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택의 실버행]
토지비 절감이 실버타운 성공 열쇠
사회주택 모델, 시니어 주거로 확장
공공부지로 만든 ‘알뜰 실버타운’

노후에 독립적이고 안정적인 삶을 꿈꾸며 실버타운을 알아보는 사람이 많다. /게티이미지뱅크

노후에 독립적이고 안정적인 삶을 꿈꾸며 실버타운을 알아보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높은 경제적 장벽에 부딪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중에서도 생활비와 보증금 부담은 서민과 중산층 은퇴자들에게 가장 큰 진입 장벽이 된다.

현재 민간 실버타운의 월 생활비는 최저 88만원에서 최고 500만원까지 다양하다. 그렇지만 월 150만원 이하로 생활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여기에 수도권의 고급형 실버타운은 수억 원대 보증금을 요구한다. 비교적 저렴한 곳이라 해도 일정 수준의 보증금과 월 생활비 부담을 피하기 어렵다. 보증금을 낮추면 월 생활비가 높아지고, 월 생활비를 낮추면 보증금이 올라가는 구조 속에서, 실버타운은 여전히 다수 은퇴자에게 ‘선택지’라기보다 ‘넘기 힘든 벽’으로 남아있다.

왜 이렇게 비쌀까?

가장 큰 이유는 토지 비용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내 실버타운은 민간기업이 고가의 부지를 매입해 건물을 짓고, 토지·건축비와 수익을 입주자의 보증금과 월 생활비로 회수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토지비가 그대로 입주자 부담으로 전가된다.

또한, 분양 이후에는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하다 보니, 서비스 품질 저하나 운영 불안정 문제가 반복된다. 이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서민과 중산층이 감당할 수 있는 실버타운은 만들기 어렵다.

해법은 ‘사회주택’에 있다

우리나라에는 이미 비슷한 구조의 주거 모델이 존재한다. 바로 사회주택(Social Housing)이다. 사회주택은 정부나 지자체가 토지 매입 자금 등을 지원하고, 민간이나 비영리 조직이 설계·건설·운영을 맡는 민관 합작 주택이다.

형태 : 소형 투룸·원룸 위주, 아파트가 아닌 비(非)아파트 구조

대상 : 청년, 고령층 등 특정 계층 맞춤형 공급

임대료 : 주변 시세의 80% 미만, 연 임대료 상승률 5% 이내 제한

장점 : 도심 소규모 부지 활용, 민간의 기민함, 커뮤니티 중심 설계 가능

사회주택은 주로 청년 주거 대안으로 자리 잡았지만 이를 고령자 맞춤형으로 전환하면 ‘알뜰 실버타운’이라는 새로운 모델이 가능해진다.

사회주택 → 알뜰 실버타운 전환 모델

첫째, 유휴 공공부지 장기 임대이다. 전국에는 옛 청사 터, 폐교 부지, 매각이 어려운 국유지 등이 다수 있다. ‘e-나라재산’ 포털을 통해 위치, 면적, 임대 가능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 부지 확보는 과거보다 훨씬 용이해졌다. 이 부지를 30년 이상 장기 임대로 제공하면 토지비 부담이 사실상 사라져 보증금과 월 생활비를 크게 낮출 수 있다.

둘째, 건강·돌봄 인프라 결합이다. 1층에 건강관리실과 물리치료실을 설치하고, 인근 주간보호센터, 재가복지센터와 연계하면 돌봄 공백을 줄일 수 있다.

셋째, 공동식당과 생활지원 서비스이다. 선택형 의무식이나 도시락 배달서비스를 제공하고, 청소·세탁·소독 서비스 등을 기본화하면 시니어의 생활 편의성이 크게 높아진다.

넷째, 세대 통합형 구조이다. 일부 세대를 청년·돌봄 인력에게 제공해 세대 간 상호 지원과 커뮤니티 활력을 높인다.

해외의 성공 사례

스페인 바르셀로나 : 비영리조직과 주거 협동조합에 99년 지상권으로 공공부지를 임대해 사회주택과 시니어 코하우징을 공급한다. 대표 사례 ‘Can 70’은 고령자 공동체가 직접 설계·운영하는 모델로 주목받았다.

캐나다 밴쿠버 : 99년 장기 임대 토지 위에 협동조합 주택을 건설해 저소득층과 중간소득층의 주거 안정을 돕는다.

영국 : 중앙정부 차원에서 ‘공공 토지 주택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중앙정부 소유 토지를 활용해 16만 가구 이상 공급을 목표로 했다.

이 모든 사례는 공공부지 장기 임대 → 토지비 절감 → 주거비 인하라는 공식을 입증한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

사회주택을 고령자 맞춤 ‘알뜰 실버타운’으로 전환하는 것은 가장 현실적이고 즉시 실행 가능한 정책이다. 이미 사회주택 제도와 사례가 존재하고, 공공부지 정보도 개방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공공의 땅을 시니어 주거에 쓰겠다는 사회적 합의와 실행 의지다. 공공부지는 장부 속 자산이 아니라, 모두가 존엄하게 나이 들어갈 수 있는 공동체의 씨앗이다. 지금이 바로 그 씨앗을 심을 때이다.

문성택의 한마디

"토지비를 줄이는 순간, 실버타운의 문턱은 확 내려간다. 사회주택의 구조를 빌려와 고령자 맞춤으로 설계한다면,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알뜰 실버타운’이 현실이 된다."

문성택 유튜브 '공빠TV' 대표

문성택 공빠TV 대표는 한의사로 25년간 의료현장에서 진료하며 행복한 노후의 집을 연구하고 있다. <실버타운 올가이드>,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의 집>, <행복 계약서>를 펴냈고, 유튜브 채널 ‘공빠TV’를 통해 고령자 주거, 실버타운, 요양시설 정보를 24만 구독자와 공유하고 있다. 정부·지자체·학회 등의 정책 자문과 강연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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