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고령자돌봄주택 특별법안 발의
'중산층 모델' 취지에도 지원책 비어
전문가 "기존 시설 흡수·보완이 먼저"

‘중산층 고령자 주거모델’을 내세운 고령자돌봄주택 특별법이 국회에 발의됐다. 하지만 실질적 지원책은 빠져 있으며 기존 노인 주거시설 정비 없이 또 다른 유형을 추가하는 방식은 현장 혼란만 일으킨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0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법안은 고령자에게 임대 방식으로 주거 공간을 공급하면서 돌봄과 의료를 함께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시설 유형을 신설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하지만 노인복지주택·고령자복지주택 등 개념 혼선과 토지 제공·비용 보전 같은 핵심 지원은 빠져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선 기존 시설의 제도권 흡수에 대한 고민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과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5일 여러 법령에 흩어진 고령자 주거시설, 건강관리, 돌봄 서비스 등을 통합하고 중산층을 위한 새 주거시설을 효율적으로 공급하는 내용의 '고령자돌봄주택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현재 고령자 주거시설이 고소득층을 위한 노인복지주택과 저소득층을 위한 고령자복지주택으로 이원화돼 있고 시설 관리도 국토교통부와 보건복지부로 나뉘어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새로운 주거 유형을 법으로 마련해 중산층을 포함한 다양한 고령자의 주거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것이 법안의 취지다.
법안의 주요 골자는 다섯 가지다. 국토부가 설치·등록을 맡고 복지부가 돌봄 서비스 품질 관리에 협의하는 양 부처 협력 구조를 마련했다. 건설·취득·관리 과정에서는 국세·지방세를 감면하고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사업자로 등록하려면 최소 자본금 10억원과 전문 인력·시설을 갖춰야 한다.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장기요양기관으로 자동 인정돼 보험 청구도 가능하다. 입주자 보호를 위해 10년 이상 임대 의무와 표준 임대차 계약서 사용 규정도 포함됐다.
중산층 모델? 개념부터 혼선···지원책 부재
하지만 전문가들은 법안이 전제로 삼은 ‘중산층 모델’이 개념부터 불분명하다고 지적한다. 노인복지주택은 민간 중심, 고령자복지주택은 저소득층 대상의 공공임대주택으로 성격이 다른데 이를 양극단으로 구분해 그 사이에 ‘중산층 대안’을 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노인복지주택은 흔히 말하는 실버타운으로 만 60세 이상이면 입주 가능하지만 보증금과 월 생활비를 전액 부담해야 해 경제적 여유가 있는 노인을 대상으로 한다. 반면 고령자복지주택은 주택법에 근거한 공공임대주택이다. 만 65세 이상 저소득층 고령자를 대상으로 LH나 지자체가 공급하며 복지 서비스도 외부 연계에 의존한다.
중산층 모델에 필요한 실질적인 지원책도 부재하다. 이지희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 사무국장(수원여대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중산층 모델이 필요하다고 설명하지만 구체적인 지원책은 빠져 있다”며 “일본 '서비스 제공형 고령자 주택'의 경우 건축비의 10분의 1, 개보수 비용의 3분의 1을 직접 보전해 줬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법안에는 세제 혜택 정도만 명시돼 있다”며 “취득세·재산세 감면은 이미 시행 중인 제도라 차별성이 없다. 토지 제공이나 비용 보전이 빠진 상태에서 어떻게 ‘중산층 주거 모델’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기존 시설 정비 없는 신설···현장 혼란 가중
기존 제도를 정리하지 않은 채 새로운 유형만 추가하는 방식도 지적된다. 표준계약서, 정보공개, 10년 임대 의무 등 기존 지적 사항을 모아놓은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사무국장은 “노인복지주택과 유료양로시설이 이원화돼 이미 혼란스러운 상황인데 돌봄주택까지 신설하면 제도만 늘어나 현장은 더 복잡해질 수 있다”며 “일본은 인력 배치·설비 기준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한 기존 시설을 ‘개호형 유료노인홈’으로 지정해 보험 청구를 허용하는 방식으로 정비한 뒤 새로운 모델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또 “국내는 유료·무료 양로시설 구분도 정비되지 않았다. 노인복지주택은 분양·임대가 섞여 있으며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시설도 있다”며 “이미 중산층 대상으로 나온 실버스테이조차 필수 서비스 기준이 정해지지 않았는데 또 다른 모델을 만들면 혼란만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취지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오래된 시설들의 개보수 지원이나 장기요양보험 적용 확대 같은 현실적 보완책 없이 신규 유형만 늘리면 현장의 혼란은 더 심화할 수 있다”며 “일본처럼 기존 시설을 제도권 안으로 흡수·정비하는 과정을 병행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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