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원 에스엘플랫폼 상무 인터뷰 下
설계-운영 일체화·서비스 디테일 강조
AI·IoT·헬스케어 등 세세한 조건 제시

"시니어 주거는 식사·헬스케어·주거 서비스·커뮤니티 등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체계가 핵심입니다. 실버타운의 지속 가능성을 가르는 것은 건물이 아니라 서비스의 디테일이죠. '월 100만~200만원에 최고급 호텔식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식의 마케팅은 현실성이 없습니다. 토지·건축비·운영비를 고려하면 최소 월 300만원 이상이 돼야 유지할 수 있어요. 결국 서비스의 범위와 비용 현실을 동시에 고려해야 합니다."
지난 '[실버타운 2.0] (60) "실버타운은 '서비스사업', '주택사업' 아니야"···제도화 없인 그림의 떡' 기사에서 김덕원 에스엘플랫폼 상무이사는 실버타운을 '서비스사업'으로 규정하며 제도적 지원과 서비스 인증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하편에서는 어떤 서비스 디테일이 성패를 가르는지, 지속 가능한 운영 조건을 중심으로 짚었다. 에스엘플랫폼은 아파트·호텔·실버주택 등 주거시설을 운영하며 연 매출 500억원대의 종합 운영 실적을 보유한 기업이다.
29일 김덕원 상무는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실버타운 도면 설계부터 운영사가 참여해야 지속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간·공공임대 아파트에서도 커뮤니티 시설과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 핵심은 헬스케어와 식사 문제 해결"이라며 "이 두 가지를 보강하면 기존 아파트가 실버타운의 상당 부분을 대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ㅡ국내 서비스 중심 주거 모델 성공 사례로 수원 권선 아파트를 꼽았다. 이유가 궁금하다.
"'서비스를 제대로 붙이면 주거가 이렇게 달라진다'라는 점을 입증한 사례다. 수원 권선 꿈에그린은 뉴스테이(민간 기업형 임대주택) 2400세대 규모로 에스엘플랫폼이 6년째 임대·시설 관리부터 커뮤니티 운영·서비스를 맡고 있다.
단지에는 문화강좌실, 맘&키즈카페, 작은 도서관, 필라테스·웨이트존, 아동 스포츠 교실, 로봇 카페, 게스트하우스 등 20여 개 커뮤니티 시설이 있다. 카셰어링, 반찬 배달, 하우스키핑, 청소·방역, 공동구매, 출장 세차 같은 생활 서비스와 GX·문화 강좌, 요가, 체력 향상 프로그램 등 웰니스·시니어 맞춤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된다.
그 결과 교통 여건이 불리했음에도 초기 입주율 97%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다른 민간 임대 아파트가 20~40%에 머문 것과 대비됐다. 초기부터 커뮤니티 시설과 프로그램을 전면 가동한 점이 주효했다. 월 50개 이상의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입소문을 탔다. 결국 자본력과 서비스 운영 의지가 없다면 '껍데기뿐인 아파트'로 전락할 수 있다."
ㅡ노인복지주택은 토지비와 건축비 부담이 크다는 점이 꾸준히 지적된다. 어떤 조건에서 수익 구조가 유지될 수 있으며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핵심은 설계 단계부터 운영사가 함께 참여하는 것이다. 도면이 생활 패턴과 맞지 않으면 규모와 상관없이 운영 비용이 커진다. 이용률이 적고 비용이 큰 시설들을 배제만 해도 생활비, 관리비를 많이 절감할 수 있다.
운영비를 확보하려면 최소 300세대 이상이 필요하다. 다만 지역·프로젝트 조건에 따라 다르다. 반면 1000세대급 대단지는 아침·점심·저녁마다 식당에 수백 명이 몰려 동선 혼잡과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생긴다. 현장 위치에 따라 적정한 세대 수와 커뮤니티 시설, 운영 계획이 필요하다.
예컨대 800여 세대 단지의 경우 실제 거주 인원이 1200~1300명으로 최소 2교대 기준 600석 규모의 식당이 필요하다. 하지만 식당을 작게 설계해 의무식을 90식에서 30식으로 줄인 사례가 있었다. 고정 수입이 빠지면서 운영비와 관리비가 상승하는 악순환이 발생했다.
여러 실버타운이 자사로부터 도면 검토와 재설계 권고를 받았지만 반영이 미흡해 결국 일부는 리스크를 안고 진행됐다. 초기에 운영사를 선정해 도면 검토, 커뮤니티 배치, 시스템 구축, 응급 대응, 인력 배치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

ㅡ특히 운영비 산정을 제대로 못 하는 점을 지적했다.
"건축비는 수지표대로 잘 산정되지만 서비스 운영비를 계산하는 전문 인력과 회사가 부족하다. 현재는 시행사나 컨설팅 회사가 주로 맡지만 실제 운영과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커뮤니티 시설, 리셉션, 스카이라운지에 데스크가 각 3곳에 설치되면 시간대별 직원 배치, 주말 알바 등 포함해 데스크 인건비에만 상당한 비용이 든다. 설계 단계에서 무인 시설 통합·인력 배치 조정을 하면 인건비(생활비)를 대폭 줄일 수 있다. 이런 고려 없이 착공하면 사업 수지가 맞지 않아 1~2년 내 문을 닫는 사례가 생긴다.
운영비 산정이 잘못되면 생활비를 낮추기 위해 서비스부터 줄이게 된다. 그러면서 '노인복지주택은 망하는 사업'이라는 오해가 쌓인다. 문제를 짚지 않고 건축 중심으로만 접근하다 보니 같은 실패가 반복되고 있다."
ㅡ노인복지주택에서는 어떤 서비스가 필수라고 보는가.
"△헬스케어 △프롭테크 △주거 서비스 △문화·여가 프로그램 △임대·시설 관리 등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체계다. 하지만 일부 호텔이나 건설사가 맡으면 컨시어지 데스크만 두고 나머지는 외주로 넘기는 경우가 많아 '호텔식 서비스'라는 이름만 남고 전문성은 떨어진다."
ㅡ에스엘플랫폼에선 서비스를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일반 분양 아파트, 하이엔드 고급 아파트, 민간 임대아파트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앱을 통한 주거 서비스 제공을 비롯해 비대면 진료도 가능하다. 처방전을 받아 원하는 약국에서 수령할 수 있다. 개인별 건강 기록부 제공, 공용부 건강 측정 기기 설치 등도 하고 있다. 이런 서비스야말로 노인복지주택에 필요하지만 실제 운영 단계에서는 대부분 빠지는 것이 현실이다.
운영사 일각에서는 '노인이 앱을 못 쓴다'는 이유로 이런 서비스가 불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입주 시점이 5년, 10년 뒤라면 이미 스마트폰에 익숙한 세대가 들어온다. 더구나 자녀가 원격으로 부모의 건강 기록을 확인할 수 있어 돌봄 공백을 줄일 수 있다. 결국 서비스 경험이 없는 사업자들의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
헬스케어 서비스는 의료법 이슈로 전문 회사를 통해 24시간 365일 제공한다. 간호사 건강 상담, 진료 예약 대행, 병원 예약, 방문 간호사 파견까지 가능하다. 새벽 2시에 어르신이 단순 불면이나 통증으로 전화를 걸어도 간호사가 오랜 시간 상담한다. 단순 의료 행위를 넘어 정서적 안정 효과도 크다."

ㅡ현장에서 느낀 헬스케어 서비스의 기술적 과제가 있다고.
"장비와 앱이 제각각이라 건강 데이터가 통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체성분 분석은 A 회사, 혈당은 B 회사, 혈압은 다른 중소기업 제품을 사용하는 식이다 보니 건강기록부가 하나로 모이지 않아 간호사나 입주자가 종합적으로 관리하기 어렵다.
해결책은 브랜드 일원화다. 하나의 앱에서 모든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비용이 추가로 드는 것도 아니고 장비 성능도 상향 평준화돼 있어 특정 브랜드를 선정해 일괄 적용하면 된다. 실버타운이라면 공용부와 전용부 장비를 하나의 브랜드로 통일해 관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ㅡ헬스케어 외에도 세심한 디테일이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를 개선할 핵심 해법은 무엇일까.
"고령자 특성이 설계에 반영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예컨대 비밀번호를 잊거나 지문 인식이 잘 되지 않아 안면 인식 도어락이 필요하지만 현실에선 고려되지 않는다.
생활 편의 시설 역시 부족하다. 요실금 냄새를 줄이는 공기 정화·탈취 시스템, 냄새가 덜 배는 가구 소재 같은 기본 요소도 빠져 있다. 일본은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현관문 이중 아이홀, 엘리베이터 내 의자, 복도 비상등, 관리자가 즉시 진입할 수 있는 비상벨·현관 잠금 연동 시스템까지 세세한 기준을 반영했다.
국내 실버주택에서는 비상벨이 전등 스위치 옆에 설치돼 쓰러진 어르신이 사용하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버튼을 보호 커버 속에 두는 등 실사용이 어려운 방식도 많다. AI 스피커를 연동해 '119 불러줘' 같은 음성 명령만으로도 대응할 수 있지만 현장에서는 이런 기술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이는 복지부와 국토부로 운영·건축 관할이 이원화돼 세부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서다. AI·IoT 기술을 통한 통합 관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월패드·가전·출입 통제·주차 관제 등이 서로 다른 회사 제품으로 도입돼 앱이 따로 운영된다. 입주자는 여러 앱을 써야 하는 불편을 겪는다.
결국 통합 시스템 반영과 건축 설계 기준 마련이 핵심 해법이다. 비상벨 위치, 가구 소재, 공기 정화 설비 등 세세한 항목까지 규정해야 실질적인 '서비스형 노인 주거'가 구현될 수 있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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