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구청 역학조사팀과 위생팀 핑퐁
불법 노점, 위생 단속 불가능 사각지대
이종성 의원 "구청, 특별 방역대책 내라"

17일 자정 영등포 여의도역 3번 출구 앞 포장마차 거리./김현우 기자
17일 자정 영등포 여의도역 3번 출구 앞 포장마차 거리./김현우 기자

포장마차의 계절이 돌아왔다. 따뜻한 오뎅국물에 소주 한 잔. 어지러운 도심 속 겨울 밤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그런데 위드코로나 시국 포장마차는 낭만은 커녕, 우리에게 불청객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QR코드·방문기록부 작성 등 기본 방역수칙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등 일명 '깜깜이 확진자' 양성소가 되어 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자정, 팩트경제신문은 영등포구 여의도를 찾았다. 여의도역 3번출구 앞에는 포장마차가 거리에 즐비했다. 일반 술집에서 1차를 마친 직장인들은 자정이 다가오자 포장마차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본지 취재팀은 포장마차 한 곳을 찾았다. 이 곳을 운영하는 주인 A씨는 취재진을 자리로 안내했는데, QR체크와 방문기록부 작성은 건너뛰었다. 방문기록 작성을 하지 않아도 되냐는 기자의 질문에 해당 포장마차 주인은 손사례를 쳤다.

또 다른 포장마차로 옮겨 내부를 둘러보니 계산기(POS) 뿐만 아니라 QR체크 모니터와 방문 기록부 등도 보이지 않았다. 포장마차 특성상 일반 음식점보다 공간이 좁은데, 손님은 옹기종기 붙어 앉아 있었다. 주인 A씨는 '확진자가 발생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언제 또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될지 모르는데, 일단 벌어야 산다"며 "확진자가 나오지 않길 기도할 뿐"이라고 했다.

포장마차 내부 모습. 식사를 마친 손님이 카드 계산기가 따로 없어 계좌이체를 하고 있는 모습./김현우 기자
포장마차 내부 모습. 식사를 마친 손님이 카드 계산기가 따로 없어 계좌이체를 하고 있는 모습./김현우 기자

계산 방식도 문제로 지적된다. 포장마차에선 현금·계좌이체 결제만 가능했는데, 해당 장소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즉각적인 역학조사가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확진자 발생 시, 역학조사팀에선 QR체크·방문기록부와 함께 신용카드 사용기록으로 위치를 추적하기 때문이다.

포장마차를 찾은 시민 B씨도 팩트경제신문의 인터뷰에 "오랜만에 포장마차에서 술 자리를 가지니 기분은 좋다"면서도 "비좁은 공간에서 마스크 벗고 술마시며 대화를 하는데, 불안한 것은 사실이다. 출입명단작성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된다"고 전했다.

또 다른 시민은 "방역 사각지대라고 생각한다"며 "포장마차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역학조사를 통해 추가 확진자를 격리하고 확산을 막아야 하는데, 포장마차의 방역 대책으로는 어려울 것 같다"고 지적했다.

팩트경제신문은 관할 구청인 영등포구청 역학조사팀과 위생과에 연락을 취했다. 포장마차 방역 관리에 대해 질문했지만, 각 팀 관계자는 서로 책임을 미루는 등 답변을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역학조사팀 관계자는 팩트경제신문에 "여기서는 모른다. 위생과에 문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반면 위생과 관계자는 "팀이 달라서 관계가 없다"고 짧게 설명했다.

자정이 넘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포장마차는 손님들로 가득하다./김현우 기자
자정이 넘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포장마차는 손님들로 가득하다./김현우 기자

앞서 코로나19 대확산 시기였던 지난해에도 여의도 포장마차 관련, 인근 거주 주민의 민원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영등포구청 측은 "야간 특별단속을 통해 행정처분했으며, 지속적인 계도와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면서도 "영업 허가증 및 영업 신고증이 없이 불법으로 행하여지는 포장마차에 대해서는 위생상태 점검을 할 수 없음을 알린다"고 답변했다. 이같은 내용이 적힌 주민 민원에 대한 답변서에는 '자세한 문의는 영등포구청 위생과와 가로경관과로 연락 달라'는 안내 문구가 적혀있었다. 

지우현 영등포구청 가로경관과 담당자는 팩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일단, 저희 부서에서 답변할 내용은 아닌 듯 하다"면서도 "(해당 포장마차는) 야간시간에만 운영이되는 '불법 노점'이며, 따라서 '도로 점용' 부분만 단속한다. 앞으로도 지속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7월, 여의도 주민이 포장마차와 관련, 영등포구청에 제기한 미원에 대한 구청 측의 답변서./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지난해 7월, 여의도 주민이 포장마차와 관련, 영등포구청에 제기한 미원에 대한 구청 측의 답변서./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보건위) 소속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팩트경제신문과 인터뷰에 "(포장마차의 경우) 당초 불법 시설이기 때문에, 불법시설을 위생검열 하기엔 제도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다"면서도 "사각지대로써 허점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근본적으로 불법시설에 대한 위생검열이 어렵게 된 '제도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사각지대가 해소될 수 없다고 본다. 불법시설물 단속과 별개로 방역수칙을 지킬 수 있도록 권고하는 노력을 지속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보건위 소속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도 팩트경제신문에 "영등포구청 등 지자체에서 방역 사각지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특히 포장마차의 경우, 방역 측면에서는 위험도가 높지만 대부분 생계가 어려운 분들이 영업을 하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안심콜' 등 포장마차와 같은 방역 사각지대를 위한 특별 방역대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구청에서는 담당 부서 간 방역 관련 업무를 서로 미룰 것이 아니라, 책임감을 가지고 시민의 방역 안전을 위해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보건당국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율은 78%로 집계됐다. 다만, 일별 국내 확진자 수는 17일 0시 기준, 3187명으로 나타나면서 '위드코로나' 방역 체계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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