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 공사 막대한 사업비에 수차례 좌초
다수 변수에 투자 손실 발생 위험 상존
“관세 인하 레버리지 활용해야” 주장도
김용범 “JV 설립 실무 논의 없어” 버티기

일본의 알래스카 LNG(액화천연가스) 개발사업 참여에 이어 미국의 다음 타깃이 된 한국에 대한 참여 압박 수위가 한층 거세지는 양상이다. 한국의 참여는 그동안 암묵적인 기류만 흘렀지만 한미 정상회담에서 직접 언급되면서 기정사실로 되고 있다.
다만 대통령실에서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가 실무적으로 논의된 사안이 아니라고 밝혀 향후 결과가 주목된다.
27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D.C.에서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과 알래스카 프로젝트 합작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일본도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2일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과 관세 협상을 타결한 직후 "알래스카 사업을 위해 일본과 미국이 합작 투자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일본의 참여가 결정된 상황에서 한국의 투자도 끌어내 한미일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알래스카 가스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사업은 알래스카 북극권 동토인 알래스카 노스슬로프 지역에서 추출한 천연가스를 약 1300㎞ 길이의 가스관으로 앵커리지까지 운송한 뒤 LNG로 전환·판매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전체 사업비는 450억 달러(약 64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초기부터 주요 LNG 수요국인 일본, 대만, 한국에 프로젝트 참여를 촉구해 왔다. 미국으로서는 대서양이나 파나마 운하를 거치지 않고 LNG를 수출할 수 있는 새로운 판로를 개척할 수 있고 에너지 공급망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압박 속에서 지난 3월 대만이 국영 석유기업인 대만중유공사(CPC)를 통해 알래스카 가스라인 개발공사(AGDC)와 LNG 구매·투자 의향서를 체결하며 참여를 결정했다. 이어 지난 6월 미일 무역 합의 타결 직후에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공화당 의원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일본이 미국과 조인트 벤처(JV)를 설립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일본의 참여가 확인됐다.
다만 일본이 어떤 방식으로 알래스카 LNG 사업에 참여할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제 핵심 LNG 수요국 3개국 가운데 한국만 남은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계속되는 투자 압박 속 한국 정부 측의 입장은 아직 분명치 않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 열린 브리핑에서 “알래스카 합작투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협력 분야 중 에너지 얘기하며 언급한 것”이라며 “실무적 논의는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알래스카 프로젝트에 적극 나서지 않는 이유는 불투명한 사업성 때문이다. 초기 인프라 미비, 건설 지연 및 비용 증가 우려, 핵심 수요처인 아시아 지역의 LNG 수요 감소와 세계 LNG 공급량 증가로 인한 가격경쟁력 불확실, 국내 수요 불확실성 등 구조적 한계가 분명하다.
실제로 알래스카의 가스 매장량은 풍부하지만 극지 공사라는 공사 난이도와 막대한 사업비 탓에 사업은 수차례 좌초 위기를 겪었다. 천연가스 가격의 등락에 따라 투자 손실이 발생할 위험도 상당하다. 노란봉투법·상법 추진에 법인세 인상까지 가중되는 상황에서 해외 사업 리스크까지 안겨 주는 것은 한국 기업에 커다란 압박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리스크는 있지만 사업성만 확인된다면 대미 관세협상 과정에서 상호관세를 낮추는 지렛대로 알래스카 사업을 검토해 볼 수 있다는 제언도 나온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천연가스 수입액은 293억 달러다. 이 가운데 호주 비중이 24.5%로 가장 높고 카타르(22.6%), 오만(11.8%), 말레이시아(11.6%) 순이다. 미국 비중은 5.3%로 다섯 번째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여성경제신문에 “알래스카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안정적으로 저렴한 가스를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가격 변동성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성경제신문 유준상 기자 lostem_bass@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