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까지 3000호 이상 승인 목표지만
인허가 통과 0건···고척동 28년 입주
민간 참여 저조···분양·임대 혼합 문제
"수요 대상자 특성 반영한 설계 필요"

서울시가 지난해 발표한 ‘어르신 안심주택’이 2027년 첫 입주 목표를 세웠지만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인허가를 통과한 사업장이 한 곳도 없고 시범사업도 지연되면서 목표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전문가들은 민간 참여 부진의 근본 원인으로 수요와 고령층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제도 설계를 지적한다.
25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는 지난해 어르신 안심주택 계획을 발표하며 올해까지 3000호 사업계획 승인, 2027년 첫 입주를 목표로 내걸었다. 하지만 아직 인허가를 받은 곳은 한 곳도 없다. 현재 구로구 고척동과 은평구 수색동 2곳이 시범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어르신 안심주택은 청소, 건강관리 등 기본적인 생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령자 맞춤형 아파트다. 복지시설이 아닌 공공주택특별법상 일반 공동주택에 해당한다. 공공임대와 일부 분양을 혼합해 민간 참여를 유도하면서도 공공성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고척동 사업장은 심의 절차까지 마쳤으며 연내 인허가를 받아 2028년 입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5월 게재된 ‘고척동 62-1번지 일원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어르신안심주택) 공급촉진지구 지정 등을 위한 열람 공고’에 따르면 대상 부지는 5644㎡ 규모로 자연녹지지역에서 제2종일반주거지역으로 용도가 변경된다. 사업시행자는 밀리언골프클럽, 사업기간은 지구 지정일부터 2028년까지다. 첫 입주 시점은 애초 계획보다 최소 1년 늦춰질 수밖에 없다.
수색동 사업장은 아직 사전 자문 단계에 머물러 있어 당초 목표 달성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안심주택 사업은 △사업 제안서 접수 및 검토 △통합심의위원회 사전 자문 △사업계획 접수 △주민 열람 공고 및 관계 부서 협의 △통합심의위원회 심의 △지구 지정·승인 및 고시 △착공 순으로 진행된다. 통상 인허가 이후 착공·준공까지는 최소 3~5년이 걸리기 때문에 2027년 첫 입주가 어려운 것이다.

서울시는 2040년까지 어르신 안심주택 3000호를 포함해 민간형 시니어주택 총 7000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분양 물량 확대, 용적률 상향, 면적 기준 완화, 세제 감면 등 각종 인센티브를 내놨지만 현장 반응은 미지근하다. 서울시는 주택진흥기금 도입 등 추가 지원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고령층의 실제 생활 특성과 수요를 반영한 제도 설계가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덕원 에스엘플랫폼 상무이사(시니어스마트하우징 협의회장)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어르신 안심주택은 임대 100% 모델로 가야 한다”며 “70~80대 고령자는 이미 집을 팔거나 자녀에게 증여하는 시점이지 새로 분양을 받아 취득세·등록세를 내고 들어가려 하지 않는다. 분양 비율을 30%까지 확대한 것은 고령층 특성과 맞지 않는 발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익숙한 동네를 떠나지 않으려는 성향까지 고려하면 정책 설계부터 한계가 있다”고 했다.
그는 “분양과 임대를 섞으면 소셜믹스 갈등이 불가피하다. 입주자 회의에서 월세를 낮추자는 요구가 나오면 돌봄·의료 서비스가 축소돼 지속성이 흔들릴 수 있다”며 “민간사업자 입장에서도 수익 보장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용적률 상향 등의 건축 인센티브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고령층은 역모기지나 임대 보증금·월세 구조를 통해 생활비를 충당해야 하는데 현 제도는 수입이 없는 다수 노인에게 부담이 클 수 있다. 의료·건강 서비스 수요까지 고려하면 입주자의 주거비 부담을 낮출 제도적 지원도 병행돼야 민간 참여와 사업성이 확보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니어의 실제 생활 패턴과 수요를 정밀하게 분석한 뒤 제도를 설계해야만 사업이 현실화할 수 있다”며 “민간에는 실질적 인센티브를, 입주자에게는 역모기지(주택연금)·증여 관련 세제 혜택 등 부담 완화 장치를 병행해야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살아난다”고 제언했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