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유지시 연간 영업익 9조원 감소 전망
일본·유럽연합 대비 가격경쟁력 약화 우려
부품업계 현대차·기아 美 현지화에 직격탄
"관세 15%도 손해, 12.5% 이하로 낮춰야"

유럽연합(EU)과 일본이 잇따라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유리한 조건을 확보한 가운데 한국 자동차 업계에도 '관세 시한폭탄'이 다가오고 있다. 한미 간 협상 결과에 따라 완성차 업계는 연간 수조원대 손익과 가격 경쟁력의 중대한 분기점에 서게 된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25%의 고율 관세를 유지할 경우 현대차·기아는 내년 연간 영업이익이 9조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EU·일본처럼 관세가 15%로 낮아지면 연간 부담액은 약 5조원 수준으로 완화될 전망이다.
지난 4월 3일부터 시작된 25% 관세는 이미 실적에 직격탄을 날렸다. 올해 2분기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8282억원, 7860억원의 영업이익이 감소하며 총 1조6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입었다. 양사는 당초 미국 현지 재고 물량을 활용해 충격을 흡수했지만 재고가 모두 소진되면서 5~6월부터는 관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관세 전면 적용이 지속될 경우 양사 분기당 영업이익 감소 폭은 각각 1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NH투자증권은 현대차의 관세 부담이 올해 2조4250억원에서 3조680억원, 내년에는 3조6200억원에서 4조4580억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가격 경쟁력 상실도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은 미국에 143만 대(약 48조원) 규모의 차량을 수출하며 EU(75만8000대·약 63조원), 일본(137만 대·약 56조원)과 함께 미국 내 3대 자동차 수출국으로 꼽혔다.

그동안 한국차는 한미 FTA에 따른 무관세 혜택 등으로 일본·유럽산 대비 평균 5%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을 공략해 왔다. 하지만 관세 차이가 10%로 벌어질 경우 이 같은 가격 메리트는 무력화된다. 뉴욕타임스는 "같은 관세율이 적용되는 일본·EU 업체 간 형평은 맞출 수 있지만 한국·캐나다·멕시코 등 주요 수출국에는 압박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품업계에도 여파가 번지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고율 관세에 대비해 부품 조달의 현지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중소 부품사는 미국 진출에 필요한 자금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현대차는 최근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부품 소싱 다변화 태스크포스(TFT)를 구성하고 200여 개 부품에 대한 최적 조달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단기적으로는 소싱 체계를 재편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전략 부품을 미국 현지에서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엔 기아도 함께 참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차는 2분기 손실 중 약 20%가 부품 수입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따르면 한국 완성차 업체들은 전체 부품 중 36.2%를 국내 부품을, 나머지는 미국, 멕시코, 캐나다 등에서 조달하고 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자문위원은 "중소 부품업체는 실적 부진으로 투자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결국 구조조정은 불가피하고 이로 인한 지역경제 충격도 상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는 한미 관세 협상 카드로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를 꺼내 들었다. 한화 수십조 원 규모의 조선 협력 방안으로, 관세 인하를 유도하려는 전략이다. 협상의 핵심 인물인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이 제안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협상 타결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러트닉 장관은 "운전석에 앉아 있는 건 대통령"이라며 "모든 협상 카드는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고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율과 시장 개방 조건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는 15% 협상도 만족할 만한 결과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한미 FTA 체결국인 한국은 원래 0% 관세를 적용받아 왔기 때문에 일본이나 EU처럼 15%로 협상할 경우 오히려 역차별이 된다"라며 "최소한 12.5% 이하로 낮춰야 현상 유지에 해당하고 10% 미만이면 성과 있는 협상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조선 협력 등 전략적 카드를 활용할 수 있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개입한다면 관세율을 한 자릿수로 낮출 여지도 있다"라며 "반면 15%로 합의될 경우 한국 자동차 산업은 2.5%포인트의 손실을 떠안는 셈이어서 협상 실패로 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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