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료 가격 상승·고환율로 수익성 악화
삼양식품 해외 수출 호조, 타 업체는 부진
2분기도 가격 인상 이어져 소비자 부담 우려

대형마트 라면 매대 /연합뉴스
대형마트 라면 매대 /연합뉴스

원재료 가격 상승에 고환율까지 겹치면서 식품업계 부담이 심화되고 있다. 올해 초부터 제품 가격 인상으로 수익성 제고에 나섰지만 내수 부진과 판촉비 증가 등으로 1분기 실적 전망도 어둡다. 

그나마 해외 시장 매출 비중이 높은 업체들은 실적 선방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국 관세 정책, 환율 변동성 등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다. 업계는 2분기 이후 상황이 다소 나아지기를 기대하며 시장 동향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미처 가격 인상을 하지 못한 기업들의 인상 릴레이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주요 식품업체들이 올해 1분기 매출이 소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영업이익은 대체로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수치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기준 농심의 올해 1분기 실적 전망은 매출 9110억원으로 전년 대비 4.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53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2.8% 감소할 전망이다. 

박성호 LS증권 연구원은 농심에 대해 "국내 및 해외법인 모두 예상보다 회복세가 더디다“며 “국내 판매량 부진과 해외 법인의 지속적인 프로모션 활동으로 인해 가파른 마진 회복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 신라면 툼바의 성공은 필수"라고 분석했다.

오뚜기는 1분기 영업이익이 6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9%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매출액은 9011억원으로 2% 증가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경신 IM증권 연구원은 “국내 소비부진 영향에 광고비 등 판관비 집행에 따른 마진 부담이 이어졌을 것”으로 전망했다.

롯데웰푸드 역시 1분기 매출이 9696억원으로 2% 소폭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영업이익은 251억원으로 32.9% 급감할 것으로 관측된다. 강은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웰푸드에 대해 “내수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국내 가공식품 수요 부진과 코코아 가격 급등으로 작년 하반기부터 롯데웰푸드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며 “코코아 가격이 1t당 8000달러 내외에서 숨을 고르고 있지만, 분기 평균 가격과 투입 가격의 시차 탓에 최소 상반기까지는 코코아 가격 부담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지속된 원재료 가격 상승과 환율 변동이 식품업계 수익성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라면 원재료에서 비중이 큰 팜유의 경우 말레이시아 팜유 선물 가격이 지난해 1t당 3000링깃에서 5000링깃을 넘어섰다. 초콜릿 원재료인 코코아 역시 이상 기후로 1t당 2000달러에서 1만2000달러까지 급등했다가 최근 8000달러 선을 유지 중이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도 지난해 1300원에서 1400원대로 올라, 동일한 원재료 수입 비용이 전년 대비 1만원가량 더 부담되는 상황이다. 

이에 농심은 지난달 신라면과 새우깡 등 17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7.2% 인상했고, 오뚜기도 라면 16개 품목을 7.6% 상향 조정했다. 롯데웰푸드는 2월에 초콜릿 제품 26종의 가격을 평균 9.5% 올렸다. 다만 현재 유통되는 제품 상당수는 가격 인상 이전 생산분이라,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시점은 2분기 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 매출 비중이 80%를 넘어선 삼양식품은 1분기 영업이익과 매출액이 각각 1017억원, 4902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모두 27%씩 증가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정한솔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양식품에 대해 “전체 매출의 80% 비중을 차지하는 수출 중에서도 단가가 높은 미국과 중국 등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우호적인 환율, 원가 안정화 및 전반적인 판관비 관리로 20%대 수익성 회복이 예상된다”며 분기 최대 영업이익을 전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율 관세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산 제품에 대해 25%의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혀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삼양식품에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삼양식품 미국 법인 매출 비중은 22.2%였으며, 불닭볶음면은 전량 국내 생산해 수출한다. 이에 삼양식품은 해외 시장 공략과 관세 이슈 등의 대응에 집중하기 위해 관련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연초에 가격을 올리지 못한 기업들의 가격 인상 릴레이도 이어진다. hy는 다음달 1일부터 '야쿠르트 라이트' 가격을 220원에서 250원으로 30원 올린다. 코카콜라음료 역시 내달부터 스프라이트, 환타 등 주요 음료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5.5% 인상한다.

일각에선 식품사들이 가격 인상을 통해 수익을 보전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도 내놓고 있다. 서민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품목인데 결국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는 “업계가 환율 및 국제 식량 가격 상승 등을 인상 근거로 내세우고 있으나 실제로는 실적 개선과 이윤 추구를 위해 소비자 부담을 외면한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다”며 “일부 원재료 가격은 오른 것이 사실이지만 밀가루, 식용유, 옥수수 등은 전년도와 비슷하거나 일부는 오히려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은 지나친 가격 인상을 중단하고, 원재료 하락분을 반영해 제품 가격을 합리적 수준으로 회귀시켜 소비자 신뢰 회복과 가격 안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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