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원의 성과 인권]
안전한 이성 교제에 가장 필요한 것은 소통과 교육
성 관련 대화 많이 나눌수록 부정적 경험 비율 낮아
민들레: “엄마, 놀라지 마세요! 우리 반 친구 ⭘⭘⭘ 알죠?”
엄마: “알지, 알지. 호호호. 너랑 썸 타는 사이 아니었어?”
민들레: “글쎄 ⭘⭘이가 오늘 나에게 쪽지를 줬어요. ‘오늘부터 1일’ 하자고요~.”
엄마: “어머나, ⭘⭘이 쪽지를 받아서 너는 기분이 어때?”
민들레: “⭘⭘이도 나를 좋아했었다니~~! 더 친하게 지낼 수 있어서 좋아요.”
엄마 : “와~, 우리 딸이 드디어 남자 친구가 생겼네⋯.”
“우리 딸이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니 엄마도 기쁜걸, 호호. 그리고 엄청난 사건을 엄마에게 먼저 말해 줘서 고마워.”

민들레: “그런데요, 전 ⭘⭘⭘이가 좋고 오랫동안 좋은 친구로 친하게 지내고 싶거든요? 그러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엄마: “음~~, 엄마 생각을 말해 볼까. 우리 집에 반려견 초코가 처음 왔을 때 기억나지? 네가 초코를 얼마만큼 사랑했는지 엄마는 알아. 아기 초코가 먹는 것, 잠자는 것 네가 다 살펴줬잖아. 학교 끝나고 집에 오면 초코가 잘 있는지부터 살펴주고 말이야. 초코가 아플 때는 잠도 못 자고 옆에서 살펴줬던 기억이 나는데⋯. 너의 정성 덕분에 초코는 건강해졌고, 우리 가족이 돼서 지금껏 행복하게 지내고 있게 되었잖아.
초코를 사랑했던 마음처럼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상대방에게 뭔가를 잘해주고 싶고,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걱정도 되고, 그래서 쓰다듬어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거야. 그런데 좋아하는 감정이 생겼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사랑을 표현하거나 행동한다면 그 관계는 오래갈 수 없을 거야. ⭘⭘이는 너의 생각과 다를 수 있거든.
멋진 이성 교제는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좋아하는 사람과는 어떻게 예절을 지켜야 하는지, 서로 존중하는 방법을 배울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 우리 민들레가 처음으로 남자 친구가 생겼으니 서로 아끼면서 멋진 모습으로 성장하는 너희들이 되길 바라.”
양육자를 위한 Tip
초등학교 5학년인 민들레가 엄마에게 이성 교제에 대해 뭔가 이야기하는 장면입니다. 민들레는 평소 엄마에게 ‘우리 반의 ⭘⭘이 좋다’ ‘그 아이도 나에게 관심이 있어 보인다’ ‘우리는 썸을 타는 사이다’ ‘드디어 사귀기로 했다’는 일련의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네요.
자녀와 이런 일상의 대화를 할 수 있으려면 관계가 어때야 할까요? 아마도 민들레는 엄마와의 이런 대화가 안전하다고 생각되나 봅니다. 사춘기인 민들레는 평생에 처음으로 이성으로 다가온 ⭘⭘이와의 관계에 대해 설렘, 의문과 걱정, 불안을 동시에 지니고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늘 도와주고 싶은 양육자는 이런 상황과 대화를 위해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요?
대부분의 양육자는 ‘자녀의 이성 교제’라는 사건이 생전 처음 겪는 일이라 자녀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걱정부터 앞선다고 합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걱정과 고민에 엄두가 나지 않아 차일피일 미루다가 아예 말할 타이밍을 놓치고 포기했다는 부모의 하소연을 듣기도 했습니다. 부모가 느끼는 두려움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요?
뉴스를 보니 세상이 험악하던데 혹시 이성 교제가 내 아이를 위험에 빠뜨리는 건 아닐까요? 공부하기에도 바쁜데 성적이 떨어지면 어떻게 해요? 스킨십은 어디까지 괜찮은 걸까요? 미디어에 나오는 어른들의 이성 교제를 흉내라도 내면 어떻게 해요?
만약 민들레에게 “너희들 오늘 어디 갔다 왔어?” “손은 잡았어?” “학생이 공부나 해야지 벌써 무슨 연애야?”⋯. 이런 반응을 보이고 꼬치꼬치 캐묻는다면 아마도 민들레의 연애 스토리는 양육자 뒤에 숨겨진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양육자는 성적인 호기심과 올바른 관계를 만드는 가치관을 아이의 눈높이에서 진솔하게 나누고, 모른다면 같이 찾아보아야 하는데, 이를 기피한다면 아마도 십중팔구 미디어의 과장되고 왜곡된 정보를 접할 가능성이 큽니다.

또 하나는 ‘성에 대한 대화가 자녀의 성적 호기심을 부추기게 될까 봐’ 하는 두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 걱정에 내 아이는 ‘성’이나 ‘이성 교제’ 등 이런 단어조차 모르면 모를수록 좋다는 생각에 쉬쉬하기에 바쁜 양육자의 태도를 많이 접합니다.
그러나 양육자의 우려와 달리 많은 연구 결과는 부모와 스킨십, 나아가 성관계 등에 관한 이야기를 더 많이 나눈 청소년이 성폭력이나 원치 않는 임신, 성병에 노출되는 비율이 훨씬 낮아지고 좋은 이성 관계를 만들고 있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민들레는 성적 존재입니다. 민들레 엄마는 민들레가 ‘성’에 대해 불안감이나 수치심을 갖지 않기를 바랍니다. 민들레가 이성 교제를 통해 자신과 함께 상대방을 존중하면서 성적 주체자로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그렇기에 이렇게 건강하고 진솔한 대화를 할 것입니다.
“남자 친구와 어떻게 잘 지낼지 걱정되는구나.” “말하기 싫을 때는 억지로 이야기할 필요는 없어.” “그렇지만 언제든 너의 연애에 대해 문제가 생긴다면 돕고 싶어.” “엄마도 예전엔 이런저런 경험을 했었단다.” 안전한 이성 교제에 가장 필요한 것은 소통과 교육입니다.
여성경제신문 손민원 성ㆍ인권 강사 qlov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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