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택의 실버행]
“노인을 부양의 대상이 아닌 경제 주체로”
60조 투자로 114조 생산 유발, 의료비도 절감
정부 리츠펀드·규제 완화 등 정책 전환 시급

대한민국은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며 노인을 경제 주체로 재인식할 필요성이 커졌다. 실버타운은 고령화 해법이자 미래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60조원 투자 시 114조원 생산 유발, 의료비 절감 등 경제 효과가 크며, 정부의 리츠펀드 조성과 규제 완화, 소득별 지원책이 시급하다. /게티이미지뱅크
대한민국은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며 노인을 경제 주체로 재인식할 필요성이 커졌다. 실버타운은 고령화 해법이자 미래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60조원 투자 시 114조원 생산 유발, 의료비 절감 등 경제 효과가 크며, 정부의 리츠펀드 조성과 규제 완화, 소득별 지원책이 시급하다. /게티이미지뱅크

대한민국은 2025년을 기점으로 고령화율 20.1%로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2040년엔 노인 인구가 1689만명, 즉 전체 인구의 35.3%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노년층 부양 비용은 현재보다 3배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거대한 변화 속에서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선 ‘노인을 부양의 대상이 아닌 소비와 경제 활성화의 주체로 재인식’하는 새로운 노인 복지 정책 수립이 절실하다. 이 중심에 실버타운 활성화가 있다. 이 글에서 말하는 ‘실버타운’은 식사·건강·문화·여가 등 서비스가 제공되는 곳으로, 주거와 복지가 통합된 노인 주거복지시설을 뜻한다.

늙어가는 대한민국, 실버타운에서 해법을 찾다

문성택: 오늘은 연세대학교 미래교육원에서 시니어 산업 최고위 과정을 자문해 주시는 이덕기 교수님을 모시고, 초고령 사회의 해법으로 떠오르는 실버타운의 역할과 필요성에 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교수님, 반갑습니다.

이덕기 교수: 네, 문 원장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문성택: 교수님, 대한민국은 2024년 12월에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습니다. 2040년엔 노인 인구가 17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에 따른 노년층 부양 비용 급증은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에 큰 위협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문제의 해법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요?

이덕기 교수: 문 원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단순히 노인을 부양의 대상으로만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소비와 경제 활성화의 주체로 재인식하는 노인 복지 정책 수립이 시급합니다. 저는 그 핵심에 실버타운 활성화가 있다고 봅니다. 일본은 고령자 산업 시장 규모가 1000조원, 한국은 100조원이 채 안 되니 경제 규모를 고려해도 그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미개척 시장, 실버타운의 거대한 잠재력

문성택: 실버타운이 경제의 새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에 깊이 공감합니다. 현재 한국의 실버타운 입주율이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턱없이 낮은 0.13%에 불과한 점을 보면, 아직 미개척된 거대한 시장 잠재력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수님께서는 어느 정도의 시장 규모를 예상하시는지요?

이덕기 교수: 일본의 사례를 기준으로 볼 때, 한국은 향후 10년 안에 최소 300개 규모(15만명 입주)의 실버타운 시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합니다. 이 수요를 충족시키려면 막대한 초기 자본 투입이 불가피합니다. 300개 실버타운 건설에 필요한 초기 투자비는 약 60조원 규모의 건설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는 실버타운 한 개를 짓는 데 약 2000억원이 소요된다고 가정한 수치입니다. 더불어, 완공된 실버타운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연간 3조원 규모의 운영 시장으로 이어지며, 여기서만 1만5000명의 직접 고용이 창출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버타운 시장의 경제적 규모는 음료, 출판 만화, 반려동물 산업과 비견될 정도로 절대 작지 않으며, 60조원의 초기 투자비는 연간 생산 35만 대 규모의 전기차 대규모 공장 20개를 지을 수 있는 수준입니다.

실버타운 활성화의 거대한 경제적, 사회적 효과

문성택: 실버타운 산업 활성화가 단순한 주거 문제 해결을 넘어 국가 경제 전반에 막대한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교수님의 분석에 동의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경제적, 사회적 효과들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이덕기 교수: 초기 60조원 투자는 114조원의 생산 유발 효과를 내고, GDP에 기여하는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42조원에 달하며, 54만명의 고용을 유발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또한, 연간 3조원 규모의 운영 시장은 1만5000명의 직접 고용 외에 46만명의 간접 고용을 유발하며, 5.4조원의 생산 유발 계수와 2.7조원의 GDP 기여 부가가치 유발 효과를 가져옵니다. 이는 노인을 더 이상 부양의 대상이 아닌, 소비와 경제 활성화의 주체로 재인식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지금 건설산업 침체를 극복하는 일정 부분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성택: 국민건강보험 재정 절감 효과도 주목할 만하다고 들었습니다. 의료비 절감은 국가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부분인데요.

이덕기 교수: 맞습니다. 스웨덴 보건부와 일본 후생노동성의 연구에 따르면, 노인 복지 주택에 거주하는 노인들은 체계적인 식단 관리와 운동 및 건강 관리가 이루어짐으로써 일반 시니어에 비해 의료비용을 40% 절감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현재 65세 이상 1인당 연간 의료비 지출이 543만4000원임을 고려할 때, 20만명의 시니어들이 실버타운에 입주하면 연간 4348억8000만원, 50만명이 입주할 경우엔 1조868억원의 의료비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는 심각한 재정 부담에 시달리는 국민건강보험 재정 건전화에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문성택: 그 외에도 주택 공급 효과, 가족 부담 완화, 지역 경제 활성화 등 다양한 긍정적 효과가 있겠군요.

이덕기 교수: 네, 실버타운 공급은 시니어들이 기존 주택을 매물로 내놓아 주택 공급 효과를 발생시키고, 자녀들의 부양 부담을 덜어주어 가족 전체의 삶의 질 향상에도 기여합니다. 또한, 실버타운 거주자들의 농산물 소비는 국내 농수산물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관련 사회복지 산업 종사자들의 고용 확대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10년 내 300개의 실버타운이 공급된다면 10만 가구 내외의 공급 효과가 발생합니다. 3기 신도시 30만 가구의 3분의 1 수준이니 대단한 효과가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실버타운 활성화를 위한 현실적인 정책 제안

문성택: 교수님, 이러한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실버타운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민간 투자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한데요, 어떤 정책적 접근이 필요할까요?

이덕기 교수: 실버타운 시장은 아직 도입기라 민간 투자에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의 과감한 정책 개입이 필요합니다.

공적 기금 조성과 규제 완화가 시급합니다.

정부는 3조원 규모의 실버타운 관련 리츠펀드를 조성하여 총 5조원 규모의 자금을 마련하고 민간 자금을 유도해야 합니다. 또한, 노인복지 주택에 한해 자연녹지 등의 경우, 층고를 10층까지 완화하고 용적률 인센티브를 적용하는 등 규제 완화를 추진해야 합니다. 리츠펀드에 대한 세제 혜택 강화 및 리츠의 직접 운영 참여도 필요합니다. 이러한 정책을 통해 투자 부담을 줄이고 개발을 촉진해야 합니다.

재외 동포 유치를 위한 특례법을 제정해야 합니다.

의료, 복지, 금융 서비스 통합 플랫폼 구축과 이중국적 취득 편의 제공 등을 통해 해외 시니어 동포들의 역이민을 유도해야 합니다. 조사에 의하면 5만명 정도의 미주교포(미국, 캐나다)의 수요가 있습니다. 이는 총 44조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합니다. 재외 동포 유치는 실버타운 시장의 초기 수요를 확보하고, 국내 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방안입니다.

소득 분위별 차등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일각에서는 실버타운이 부유층 중심의 복지라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이를 방지하고 모든 노년층이 실버타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소득 분위에 따라 정부 지원 비율을 달리하는 차등화된 정책이 필수적입니다. 저소득층을 포함한 모든 계층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고급 실버타운부터 정부 지원 고령자 복지 주택까지 구분하여 접근하는 계층별 맞춤 지원이 절실합니다.

실버타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현명한 투자

이덕기 교수님과의 대담을 통해 실버타운이 단순히 노인 주거 문제를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중요한 산업이라는 확신을 얻게 되었다. 교수님께서 강조하신 것처럼, 식사, 의료, 돌봄이 통합된 실버타운은 초고령 사회를 맞이하는 우리 모두에게 필수적인 인프라다.

실버타운 산업의 활성화는 노인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물론, 침체한 건설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며, 국가 의료비 절감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미래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산업이든 발전하려면 국가가 먼저 성장의 기반을 만들어줘야 한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국가의 지원으로 발전 수익을 보장받아 성장했듯이, 실버타운 산업 또한 국가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는 현명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는 더 이상 논의만 할 것이 아니라, 정부의 과감한 정책적 결단과 행동이 필요한 때다. 단순히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 노년층이 자립적인 삶을 영위하고 지역 사회와 상생하며 사회 전체의 활력을 불어넣는 통합적인 접근을 통해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

여성경제신문 문성택 유튜브'공빠TV'대표 mst2000@hanmail.net

문성택 유튜브 '공빠TV' 대표

문성택 공빠TV 대표는 한의사로 25년간 의료현장에서 진료하며 행복한 노후의 집을 연구하고 있다. <실버타운 올가이드>,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의 집>, <행복 계약서>를 펴냈고, 유튜브 채널 ‘공빠TV’를 통해 고령자 주거, 실버타운, 요양시설 정보를 24만 구독자와 공유하고 있다. 정부·지자체·학회 등의 정책 자문과 강연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