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서 “실제 사용 안해” 복선 논란
트럼프 서명 없인 10%p↓ 효력 無
이대로면 현대차·기아 3분기 직격탄
車관세 볼모 무역협상 ‘유리한 포석’

“좋은 펜(nice pen)입니다. 제가 사용해도 되겠습니까?” 지난달 25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명용 펜에 관심을 갖자 이재명 대통령은 “대통령이 하시는 아주 어려운 사인에 유용할 것”이라고 흔쾌히 응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펜을 들어 주변에 보여주며 “실제로 사용하지는 않겠지만 선물을 아주 영광스럽고 소중하게 간직하겠다”고 말했다.
양국간 예민한 무역협상 의제가 오가는 시기였기에 이 대통령은 서명용 펜을 선물하며 추후 예고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관대한’ 서명을 기대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상회담 한 주가 지난 오늘까지 자동차 관세 인하는 ‘묵묵부답’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자동차에 대한 품목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겠다고 했지만 실제로 이행이 되지 않고 있어 관련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를 두고 정상회담 자리에서 “(서명용 펜을) 실제로 사용하지는 않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복선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미 정상이 첫 정상회담에서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큰 틀에서 승인했지만 미국의 대(對)한국 통상 압력이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관세 장벽 가동으로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은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7월 대미 자동차 수출은 182억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15.1% 감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 관세를 볼모로 잡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이 자동차 관세를 지렛대 삼아 상대방에게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EU와 처음 무역 합의를 문서화한 공동 성명을 발표하면서도 상대방의 선 조치 이후 자동차 관세를 낮추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에 EU는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산 공산품 관세를 전면 철폐하고 미국산 해산물과 민감하지 않은 농식품의 저율관세할당(TRQ) 물량을 늘려 특혜적 시장 접근권을 제공하는 내용을 담은 입법안을 발표하는 등 자동차 관세 인하를 실제 받기 위한 후속 조치를 서두르고 있다.
한국의 경우 관건은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의 이행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이 자동차 관세를 볼모 삼아 대미 투자 패키지 이행 방식, 농산물 등 비관세 장벽 문제 해결을 도모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한미 양국은 직접투자 비중 등 패키지 구성, 투자 의사 결정, 이익 귀속 등 문제를 놓고 견해차를 노출하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이 같은 이유로 정상회담 공동성명이 도출되지 못했다는 얘기도 전해졌다.
아울러 민감한 농산물 분야에서도 미국이 한국의 ‘선 행동’을 요구하면서 ‘비관세 장벽’ 해소를 촉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통상 당국 관계자는 “외형적으로는 미국이 주요국과 관세 협상을 타결했지만 한국, EU, 일본이 누가 먼저 자동차 관세를 면제받느냐 하는 경쟁에 새로 돌입한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을 유념하고 관련된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성경제신문 유준상 기자 lostem_bass@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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