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원 에스엘플랫폼 상무이사 인터뷰
임대 관리·플랫폼 운영···기획부터 서비스
세제·금융 지원 등 민간 기업 유인책과
서비스 유지·차별화 위한 인증제 시급

27일 여성경제신문이 김덕원 에스엘플랫폼 상무이사와 만나 국내 노인복지주택 현황과 한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정수 기자

"실버타운은 서비스 사업입니다. 주택 사업이 아니죠. 전국 100여 개 시행사가 저희를 찾아옵니다. 돈이 안 돼도 제대로 실버 사업을 하려는 주체는 5%에 불과해요. 제도적 지원과 서비스 인증제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국내 노인복지주택은 실패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습니다."

노인 인구가 매년 20만명씩 늘고 있지만 노인복지주택은 낮은 사업성으로 확산하지 못하고 있다. 분양형이든 임대형이든 건축이 아니라 '서비스 사업'이라는 본질을 외면한 채 공급만 늘린다면 지속 가능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요 역시 제한적이다. 김덕원 에스엘플랫폼 상무는 "일부 신규 실버타운은 입주율이 15~20%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실수요는 있지만 가격이 비싸고 제공되는 서비스가 뚜렷하지 않다 보니 '굳이 그 돈을 내고 들어갈 필요가 있나'라는 인식이 강하다. 결국 혜택과 특화 서비스가 없으면 경쟁력이 없다"고 말했다.

또 "서비스 인증제란 호텔 등급처럼 정기적으로 서비스 품질을 검증하고 기준을 충족한 운영사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라며 "현재는 이런 장치가 없어 건물만 남고 서비스가 사라지는 상황이 반복된다.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에스엘플랫폼은 아파트·호텔·실버주택 등 주거시설을 운영하며 연 매출 500억원대의 종합 운영 실적을 보유한 기업이다.

27일 여성경제신문과 만난 김 상무는 "입주자 유인을 늘리려면 증여세·상속세·양도세 감면 등 세제 혜택이 필요하고 공급자에게는 용적률·건폐율 인센티브, PF 금리 우대, 건축 인센티브 같은 지원이 절실하다"며 "결국 노인복지주택은 제도적 지원을 수반한 주거 인프라 정책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인 인구가 매년 20만명씩 늘고 있지만 노인복지주택은 낮은 사업성으로 확산하지 못하고 있다. 분양형이든 임대형이든 건축이 아니라 '서비스 사업'이라는 본질을 외면한 채 공급만 늘린다면 지속 가능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챗GPT
노인 인구가 매년 20만명씩 늘고 있지만 노인복지주택은 낮은 사업성으로 확산하지 못하고 있다. 분양형이든 임대형이든 건축이 아니라 '서비스 사업'이라는 본질을 외면한 채 공급만 늘린다면 지속 가능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챗GPT

ㅡ에스엘플랫폼 상무이사를 맡은 동시에 한국프롭테크포럼 산하 시니어스마트하우징 협의회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스마트하우징'의 차별성과 함께 소개해 달라.

"'건축이 아닌 서비스 중심 관점이 필요하다'. 2년간 협의회를 통해 아카데미·포럼·세미나를 열며 시니어 주거 사업자들에게 강조한 말이다. 비대면 진료, 운영 앱, 특화 커뮤니티 시설 같은 프롭테크 기반 설루션을 결합한 것이 ‘스마트하우징’의 핵심이다. 단순 건축에 머무르지 않고 IT와 서비스로 노인복지주택의 한계를 보완하는 개념이다.

에스엘플랫폼은 연 매출 500억원대의 종합 운영사로 아파트·호텔·빌딩·노인복지주택을 아우른다. SH·LH 자문, 400여 시행사, 삼성·LG 등과 협업하며 위례·대구·광주 단지 등 다양한 운영 경험을 쌓았다. 부동산 기획부터 임대 운영, 커뮤니티·주거 서비스, 플랫폼 운영까지 직접 수행하는 것이 가장 큰 차별점이다. 현재 77개 주거 단지, 95개 업무용 건물, 12개 호텔·숙박을 포함해 누적 15만8000여 세대의 운영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부동산 종합 서비스 기업 ㈜에스엘플랫폼이 업무 시설용 스마트 오피스 플랫폼 ‘SLP Office’를 이달 공식 출시했다. 기존 주거 공간용 스마트 플랫폼 ‘SLP Plus’에 이어 이번 오피스 플랫폼으로 업무 시설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사진은 SLP Office 앱 화면 /에스엘플랫폼
부동산 종합 서비스 기업 ㈜에스엘플랫폼이 업무 시설용 스마트 오피스 플랫폼 ‘SLP Office’를 이달 공식 출시했다. 기존 주거 공간용 스마트 플랫폼 ‘SLP Plus’에 이어 이번 오피스 플랫폼으로 업무 시설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사진은 SLP Office 앱 화면 /에스엘플랫폼

ㅡ실버타운은 사업성이 낮아 민간 참여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꾸준하다. 가장 근본적인 제도적 장벽은 무엇인가.

"출구(exit) 방안과 제도적 지원의 부재다. 지난해 노인복지주택 사업 문의가 100건에 달했지만 올해는 5건 남짓으로 급감했다. 시행사와 건설사들이 사업성이 낮고 출구 전략이 없다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10년 운영 후 분양 전환이나 대기업·외국 자본 펀드를 통한 회수 장치가 있어야 민간 참여가 가능하다. 지금처럼 모든 위험을 민간이 떠안는 구조라면 사업은 커질 수 없다.

의료재단·종교재단·교육재단 같은 주체들의 참여도 필요하다. 예컨대 공주원로원은 종교재단이 토지를 기부하고 운영비를 지원해 사업성이 확보됐다. 이런 구조를 확대하려면 상속세·증여세 감면, PF 대출이자 인하 같은 세제·금융 장치가 뒷받침돼야 한다."

ㅡ국내 노인복지주택 시장 현황과 직면한 한계는 무엇인가.

"노인복지법상 직원 배치 기준이 시설장·사회복지사·관리인 3명에 불과하다. '돈이 안 되는 사업'인 이유다. 식사·커뮤니티·서비스 인력까지 포함하면 운영비 부담이 커 정부 지원 없이는 지속하기 어렵다.

이로 인해 민간은 자연스럽게 ‘하이엔드’ 상품으로 쏠리고 있다. 수억 원대 고가 아파트형 노인주택에 부대시설과 서비스를 붙여 고소득층을 겨냥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계층은 이미 기존 고급 아파트에서 조식·컨시어지·커뮤니티 서비스를 누리고 있어 굳이 노인복지주택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

일반 아파트의 서비스 수준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최근 대단지 아파트에는 피트니스, GX룸, 사우나, 게스트하우스, 심지어 명품 라운지·위스키바·풀빌라 같은 고급 커뮤니티 시설까지 들어서고 있다. 노인복지주택만의 차별화 요소로 여겨졌던 시설이 아파트에 속속 도입되면서 경쟁력이 약화한 것이다.

기존 노인복지주택은 일본을 그대로 참고한 '1세대 노인복지주택'이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이 일본보다 커뮤니티 시설, 서비스가 많이 늘어났다. 결국 노인복지주택은 의료·케어·헬스케어를 포함한 서비스 차별성을 확보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김덕원 상무는 "결국 노인복지주택은 의료·케어·헬스케어를 포함한 서비스 차별성을 확보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김덕원 상무는 "결국 노인복지주택은 의료·케어·헬스케어를 포함한 서비스 차별성을 확보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게티이미지뱅크

ㅡ서비스가 아예 운영되지 않는 실버타운도 있다. 대부분 분양형 단지에서 발생하는 서비스 축소의 원인과 보완책은 무엇일까.

"실패 사례의 핵심은 입주자대표회의(입대위)가 과도한 권한을 행사하는 분양형 실버타운의 구조다. 생활비 인하를 이유로 식사·커뮤니티·간호 같은 필수 서비스를 중단시키는 경우가 잦았다. 입주자 가계 사정, 특히 자녀 세대의 경제적 변화로 생활비 납부가 어려워지면서 서비스 축소 요구가 더해진다.

분양형 자체는 필요하다. 민간 참여를 유도하는 최소한의 장치가 될 수 있다. 사업주가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exit 방안'이 없으면 애초에 실버타운 공급에 참여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안전장치 없는 분양형이다. 사업주는 분양만 끝나면 손을 떼고 입대위는 비용 절감을 위해 서비스를 줄이며 결국 '이름만 실버타운인 아파트'로 전락한다.

보완책은 두 축이다. 첫째, 입대위 권한을 감사·서비스 수정·추가 도입 범위로 제한하고 핵심 운영 권한은 전문 운영사에 보장해야 한다. 둘째, 정부가 관리하는 서비스·운영사 인증제를 도입해 정기적으로 외부 검증을 받도록 하고 일정 기간은 반드시 인증 조건을 충족해야 운영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정 기간 운영비를 담보하는 디파짓 제도나 분양·임대 혼합 모델도 대안이 될 수 있다."

ㅡ서비스 인증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이유와 방식이 궁금하다.

"노인복지주택 서비스 품질을 검증할 장치가 없다. 임대형도 마찬가지다. 자사가 운영하는 뉴스테이, 수원 권선 민간임대아파트처럼 2년에 한 번씩 서비스 인증제를 통해 평가·검증을 하고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는 구조가 필요하다. 실제 뉴스테이는 서비스 인증제를 운용하면서 건설사들이 보고서 600페이지를 제출할 정도로 치열하게 관리·검증을 받는다. 이런 구조가 있어야 서비스가 유지된다. 노인복지주택도 마찬가지로 국토부나 감정원 같은 기관을 통해 인증제를 도입해야 한다."

김덕원 상무는 정부가 관리하는 노인복지주택 서비스·운영사 인증제를 도입해 정기적으로 외부 검증을 받도록 하고 일정 기간은 반드시 인증 조건을 충족해야 운영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은 국내 수도권 소재의 한 노인복지주택 정원 모습이다. /김정수 기자

ㅡ실버타운 운영 현장에서 드러나는 문제점도 궁금하다. 운영 전문성 기준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다수의 노인복지주택은 운영 시스템이 부재하다. 계약·입주·검침·상담 기록조차 엑셀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고 간호 기록이 사라지는 사례도 흔하다. 세대당 월 2000원만 투자해도 체계적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지만 비용 절감을 이유로 외면하는 실정이다. 반면 일부 임대아파트는 앱을 통한 계약·과금·강좌 신청·반찬 주문까지 가능한 통합 서비스를 운영하며 오히려 더 앞서 있다.

이런 격차가 벌어지는 근본 원인은 운영사의 전문성과 기준 부재다. 실버타운 운영에는 임대·시설 관리, 커뮤니티·헬스케어 서비스, 프롭테크 연계까지 아우르는 종합 역량이 필수다. 하지만 경험과 레퍼런스가 없는 영세 업체까지 무분별하게 시장에 진입하며 서비스 붕괴 위험이 커지고 있다.

따라서 일정 수준의 자본·조직·운영 경험을 갖춘 전문 운영사만 참여할 수 있도록 자격 제한과 진입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 운영 지침도 필요하다. 예컨대 관리가 쉬운 인테리어 소재 사용, 노인이 쉽게 누를 수 있는 비상벨 위치 설정 등 기본 가이드라인만 있어도 서비스 품질은 크게 개선될 수 있다."

ㅡ일본, 유럽 등 해외 사례에서 참고할 점은 무엇일까.

"일본은 시설 관리 인력 구조가 한국과 다르다. 관리소장이 센터에 연락하면 지역 단위에서 전문 인력이 출동하는 방식이다. 상주 인력을 최소화할 수 있어 생활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다. 전기·기계·소방 인력을 모두 현장에 상주시켜야 하는 국내 구조와는 큰 차이가 있다. 향후 한국도 지역 단위 관리 체계로 전환할 수 있다면 비용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북미의 리조트형 모델은 토지비와 대단위 규모가 전제되기 때문에 국내 현실에서는 적용이 쉽지 않다. 다만 리조트형이 보여주듯 다양한 콘텐츠와 차별화된 주거 경험을 강조하는 점은 참고할 필요가 있다."

ㅡ향후 5~10년 한국 실버타운 시장의 전망은 어떨까. '차세대 실버타운 모델'의 핵심 키워드를 꼽자면?

"프롭테크와 주거 서비스 결합, 펀드가 운용하는 구조다. 자산운용 기반으로 안정적인 운영을 뒷받침하면서 생활 서비스와 기술을 결합해 지속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 국내 실버타운 전망은 밝지 않다. 노인복지주택 활성화가 제도적·재정적 기반 부족으로 정체돼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일반 아파트에 커뮤니티·서비스를 확장해 '생활 속 실버타운'을 구현하는 방안도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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