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타운 실태조사·결과 공표 논의
소비자 접근성 보장·운영 투명성 강화
일본 '중요 사항 설명서' 도입 제안도
"평가 기준·합의 없인 제도화 난망"

실버타운 서비스 정보 공개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품질과 서비스에 대한 실태조사와 그 결과 공표는 노인의 선택권을 넓히고 운영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구체적 항목 설계와 사회적 합의 없이는 제도화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8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현행법은 노인복지주택에 입소 자격 등 일부 사항만 규정할 뿐 서비스나 품질 관련 정보 공개에 관한 규정은 없다. 이 때문에 입주 희망자들이 시설별 서비스 수준과 운영 실태를 쉽게 확인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업계는 “정보공개는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장치”라며 제도화 필요성을 강조해 왔지만 동시에 객관성 확보 방안이 불명확하다는 현장 우려도 뒤따른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3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인복지주택 운영자가 홈페이지 등에 서비스 내용을 공개하고 보건복지부 장관이 3년마다 품질·서비스 실태조사를 실시해 공표하는 내용의 노인복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다만 지난달 보건복지위원회는 검토 보고서를 통해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공개해야 할 서비스 항목이 법안에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아 하위 법령에서 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노인복지주택은 전체 노인주거복지시설의 13.5%에 불과해 별도 실태조사를 신설하기보다 기존 노인실태조사에 포함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복지부 역시 소비자 선택권 보장 필요성에는 동의하면서도 ‘별도 조사 불필요’ 입장을 밝히며 사실상 제도화에는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일본식 공시 제도나 민간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에서 시행 중인 ‘서비스 인증제’ 도입을 제안해 왔다. 유선종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난 7월 본지가 보도한 ‘[실버타운 2.0] (49) "일찍 입주하면 이득"···부동산학자가 제시하는 K-고령자 주거 청사진’에서 일본의 '중요 사항 설명서'를 사례로 들며 “운영자, 직원 자격·근속연수, 입주자 건강 상태 및 장기요양등급 여부, 퇴소 사유, 프로그램 등 운영 전반을 외부에서 확인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라고 했다.
김덕원 에스엘플랫폼 상무이사는 ‘[실버타운 2.0] (60) "실버타운은 '서비스사업', '주택사업' 아니야"···제도화 없인 그림의 떡’에서 “노인복지주택도 뉴스테이(민간 기업형 임대주택)처럼 2년에 한 번씩 서비스 인증제를 통해 평가·검증을 하고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공개할 것인가’라는 현실적 고민이 따른다. 익명을 요구한 A 실버타운 운영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소비자 선택권 보장을 위해 정보공개가 필요하다는 점은 올바른 흐름이라고 본다”면서도 “문제는 어떤 항목을 어떻게 객관적으로 공개할 수 있느냐다”라고 말했다.
그는 “요양원 평가처럼 정부가 등급을 매겨도 실제 공실률이나 입소자·가족 만족도와는 상관관계가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며 “시설마다 신축·노후 정도가 달라 일률적 평가 기준이 적용되면 기존 운영자들이 불편을 겪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평가 기준은 현장 경험이 반영돼야 한다. 운영자와 이용자 모두가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 ‘중요 사항 설명서’ 제도에 대해서는 “국내 도입도 가능하다”면서도 “건강 악화, 불만족 등 퇴소 사유는 이용자에게 의미 있는 자료가 될 수 있지만 시설이 표기하기 나름이라 객관성 확보에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A 운영자는 “구속 장치가 없어도 잘 운영되는 시설들이 많다. 일부 부실 사례만 보고 전체를 규제하는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보공개는 벌을 주는 수단이 아니라 잘 운영하는 시설을 찾아내고 알리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정량적 평가는 현실을 반영하기 어렵고 정성적 평가는 객관성이 부족하다. 결국 장기간 논의와 합의를 통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균형 잡힌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