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 관세 발효일(8월 1일) 한 주 앞
일본은 25%→15% 내리는 조건 합의
EU도 주말 '상호관세 15%' 타결될듯
불어나는 한국 정부 전략 부재 논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 관세 발효일로 지정한 8월 1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경재계 인사들의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한미 2+2 장관급 통상회의는 돌연 연기되며 ‘한국 패싱’ 논란이 나오는 데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현지에서 막판 총력전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 별다른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관세 발효일 전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베선트 재무장관의 일정이 빽빽이 차있어 외교 담판 가능성도 낮다.
한국과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일본의 상호 관세가 당초 예고했던 25%에서 15%로 내리는 데 성공했고 유럽연합(EU)도 이번 주말께 15%로 내리는 조건을 얻어갈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우리 정부의 전략 부재 논란이 더욱 불어나고 있다.
26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상호 관세 부과일이 임박한 가운데 현재 국내 경재계는 정부가 미국과의 협상 카드로 활용할 대미 투자 계획을 전달하고 일부 총수는 이재명 대통령과 만나 의견을 나누는 등 분주한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만찬 회동을 했다. 지난 14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15일에는 구광모 LG그룹 회장, 22일에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23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이은 재계 총수와의 연쇄 회동이다.
이 대통령이 총수들에게 대미 투자를 위한 협조를 구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우리 정부는 일본이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했던 것처럼 대미 투자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기업들의 대미 투자 여력을 취합했는데 현재까지 규모는 1000억 달러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재계 관계자는 "상호 관세 발효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아 정부의 협상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일본이 관세를 낮추는 데 성공하면서 기업 입장에선 부담이 커졌는데 비슷한 수준으로 관세율이 확정되길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당초 25일 한국 측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여한구 본부장, 미국 측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참석하는 2+2 통상 협의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베선트 장관 측이 지난 24일 오전 기재부 측에 ‘긴급 일정’ 사정을 들며 회담 취소를 통보했다.
구 부총리는 출국을 1시간여 앞두고 이메일 통보를 받고 인천국제공항에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이를 두고 전례 없는 굴욕적 '코리아 패싱'이라는 비판이 점차 거세지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 2박 4일 동안 미국을 찾았던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도 마코 루비오 미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지 못하고 귀국했다. 그나마 김정관 산업부 장관이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 함께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만나 관세 협상 타결 방안을 논의했다.
25일 늦은 밤까지 뉴욕 러트닉 장관 자택에서 진행한 협상에서 김정관 장관은 24일 진행된 첫 협상보다 진전된 수정 제안을 제시하면서 대미 투자, 소고기·쌀을 포함한 농축산물 이슈 등 쟁점 분야에서 추가 접근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런 수정 제안에도 러트닉 장관은 한국 측에 더 많은 양보를 요구해 협상 타결 수준까지는 접근하지 못한 것으로 관측된다. 소식통은 "협상 결과를 바탕으로 내부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 장관은 러트닉 장관과의 이날 추가 협의 결과를 본국에 보고했고 대통령실은 전날에 이어 26일 비서실장 주재로 통상대책 회의를 열고 관세 협상 타결을 도출하기 위한 우리 측의 대응 방향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김 장관은 25일 귀국 예정이었지만 협상 시한이 임박한 가운데 한미 간 막판 협상이 집중적으로 전개되고 있어 여한구 본부장과 함께 현지에 남아 대미 협상을 총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 장관은 대통령실에서 정리된 우리 정부 입장을 바탕으로 추가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관세 부과일까지 촉박한 상황에서 '외교 담판' 형태로 협상할 시간은 부족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까지 스코틀랜드를 방문하고 베선트 장관은 오는 28~29일 스웨덴 스톡홀롬에서 중국과 고위급 무역 회담이 예정돼 있다.
만약 내달 1일까지 미국과 합의를 하지 못하면 우리나라에는 25%의 상호 관세가 부과된다. 이럴 경우 반도체를 비롯해 자동차, 철강 등 우리나라 주력 산업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경제계가 미국과의 협상과 합의 여부를 잔뜩 긴장한 채 주시하는 이유다.
주요 기업들은 상호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를 대비해 다양한 방안을 고심 중이다.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활용하거나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리는 방안도 계획하고 있다. 또한 가격 인상, 재료비와 가공비 절감 방안 등도 구상 중이다.
LG전자는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미국 관세 인상 부담은 글로벌 생산 체계 기반의 생산지 최적화 등 시나리오별 대응을 통해 사업 영향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자동차는 "여러 시나리오별로 가격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했다.
여성경제신문 유준상 기자 lostem_bass@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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