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의 급격한 성장으로 반전이 이루어진 것이다. 지난 5년간 연평균 성장율 7% 이상을 꾸준히 유지해오고 있고 앞으로도 성장 여력이 충분해 보인다. 

글로벌 음악 시장 추이. /Statista
글로벌 음악 시장 추이. /Statista

그런데 음악 산업이 스트리밍 서비스 매출 위주로 재편되면서 수익의 분배에 있어서는 많은 아티스트에게 더 불리하게 구조화되어 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전체 아티스트의 상위 1%가 모든 스트리밍에서 일어나는 수익 분배의 90%를 가져가지만 상위 0.8% 아티스트가 스트리밍에서 버는 수입조차도 연평균 6000만원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인디 뮤지션들은 스트리밍으로 재생산에 필요한 최소한의 보상조차 기대하기 힘든 형편이다. 소수의 팬덤만으로 개성있는 독자적인 음악을 지속적으로 추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러한 뮤지션들에게 NFT는 매우 매력적인 대안으로 보일 수 있다. 수백만회의 스트리밍이나 수만명의 팬을 거느리지 않더라도 자신의 음반이나 트랙을 NFT화하고 약 10만원에 1000개 정도를 판매할 수 있다면 1억원의 수익을 낼 수 있다.

만일 열성팬을 가지고 있다면 이보다 몇배 또는 수십배 이상의 가격에 판매하는 것도 가능하다. 철저하게 박리다매 판매 방식의 특징을 지닌 스트리밍 대신에 소수의 충성도 높은 팬에게 높은 가격에 소량을 판매하는 전략이다.

오디오 NFT 관련 이미지. /픽사베이
오디오 NFT 관련 이미지. /픽사베이

그렇다면 구매자는 왜 오디오 NFT를 사는 걸까? 무료로 들을 수 있거나 매우 저렴한 가격에 스트리밍으로 서비스 받을 수 있는데 왜 비싼 값을 주고 NFT를 사야하는 것일까?

여기에는 기본적으로 비주얼한 NFT와 동일한 논리가 적용된다. 희소성을 가진 디지털 자산에 대한 소유권을 블록체인을 통해서 검증할 수 있고 나중에 해당 아티스트의 인기가 올라가면 이 NFT의 가치도 같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여기에 아티스트와의 채팅이나 만남을 위한 특별한 권리를 부여할 수도 있고 공연 입장권으로도 연결시킬 수 있다. 

그래도 오디오 NFT인 만큼 고유한 기능성을 강조하는 것도 가능하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들을 수 있는 사운드는 대개 고성능 음질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지 않다. 일반 CD보다 더 높은 고해상도 음원을 들을 수 있는 권한을 NFT 보유자에게만 제공한다면 NFT의 활용도가 더 높아질 수 있다. 뮤직 플레이어와 스트리밍 서버 사이에 지갑 기능을 인테그레이션해서 무단 카피본의 유통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해당 음원이 벌어들이는 수익을 공유하는 로얄티 개념으로 확장할 수도 있다.

아티스트 관점이 아니라 아예 투자자 관점에서 접근하는 모델도 등장하고 있다. 다수의 투자자들이 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s, 탈중앙화 자율조직)를 구성해서 투자할 펀드를 조성하고 잠재력이 높은 아티스트를 선정해 NFT를 발행하고 같이 커뮤니티 활동을 벌여서 투자 수익을 내려는 모델이 그런 예이다.

전통적인 조직과 다오(DAO)의 차이점. /김현우 기자
전통적인 조직과 다오(DAO)의 차이점. /김현우 기자

모다 다오(Moda DAO)는 디파이 메커니즘과 결합한 DAO 모델을 선보이기도 했고, 뮤직펀드(Music Fund)는 매월 3명의 아티스트를 커뮤니티 투표로 선정해 이더를 지원하고 같이 커뮤니티 활동을 지원한다. 

올해도 NFT가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 산업에서 더욱 활발하게 활용될 것이다. NFT의 거래 가격 측면에서는 큰 굴곡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사용자의 확대는 지속될 것으로 본다.

시장에서의 경쟁 또한 강화됨에 따라 NFT의 특징을 각 디지털 콘텐츠의 고유한 성격에 맞추어 좀 더 날카롭게 연결시키려 하고 있고 지속적인 커뮤니티의 성장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모델에 대한 실험도 더 많이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오디오 NFT는 아직 매우 초보적인 단계이지만,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지속 가능한 성장 여건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정우현 아톰릭스랩 대표

국내 블록체인 커뮤니티 1세대.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 석사 출신으로, 이후 미국 텍사스주립대(오스틴) 커뮤니케이션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는 아톰릭스랩 대표로 서울 이더리움 밋업 공동 운영자, 한국이더리움 사용자그룹 운영자를 역임하고 있다. 지난 2014년부터 국내외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했다. 서울 이더리움 밋업과 한국 이더리움 사용자 그룹을 중심으로 이더리움 커뮤니티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다. 2018년 아톰릭스랩 설립 후 개인키를 보다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키관리 솔루션과 이에 기반한 Dapp 지갑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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