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개발과 소비 업보
일회용품 줄이기 실천으로
롯데·KB·에쓰오일 등 로드맵

탄소 중립 과제(CG) /연합뉴스
탄소 중립 과제(CG) /연합뉴스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과 잠 못 이루게 하는 열대야는 '기후 재앙'의 신호로 닥쳐왔다. 위기 대응은 정치권만의 과제가 아닌 민간 모두의 생존이 걸린 문제로 떠올랐다.

1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7월까지 일 최고기온 평균은 30.0도(지난달 29일 기준)로 역대 1위를 기록했다. 일 최고기온 33도 이상의 폭염일수 역시 15.0일로 역대 3위다. 8월에도 폭염이 지속돼 온열질환자 급증, 농작물 피해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수십 년간 이어진 무분별한 도시 개발과 대규모 삼림 파괴는 지구의 자정 능력을 심각하게 훼손했다. 숲이 사라진 자리에 들어선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건물은 낮 동안 열을 흡수했다가 밤에 방출하며 도시의 온도를 높이는 '열섬 현상'을 심화시켰다. 이로 인해 폭염과 열대야의 강도와 빈도는 해마다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은 중국과 미국이 대부분을 차지하며 인구와 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한국도 8위권에 있다. 최근 몇 년 한국은 폭염, 겨울 이상고온, 이해할 수 없는 폭우와 장기 가뭄, 반복된 산불을 동시에 겪고 있다. 과거 편리함과 성장을 위해 자연을 무분별하게 소비한 대가로 '기후 청구서'를 받는 상황이다.

환경운동연합 김종원 활동가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강력하고, 구체적이고, 신속하게 설정해 실행해야 한다"며 "결과적으로 지구 평균 온도 1.5도 상승을 막아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이 일상에서 무심코 사용하는 일회용품인 특히 플라스틱은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 중 하나다. 석유를 원료로 만들어지는 플라스틱은 생산과 소각, 매립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탄소를 배출한다. 하루에 한 잔씩 마시는 일회용 컵에 담긴 커피는 단순히 음료가 아니라 지구의 온도를 더 올리는 행위와 연결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생활 속에서 탄소 발생을 줄이는 작은 습관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카페에서 텀블러를 사용하고, 장을 볼 때 에코백을 챙기는 것은 기본이다. 배달 음식을 시킬 땐 '다회용기' 옵션을 선택하고, 과대포장된 상품 대신 친환경 포장재를 사용한 제품을 구매하는 의식적인 소비 필요성이 제기된다.

화학 성분 대신 자연 유래 성분으로 만든 세제나 화장품을 사용하고, 재활용 소재로 만든 의류나 신발을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최근에는 샴푸나 주방세제를 리필해서 쓸 수 있는 '리필 스테이션'도 늘고 있어 불필요한 플라스틱 용기 구매를 줄일 수 있다.

LIG넥스원은 ESG 경영 활동 추진 현황을 담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작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발간했다. /LIG넥스원 
LIG넥스원은 ESG 경영 활동 추진 현황을 담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작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발간했다. /LIG넥스원 

기업계에선 기후 위기 의식 아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나서는 추세다. 기업이 환경을 중시하면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비즈니스의 장기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ESG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기업은 이미지 손상이 될 수 있다.

롯데지주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2050년까지 각 그룹사의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2022년에는 ‘탄소중립 로드맵 1.0’을 마련했으며, 2023년에는 이를 고도화한 ‘탄소중립 로드맵 2.0’을 발표했다. 개정된 로드맵에는 2018년 대비 국내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2%, 2040년까지 61% 감축하겠다는 계획이 담겼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6대 감축수단으로 △재생에너지 확대 △수소 에너지 개발 △탄소 포집 기술 개발 △무공해차 전환 △에너지 효율 개선 △친환경 원료 및 연료 전환을 선정하고, 그룹 차원의 친환경 추진단을 구성해 이행 현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KB금융은 글로벌 평가기관들로부터 지속적으로 높은 ESG 점수를 받고 있다. MSCI ESG 평가에서 AAA 3년 연속 받았으며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CDP)의 기후변화 대응 평가에서 최상위 등급인 ‘리더십 A’ 등급을 획득했다.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에서도 9년 연속 ‘월드지수’에 편입됐고 ‘FTSE4Good’에 15년 연속 편입됐다.

아모레퍼시픽은 CDP 평가기후변화 대응 부문에서 3년 연속 A등급을 획득했으며 수자원 관리 부문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최고 등급을 받았다. 아모레퍼시픽은 오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0년보다 90% 감축하는 넷제로 목표를 수립했다. 지난해 기준 오산, 대전, 안성, 중국 상하이 사업장 및 물류 사업장이 재생 전력 100%를 달성했다. 올해까지 전사 단위의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만 써야 함)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공정 운영 개선, 저탄소 유틸리티 활용, 수소 도입, 탄소 포집 및 활용, 배출권 확보 등 5개의 이니셔티브에 따라 탈탄소 전략을 구조화했다. 기술 성숙도와 경제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단계별 전환 로드맵을 수립해 이행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탄소중립 기술·산업경쟁력 강화전략’ 회의를 열고 중장기 로드맵 수립에 착수했다. 태양광, 해상풍력, SMR(소형모듈원자로), 히트펌프, 에너지, AI 등 10대 기술 중심의 생태계 조성이 핵심이다. 이호현 산업부 2차관은 “전기화와 청정연료 도입을 두 축으로 한 탄소중립 산업생태계 로드맵을 마련해 탄소중립 기술 중심의 진짜 성장을 이뤄내야 한다”고 밝혔다.

여성경제신문 이상무 기자 sewoen@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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