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역 텐트촌, 쪽방촌과 달리 '공동체 생활중'
텐트촌노숙인 "구청지원 최대 두달, 못버틴다"
용산구청 "현재 관할기관, 철도공단으로 이전"
팩트경제신문에서 촬영한 텐트촌 모습./옥지훈 기자
'떠오르는 부촌' 용산구. 광활한 땅을 반납하고 평택으로 이전한 미군이 주둔하던 자리, 그 옆엔 매매가 10억을 웃도는 아파트가 있는 '금싸라기 땅'. 그런 용산구의 서쪽 중심지에 해당하는 용산역과 아이파크몰 뒤편, 이곳에 노숙인들이 모여 생활하는 텐트촌이 있다. 번쩍번쩍한 용산구 속에서 사회와 철저히 고립된 생활을 하는 그들을 팩트경제신문이 만나봤다.
26일 노을이 지는 해질녘에 방문한 텐트촌은 용산역과 고급호텔 사이를 잇는 다리 밑에 자리 잡고 있었다. 여러 텐트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텐트촌이 그들의 유일한 거처다. 서랍·장식장 등 작은 가구도 있었다. 음식은 캠핑용품으로 만들고, 화장실은 인근에 있는 대형 쇼핑몰을 이용하고 있었다.
텐트촌 생활 5년째인 A씨는 팩트경제신문에 "함께 생활하는 사람과 모여 밥도 해 먹고, 술도 마시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고 했다. 기자가 찾은 이곳엔 얼핏봐도 20~30명 사람들이 생활하고 있었다. 텐트 중 일부는 공동 '식량창고'로 사용되고 있었다. 라면·식용유·햇반·김치 등 있을 건 다 있었다. 인근 교회에서 봉사활동을 하러 왔었는지, 교회 이름이 적힌 도시락도 눈에 띄었다.

또 다른 텐트촌 거주자인 B씨는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교회 사람들이 찾아와 도시락을 나눠주곤 한다. 현재 28명가량 지내고 있는데, 모두 아는 사이다. 작은 공동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동자동 쪽방촌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쪽방이 5평 남짓의 방이라는 개인적인 공간에 갇혀 소통 없는 고립된 삶을 사는 공간이었다면, 이곳은 모두가 '함께 사는' 공동체라고 생각될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다.
실제 거주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이곳에서 10년을 지냈다고 주장하는 D씨는 "우리가 여기 살고 싶어서 살겠냐"고 호소했다. 그는 "우리도 차라리 쪽방촌에 가서 살고 싶다. 겨울엔 손난로 터뜨리고 웅크려 잔다. 얼마나 힘든지 아냐"고 강조했다.

텐트촌 사람들은 이곳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구청 등 관계 기관의 무관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쪽방촌이라도 들어가 살 수 있게 구청 차원에서 지원은 해주지만, 최대 두어 달 뿐이라는 것이다. D씨는 "물론 구청의 쪽방촌 지원을 받아본 적은 있다"면서도 "그것도 최대 두 달뿐, 해당 기간이 지나면 지원이 끊긴다. 그러니 어떻게 이곳을 벗어날 수 있겠냐"고 전했다.
팩트경제신문은 용산구청 관계자에게 텐트촌 지원 현황을 물었다. 구청 관계자는 "죄송하지만, 현재는 철도공단으로 (텐트촌 관리 관할이) 이전되어 답변을 드리기 어렵다"면서도 "그래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순찰 차원에서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본지는 철도공단 관리자에게 연결 요청을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무연고 노숙인, 죽으면 '장례비는 지원받을 수 있어'
일각에선 텐트촌 노숙인들도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용산구에 위치한 한 사회복지단체 기관 관계자는 "마냥 구청을 탓할 수만은 없다"며 "본인이 노력하면 적은 돈이라도 벌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두 달이라도 쪽방촌 입주 지원을 받고 본인이 노력해서 월세를 내고 산다면 작은 희망이라도 가져볼 수 있을 텐데, 그마저도 포기한다는 것은 아쉬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노숙인'을 일반적인 관점에서 이해하면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범준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팩트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이들은 일반인이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을 겪고 마음의 상처를 입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재기할 수 있는 힘조차 없고, 그럴 생각도 없이 모든 것을 포기해버린 상황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사회에서 노숙인 한 명 한 명에 대한 '사례 관리'가 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숲을 보면서 기본적인 지원, 예를 들면 도시락을 지원하거나 말동무가 되어주거나 하는 것 말고 노숙인에 대한 지원 사례를 모아, 이것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쉼터를 만들고, 일터를 찾게 해 줌으로써 실제 재기에 어느 정도 성공한 사례들이 분명히 있다"며 "해당 사례를 모아서 향후 또 다른 노숙인을 지원할 수 있는 성공 사례로 이용해 노숙인 지원 컨설팅을 해야 한다. 노숙인은 국가가 발전해도 항상 발생하는데, 꾸준한 사례 관리를 통해 이들을 국가 차원에서 지원해 주어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보건복지부에서 진행한 '노숙인등의실태조사' 최근 기록인 지난 2016년도 통계청 자료를 보면, 거리노숙인의 약 80%가 '일시보호시설'이 존재하는지에 대해 알고 있었다. 실제 보호시설을 경험한 인원도 50%를 넘어선다. 하지만 대부분의 노숙인은 다시 거리로 나왔다.
지난 2020년 이후 국회에서 발의된 노숙인 관련법은 총 5건이다. 이 중 한 건을 제외하곤 모두 국회 계류 중이다. 그나마 최종 공포된 법안은 최종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인데 내용은 이렇다. '무연고 노숙인 등이 사망하였을 경우 해당 시설의 장에게 그 장례를 행하게 할 수 있도록 정함'.
영상취재 : 옥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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