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칼럼]
수많은 의혹이 쏟아져도
여당은 해소됐다고 강요
美선 233 항목 철저 조사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 후보자, 오영준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관련 안건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 후보자, 오영준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관련 안건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주는 자타가 공인하는 청문회 슈퍼 위크다. 이번 청문회에서도 어김없이 수많은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청문회 슈퍼 위크가 아니라 '의혹들의 슈퍼 위크'라고 할 만하다. 이렇듯 의혹이 많으면 청문회는 의혹을 해소하는 장(場)이 돼야 한다. 청문회는 국민이 공직 후보자들에 대한 공직 적합성을 판단하는 장이어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청문회에서는 의혹이 해소돼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청문회는 의혹 해소에 방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의혹의 해석' 혹은 '해소에 대한 해석'에 방점을 두고 있다. 국민의 눈에는 의혹이 전혀 해소되지 않았음에도 여당은 청문회를 통해 의혹이 해소됐다고 '주관적 해석'을 국민에게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문회는 국민을 향한 것이어야 함에도 국민의 눈높이에서 의혹을 해석하려는 노력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우리나라 청문회는 왜 매번 이런 식의 모습이 반복될까? 일단 정치권은 청문회를 정국 주도권 확보를 위한 '투쟁의 장'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 방법이란 의혹이 적은 사람을 공직 후보자로 지명하는 것이다. 즉 공직 후보자에 대한 사전 검증을 철저히 해서 의혹이 아주 적은 인사를 지명하면 된다는 것인데 이는 미국을 보면 문제의 해법임을 알 수 있다. 

미국의 경우는 청문 대상자의 법적·윤리적·도덕적 하자가 대부분 청문회 이전 단계에서 걸러지기 때문에 청문회에서 도덕성 문제가 크게 대두되지 않는다. 미국은 대통령이 공직 후보자를 지명하기 이전 인선 과정에서 백악관 인사국 FBI IRS(미국 국세청) 공직자 윤리위원회가 합동으로 검증하는데 이중 IRS는 세금 관련 내역 그리고 FBI는 다른 신원 조회를 맡는다. 

이들 기관이 검증하는 항목들은 개인과 가족에 대한 배경 사항 61개 항목, 직업 및 교육적 배경에 관한 사항 61개 항목, 세금 납부에 관한 사항 32개 항목, 교통 범칙금 등 경범죄 위반 사항 34개 항목, 그리고 전과 및 소송 진행에 관한 사항 35개 항목 등 총 233개에 달한다. 233개 항목에 대해 공직 후보자가 스스로 주관식으로 서술케 한 이후 이를 토대로 앞서 언급한 4개의 기관이 샅샅이 조사한다. 

이 과정에서 직무와 관련한 과거 경력은 물론 재산 여자(남자)관계 등 사생활까지 조사한다. 이런 검증 과정이 끝나면 대충 탈락자의 윤곽이 나타나는데 만일 어떤 후보가 이러한 검증 과정을 통과한다면 그 이후 대통령은 각 당의 지도부와 의회 지도부에게 이들의 임명에 관한 자문을 구한다. 다시 말하면 임명에 대한 동의를 구한다는 것인데 여기까지 일반적으로 290일 정도 걸린다고 한다. 즉 장기간에 걸쳐 공직 후보자를 검증한다는 것인데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시간이 아주 촉박한 상황에서 공직 후보자를 고른다. 

이런 점을 개선하기만 해도 청문회를 둘러싼 여러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번의 경우는 다르다. 이재명 정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적이고 위헌적인 계엄으로 인해 급하게 출범한 정부이기 때문에 공직자 인선 역시 급하게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은 이해가 간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혹이 제기되었을 때 여야를 막론하고 객관적으로 접근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청문회는 국민의 시각에서 공직 후보자의 자질을 검증하는 절차임에도 후보자들의 청문회 대응 자세는 실망스럽고 여야의 태도 역시 다르지 않다. 예를 들어 증인 채택이 전무하거나 자료 제출 비율이 0%인 공직 후보자들이 존재하는 것은 장관이 되고 싶어 국민을 무시하는 셈이 된다. 미국의 사례를 보면 1991년 미국의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원 판사 지명자의 청문회 때 무려 90여명의 참고인 출석을 요구했는데 놀라운 점은 90여명이 모두 출석했다는 점이다. 

이는 청문회가 정치 투쟁의 장이 아닌 국민을 위한 공직 후보자에 대한 검증의 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결국 미국의 경우를 보면 청문회 무용론이 나올 수밖에 없음을 잘 알 수 있다. 우리의 처지가 더욱 초라해 보이는 지금이다.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한국세계지역학회 부회장
한국국제정치학회 총무이사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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