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장마 끝나 '열돔'이 가둬
바다에서 수증기와 열 방출
국회 재생에너지법 대책 시급

8월에도 숨 막히는 '찜통더위'가 이어질 전망이다. 비정상적인 기상이변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우리 사회가 감당해야 할 '뉴노멀'이 됐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과감하고 신속한 기후위기 대응 정책이 시급한 이유다.
31일 기상계에 따르면 올여름 폭염의 직접적인 원인은 한반도 부근에 강력하게 자리 잡은 고기압성 순환이다. 이 고기압은 뜨거운 공기를 지면에 가두는 '열돔(Heat Dome)' 현상을 일으켜 기온을 끌어올리고 있다. 장마가 예년보다 일찍 종료되고 곧바로 폭염이 시작됐다.
이러한 고기압이 발달한 배경에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이 뚜렷하다. 특히 열대 서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바다가 뜨거워지면서 만년설이 녹아 대기로 더 많은 수증기와 열이 방출됐고 이 에너지가 한반도 동쪽의 북태평양 고기압을 이례적으로 강화시켰다.
지난 봄 유럽 지역의 적은 눈덮임도 영향을 미쳤다. 눈은 햇빛을 반사해 지면 가열을 막는 역할을 하지만, 눈이 적게 덮여있던 유럽 대륙이 빠르게 가열되면서 대기 상층의 흐름을 바꿨고 이는 한반도 주변에 고기압이 정체하기 좋은 조건을 만들었다.
해수면 온도 상승은 단순히 날씨를 덥게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바다는 지구의 가장 큰 탄소 흡수원이지만 수온이 오르면 기체의 용해도가 낮아져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이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높여 지구온난화를 가속하게 된다.
또한 뜨거워진 바다는 더 많은 수증기를 증발시켜 구름에 공급한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폭염의 원인이 되는 고기압을 강화하지만 대기가 불안정해질 경우 한 번에 쏟아지는 비의 양을 늘려 국지성 폭우나 '물 폭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나타나는 극단적 날씨가 현실화하는 것이다.
전문가는 지구온난화가 더는 미룰 수 없는 문제라고 경고한다. 환경운동연합 최경숙 활동가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올해 9월까지 2035년의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UN에 제출해야 할 만큼 전 세계적으로 심각하게 다 받아들이고 있다"며 "진작 제출했어야 되는 건데 국내 정치 상황이 복잡하다 보니까 늦어졌는데 제출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실효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내야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후 위기 대안으로 핵발전을 무작정 내세우는 건 위험성이 있다"며 "원전은 바닷가에 지어져서 냉각수로 바닷물을 퍼서 쓰는데 지구온난화 때문에 물의 온도가 뜨거워지면 쓸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전이 가동하면서 초당 50t에서 70t씩 온배수를 내보낸다. 이게 바닷물의 온도를 또 높이는 악순환이 발생한다"며 "어떤 것 하나를 원인으로 해서 그것만 잡는다고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굉장히 복잡한 상황에서 모든 걸 잘 조율해 나가야 된다"고 덧붙였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오는 2100년에 전 지구 표면 온도가 최대 4.4도까지 오를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놨다. 지구 온도가 3도 오르면 기근으로 최대 300만명이 사망하고, 연 1억6000만명이 해안 침수로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대지가 불타 20~50%의 생물이 멸종될 정도라고 한다. 만약 지구 온도가 4도 오르면 사용 가능한 물은 절반 가까이 줄고 남극 빙하는 붕괴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이날 YTN라디오에 출연해 폭염과 관련 "사회 전체 시스템이 바뀌어야 된다"며 "도시에서 재건축을 하든지 새로운 도시를 만들든지 이럴 때 바람길을 반드시 넣어야 된다. 녹지 공간도 확보를 해야 되고 길에 기온이 이동할 수 있어야 된다. 또 농업도 바뀌어야 되고 종자도 개량을 해야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선 법적으로 규제하는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방안으로 '공공재생에너지법' 제정 등 시스템의 대전환이 거론된다.
공공재생에너지법 제정에 관한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지난 25일 5만명 동의를 충족했다. 법안은 공공기관·지방공단 등 공적 성격을 가진 기관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재생에너지를 개발·소유·운영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국가가 공공재생에너지 발전을 확대할 의무를 명시하고, 재생에너지 발전용량 중 공공재생에너지 비율이 2030년부터는 50%를 넘도록 구체적 목표를 수립할 책무도 담았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폐쇄하는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의 고용전환 계획을 정부가 마련하도록 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무 기자 sewoen@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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