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결소위 與 단독 추경안 통과
野 "말 뒤집고 쓰려면 사과가 먼저"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야당 시절 82억원 전액 삭감했던 대통령실 특수활동비를 이번에 추가경정예산안에 증액해 강행 처리할 태세다.
이에 야당의 ‘내로남불’ 비판이 거세지자 민주당은 “사용 내역을 국회에 보고하겠다”며 투명성을 약속했다. 하지만 영수증 없이 집행되는 특활비의 근본적인 ‘깜깜이’ 속성과 역대 정부에서 반복된 불법 유용 사례를 볼 때 공허한 약속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4일 국민의힘과의 협상에 난항이 이어지자 단독으로 2차 추경안을 국회 예결소위에서 통과시켰다. 대통령실·법무부 등 특활비 105억이 증액됐다. 이어 본회의를 열어 추경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이에 반발해 퇴장했다.
특활비는 국가재정법 제44조에 따라 ‘정부의 특수한 활동에 지원되는 비용’이다. 대통령이 각종 유공자에게 주는 금일봉, 격려금, 축의금, 조의금, 전별금 등이 특활비에서 나온다. 일반 업무추진비와 달리 영수증 제출 의무가 없고, 집행 내역이 공개될 경우 국가 중대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비공개가 가능하다. 사실상 ‘눈먼 돈’으로 불리는 이유다.
유상범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작년에는 불투명한 국정 운영과 잘못된 나라 살림의 전유물이던 특활비가 이제는 국익과 안보에 직접 연계된 고도의 보안 활동 경비라고 한다"며 "정권이 바뀌면 예산의 정체성도 바뀌나"라고 질타했다.
김은혜 원내정책수석도 "민생 추경을 내세우던 민주당이 정작 뒤로는 은근슬쩍 대통령실 주머니를 챙기고 있었다"며 "말을 뒤집고 특활비를 쓰려면 국민께 납득할 만한 해명과 사과가 먼저"라고 꼬집었다.
특활비는 제도적 허점 때문에 역대 정권마다 고위공직자들의 ‘쌈짓돈’처럼 쓰이며 논란을 낳았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정상문 전 총무비서관이 대통령 특활비 12억5000만원을 횡령해 실형을 선고받았고, 이명박 전 대통령도 국정원 특활비 6억원과 10만달러를 받은 혐의로 유죄가 확정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청와대가 정기적으로 국정원으로부터 특활비를 상납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나 징역 6년형을 선고받았다. 문재인 정부 또한 김정숙 여사의 의상 구입 등에 특활비가 사용됐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연평균 96억원의 특활비를 편성해 사용했다.
특활비를 투명하게 하자는 노력은 그동안 좌초됐다.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이 2023년 11월 대표발의한 국가재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은 △특활비 등의 정의를 분명히 하고 △특활비 등의 집행지침을 심의하기 위하여 특활비등심의위원회를 두며 △매년 특활비 등 집행결과보고서를 작성토록 하고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의 요구가 있는 경우 집행내역 등을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이었지만 상임위 계류 중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최근에도 검찰이 시민단체의 정보공개 소송 패소 후 특활비 자료를 공개했지만 사용자 이름과 사용처를 모두 가린 채 제출해 ‘깜깜이’ 속성을 재확인시켰을 뿐이다. 지난해 내역 일부가 공개됐는데 공기청정기 대여, 기념사진 촬영 등 수사 관련이 아닌 곳에도 쓰였다는 의혹이 일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민주당의 ‘사후 보고’ 약속이 실효성을 갖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통령 경호 등 민감한 안보 활동과 관련된 내역을 실제로 투명하게 공개하기란 현실적으로 큰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여야 모두 특활비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야당일 때는 문제를 삼다가도, 여당이 되면 필요성을 내세우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현재 여야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권력기관의 특활비를 통제하고 감시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한 재선 의원은 여성경제신문에 "민주당의 이번 약속은 특활비 본질을 외면한 임시방편이고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수사에 그칠 뿐"이라며 "결국 핵심 내용은 가려진 채 총액 수준의 보고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무 기자 sewoen@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