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배터리 시장 공략 위해 ‘통큰 합의’
LG 美배터리 공장 국산 동박 필요커져 
SK넥실리스-LG엔솔, 공급 협상 진행중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2년 간 이어온 전기차 배터리 분쟁에 대해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시한을 하루 앞두고 배상금 2조원으로 전격 합의하면서 분쟁을 끝냈다. 사진은 서울 LG와 SK 본사 건물 /각 사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2년 간 이어온 전기차 배터리 분쟁에 대해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시한을 하루 앞두고 배상금 2조원으로 전격 합의하면서 분쟁을 끝냈다. 사진은 서울 LG와 SK 본사 건물 /각 사

LG와 SK 사이의 ‘배터리 악연’이 최근 해동(解凍)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배터리 시장 공략이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SK넥실리스가 LG에너지솔루션에 배터리 핵심 소재인 동박을 대규모로 공급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25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SKC의 100% 자회사인 SK넥실리스와 LG에너지솔루션은 동박 공급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동박은 배터리 음극에 붙이는 얇은 구리막이다.

SK넥실리스 관계자는 “양사 간에 긍정적인 얘기가 오가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계약 규모나 성사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SK와 LG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배터리 기술과 관련해 영업비밀 및 특허 침해 소송전을 벌인 바 있다.

2021년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에 합의금 2조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소송은 종결됐지만 양사 사이 배터리 사업 협력은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바뀌었다. 트럼프 정부가 관세정책 강화로 자국 생산을 유도하면서 미국 배터리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두 회사가 앙금을 풀고 협력해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SK와 LG의 해빙무드는 이런 미국 시책에 따라 올초부터 감지됐다. 지난 4월에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가 LG에너지솔루션에 분리막 공급을 시작했다.

특히 트럼프 정부는 동박 등 중국산 부품과 소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SK와 손을 잡으면서 LG에너지솔루션은 골칫거리인 탈중국 공급망에 한발 더 다가섰다.  

SK넥실리스는 적자의 늪에서 탈출할 기회를 잡았다. 업계에서 이번 공급 합의를 두고 “두 회사 모두에 윈윈이 될 것”이란 평가를 내놓는 이유다. SK넥실리스는 말레이시아와 정읍 공장에서 관련 제품을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SK넥실리스는 대규모 공급을 통해 지난해 34.4%까지 추락한 공장 가동률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안정적 수입이 생기면 SK넥실리스가 2년 전 접은 북미 공장 건설을 다시 추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두 그룹에 화해 무드가 생긴 만큼 LG화학과 SK온이 다시 거래를 트는 등 그룹 전체로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유준상 기자  lostem_bass@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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