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p 올려도 세수 급감분 6% 비중
세수 폭락···구윤철 증세 명분 착시
반도체 회복 사이클 발목 잡을 우려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더 큰 타격

구윤철 신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1일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을 방문해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윤철 신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1일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을 방문해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 방안의 명분이 흔들리고 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세수 부족 원인으로 윤석열 정부의 법인세 감세 정책을 지목했지만 실제로는 반도체 등 한국 주력 수출산업의 침체가 세수 급락을 이끌었다는 것이 경제 상식이기 때문이다.

22일 여성경제신문 분석 결과 지난해 법인세수는 62조5000억원으로, 2022년 103조6000억원 대비 40조원 이상 줄었다. 정부는 세수 결손의 주요 원인으로 법인세 최고세율을 24%로 낮춘 윤석열 정부의 정책을 꼽고 있지만 세율 인하 폭은 1%포인트에 불과해 직접적 영향이 제한적이다. 반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반도체 대기업들의 수익 급감이 법인세수 급락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법인세 납부액은 전년 대비 45% 감소했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업황 악화로 적자를 기록하며 법인세 납부액이 사실상 ‘제로(0)’ 수준까지 떨어졌다. 한국의 법인세 구조상 상위 10대 대기업이 법인세수의 60%를 부담하고 있어이들 실적이 세수 흐름을 좌우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세수 감소의 진짜 이유는 분명하다.

재계는 정부의 법인세 인상 움직임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이미 산업용 전기요금과 ESG 비용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세율까지 올리면 국내 투자 여력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세수 결손의 원인이 기업의 수익 감소라면, 이를 회복시키는 정책부터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법인세 최고세율을 15%까지 낮추겠다는 의지를 재차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법인세 인하를 통해 기업들의 미국 본국 회귀를 유도하는 ‘제조업 르네상스’를 추진 중이다. 반면 한국 정부는 법인세율을 다시 올리는 방향으로 움직이며 정반대 길을 가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한국의 법인세 정책 불확실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한국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경제인데도 기업 환경 개선보다는 세금 인상 카드를 꺼내들었다”며 “이런 흐름은 외국인 자금의 유입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법인세율 1%포인트 인상은 설비투자를 장기적으로 4% 가까이 감소시키고, 실업률을 0.5%포인트 높일 수 있다. 이는 법인세 인상이 오히려 세수 기반을 좁히는 역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법인세율을 1%p 인상할 경우 세수 증가 효과는 약 2조5000억원 정도로 추정되지만, 그에 따른 부정적 파급 효과가 더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지난해 세수 결손 40조원의 6% 남짓에 불과하다.

이재명 정부는 법인세율 인상으로 세수를 회복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시장에선 ‘과거 지향적 정치적 발상’으로 해석한다는 것. 세수 결손은 기업 이익의 축소 때문이지 세율의 높고 낮음이 아니라는 점에서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반도체가 살아야 세수가 산다. 법인세율 인상으로는 지금의 구멍을 메우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뿐 아니라 법인세율 인상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대기업은 해외 법인 이전이나 세무 설계로 세금을 조정할 여지가 있지만, 중소기업은 그대로 세율 인상의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법인세율 인상과 함께 투자 세액공제 확대 방안도 검토 중이지만 재계에서는 “세액공제는 사후 혜택일 뿐, 현금흐름이 막힌 기업에는 당장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회의론이 지배적이다.

반도체 업황은 최근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추가적인 비용부담은 기업의 공격적 투자 계획을 늦출 수 있다. 전문가들은 “세율 인상은 투자 타이밍을 늦춰 반도체 사이클 회복 시점을 뒤로 미루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한다. 세수 구멍을 메우려다 경제에 더 큰 구멍을 낼 수 있다는 경고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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