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는 상수인데 정책은 예외 대응
생산·수입·비축 세 갈래 대책 필요

여름철 폭염과 이상 기후가 '상수'가 된 상황에서 식량 관리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그러나 기후 위기가 곧 식량 위기라는 인식에 비해 제도적 대비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16일 "폭염과 호우 등 이상기후에 달아오른 밥상 물가 관리에 힘쓰겠다"라고 밝혔다. 문금주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최근 폭염과 집중호우 등 이상기후로 밥상 물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특히 수박을 비롯한 열무, 얼갈이배추, 시금치 등 여름철 주요 농축수산물 가격이 급등하며 이른바 히트플레이션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라며 "폭염에 이어 이번 주에는 장맛비까지 예고되면서 기상이변으로 인한 농산물 가격의 추가 상승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국민의 식탁 물가 부담이 더 가중될 것이 우려된다"라고 했다.
민주당은 전날 오전에도 폭염 대책 당정 간담회를 열어 산재 예방, 농업 지원, 전력 수급 등을 포함한 종합 대책을 논의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히트플레이션 반복도 우리가 잘 관리해야 할 텐데 단기적인 대응을 넘어서 중장기 전략이 마련돼야 할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후 위기를 '예외적 재난'이 아닌 '상시적 변수'로 받아들이고 이에 맞는 식량 관리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은 여전히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식량 관리에 대한 비판은 이전부터 있었다. 승준호 농경연 박사는 지난 1월 열린 '농업 전망 2025'에서 △쌀을 제외한 주요 식량작물 자급률 목표치 달성도 미미 △식량 위기 장기화 대비 긴급 증산 능력(50만t 수준) 부족 △정부 주도의 비축으로 민간의 비축 역량 강화 미흡 △비축량 대비 소비 부족으로 인한 정부 양곡 방출 부족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승 박사는 해외농업자원개발 분야에서도 △현지처분, 수출국의 통제로 해외 확보 물량 반입 저조 △진출기업의 터미널 확보 한계로 낮은 가격 경쟁력 △확보한 물량의 국내 수요처 연계 필요 등을 한계점으로 비판했다.
농수산물 전문가들은 정치권이 기후 위기 시대에서 물가 안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농업은 기후에 영향을 많이 받는 기후 의존적인 산업이고 그렇기에 기후 위기는 식량 위기"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필수재라는 특성상 식량 문제는 안보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라며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방법으로 국내 생산량 제고와 해외 수입의 효율화, 필수 식량 재고 비축을 제시했다.
문제는 한국의 식량 자급 기반이 매우 취약하다는 점이다. 한국은 좁은 땅덩어리에 비해 인구가 많아 식량 자급률이 낮은 상황이다. 한국의 식량 자급률은 2022년 기준 49.3%로 절반에 못 미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에 있으며 곡물자급률은 최근 3개년(2021~2023년) 평균 19.5%로 20%가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 수입의 효율화와 식량 재고 확보 전략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임 교수는 "어떤 특정 국가에서만 수입하는 게 아니라 수입국과 품목을 다변화해야 한다"라며 "요새는 수입만 하는 게 아니라 해외 농업 개발이라는 방법도 있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농업 개발을 해외 조달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혹은 진짜 식량이 부족할 때는 재고 비축 제도를 운용해야 한다"라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아직은 국회를 비롯한 정치권은 식량 관리에 부족함을 드러내고 있다. 농·축·수산물 무역 거래 플랫폼 트릿지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사실상 기후 위기는 상수가 된 것이 맞다"라며 "물가 안정의 경우 기후 위기보다도 관세 등 여러 요소가 합쳐져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수입하는 국가에 폭염이 일어났을 때 국내로 유통되기까지의 시차나 기간을 예측하는 데이터는 있으나 정치권에서 충분히 활용하지는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관계자는 시장 개방의 중요성 또한 언급하며 "한국은 먹거리 시장 개방에 굉장히 폐쇄적인 국가"라며 "새로운 저렴하게 사 올 수 있는 곳들이 발굴돼도 실제 통관에서 막히는 경우가 많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제조사들이 가격 인상의 이유로 '원재료 가격 상승'을 들지만 대부분의 원재료는 한국에서 생산되는 게 아니다"라며 "이제는 국내에서 눈을 돌려서 해외에서 최적화된 방법으로 조달하거나 정보 공개 등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했다.
여성경제신문 김민 기자 kbgi001@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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