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재난 일상···전국서 인명 피해
정부 예방 증액안 심의서 최종 삭감

폭우로 인한 재난이 반복되고 있지만 정치권의 대응은 여전히 '사후 처리'에 머물러 있다. 국회는 수해 사전 예방 예산의 증액 폭을 줄였다. 전문가들은 재난 대비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21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 기준 집중호우로 인한 사망자는 총 18명, 실종자는 9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는 경남 산청이 10명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 가평 2명, 충남 서산 2명, 경기 오산·포천, 충남 당진, 광주 북구에서 각각 1명씩 발생했다.
하루에 300mm에서 400mm의 폭우가 쏟아진 서산 등 충청과 호남 지방은 지난 17일 하루 10곳에서 괴물 폭우가 내렸다. 경남 지방도 30년 만에 한 번 내릴 정도의 큰비가 내렸다. 경남 산청군의 16일부터 18일 사이의 강수량은 348.2㎜이다. 이는 지역 연평균 강수량의 22%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이상기후가 이제 '뉴노멀'이 됐다고 경고한다. 김해동 계명대학교 지구환경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번 폭우를 만든 원인이 더 강화될 수는 있어도 완화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라며 "200년 빈도 폭우라고 해서 정말 200년마다 오는 것은 아니다. 지금 그 정도의 심한 폭우가 최근에는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후 재난 상수화' 경고가 계속 나오고 있음에도 정치권은 사전 예방에서 미흡한 모습을 보인다. 특히 국회는 재난 예방을 위한 국가하천정비 예산의 증액 폭을 '집행률 부진' 등의 이유로 줄여 비판받고 있다.
전날 기획재정부, 환경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초 국가하천정비 사업 예산을 1차 추경(7019억원) 대비 418억원 증액해 7437억원으로 편성하려 했다. 국가하천정비 사업은 집중호우 등으로 인한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치수안전도를 확보하고 제방보축, 하도정비 등을 시행해 재해를 예방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집행 부진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국회 심의 과정에서 268억원이 삭감되면서 국가하천정비 사업 예산은 15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세부적으로 보면 국가하천정비(일반)에서 40억원, 배수영향구간 정비 사업에서 30억원이 각각 깎였다. 상습적으로 홍수 피해가 발생하는 목감천 정비 사업의 경우 정부가 증액을 요청한 예산 168억원 전액이 삭감됐다. 승격하천 정비(금천지구) 사업도 정부 요구안(30억원)이 2차 추경에 반영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의 대책이 아직은 사후 처리에만 집중돼 있다고 비판한다. 이송규 한국안전전문가협회 회장은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재난은 예방, 대비, 대응, 복구 단계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예방 단계임에도 굉장히 부실하다"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우리의 생활은 디지털 첨단화가 됐지만 안전 관리는 아직도 아날로그 수준에 멈춰 있다"라며 단순히 비가 올 것을 예측하는 걸 넘어 폭우 시 어느 지역에서 어느 정도의 피해가 나타날지를 예측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본적인 재난관리안전 시스템의 혁신이 필요하다며 "행정안전부에서 안전청을 별도로 분리해야 된다. 대통령실에도 안전 비서관 제도를 만들어 이상 기후가 오더라도 대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정일 재난안전교육원 교수도 예방과 대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재난)교육의 확실한 방향을 수립해서 지자체에서 소외된 지역에 거주하는 국민을 교육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라며 "예방의 경우 배수로 정비와 제방 시스템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국회 측의 입법보다도 지자체의 대응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종수 숭실대학교 안전재난관리학과 교수는 "입법하려면 국회가 열리고 여야가 합의해야 해 시간이 걸린다"라며 "결국 재난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대응하는 건 지자체다. 대통령이 얘기했던 것처럼 과할 정도로 선제 대응을 해야 했다"라고 비판했다.
한편 기상청은 당분간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한여름 무더위가 시작된다고 예측했다.
여성경제신문 김민 기자 kbgi001@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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