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원의 성과 인권]
행사가 끝난 뒤 나오는
어마어마한 양의 쓰레기들
환경 교육은 생활 속에서

5월 5일 ‘어린이날’을 맞이해 한 지자체가 주최한 어린이날 행사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행사는 지자체의 20여 단체(관계기관과 지역사회)가 모여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어린이를 초청했다. 아쉽게도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씨에다 5월치고는 꽤 쌀쌀한 날씨였다. 행사를 주관하는 스태프들은 비옷을 입고 행사 준비에 바빴고, 경찰차와 소방관까지 동원, 안전을 위한 대비도 철저히 했다.

각각의 단체들은 기관의 특성에 맞는 선물과 행사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이날 행사엔 퀴즈를 맞히고 선물을 받거나 페이스페인팅, 투호 던지기, 스티커 붙이기, 손톱에 봉숭아 물들이기, 소떡 먹기 코너, 팝콘 코너, 어린이 노래자랑, 어린이 댄스 배틀 등 다양한 즐길 거리가 풍성했다.

어린이날 행사를 주최할 때 처음부터 환경을 생각하는 행사를 계획했다면 어땠을까? /게티이미지뱅크
어린이날 행사를 주최할 때 처음부터 환경을 생각하는 행사를 계획했다면 어땠을까? /게티이미지뱅크

각 부스는 자신들의 단체 이름을 건 플래카드와 배너들이 있었고, 비닐 테이블보도 깨끗이 정돈돼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기관 홍보 전단, 일회용 컵과 일회용 그릇들과 함께 시원한 캔 음료와 장난감들까지 부족함이 없었다.

오후가 되자 다행히 비가 잦아들어 행사는 좀 더 신나고 떠들썩했다. ‘매일이 어린이날만 같아라’며 부모님 손을 잡은 어린이와 부모님은 행복해 보였고, 행사장을 한 바퀴 돌고 돌아가는 어린이 손에는 갖가지 선물이 그득했다.

그런데 나에게는 그 행사가 못내 아쉬운 부분이 몇 가지 있었다. 북적거리던 행사가 끝나면 남은 일이 공원을 깨끗이 정리하는 것이었다. 일회용품들과 장난감 케이스, 더구나 비가 왔기 때문에 입었던 비옷과 테이블보까지 어마어마한 쓰레기가 나왔고 그 모두는 대형 쓰레기봉투에 한꺼번에 쓸어 담겼다. 행사장을 몇 바퀴 돌아도 분리수거를 할 수 있는 장소는 찾을 수가 없었다.

이곳저곳을 찾다가 주최 측에 문의하니 그냥 쓰레기봉투에 함께 담아 달라고 한다. 심지어 행사 중 한 곳에는 ‘지구를 살리자’는 코너가 있었는데 어째서 이 행사를 계획할 땐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을까?

또 다른 아쉬움은 어린이의 눈을 사로잡을 풍족한 먹거리와 선물에만 그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내가 사용한 쓰레기가 함부로 버려졌을 때 환경에 미치는 영향까지도 생각해 볼 수 있는 행사였기를 바란다. 거창한 학습이란 이름의 환경교육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당연히 자연스럽게 실천되는 습관처럼 자신의 장난감 케이스는 아이들 손으로 재활용하고, 자신이 먹은 캔 음료는 분리수거함에 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어린이날 행사가 내가 사용한 쓰레기가 함부로 버려졌을 때 환경에 미치는 영향까지도 생각해 볼 수 있는 행사였기를 바란다. /게티이미지뱅크
어린이날 행사가 내가 사용한 쓰레기가 함부로 버려졌을 때 환경에 미치는 영향까지도 생각해 볼 수 있는 행사였기를 바란다. /게티이미지뱅크

또 다른 아쉬운 부분은 자신이 한때 아껴 쓰던, 이제는 필요 없는 물품이 다른 친구에게 가도록 하는 품을 파는 자리가 한 코너라도 마련됐으면 했다. 그러면 어린이들에게 기후 위기 시대에 필요한 역량을 한 뼘이나 자라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었다.

환경이 우리의 삶을 위협한다는 것은 모두가 공감한다. 그래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 또한 수긍한다. 내가 참여했던 행사 말고도 많은 다양한 이름의 크고 작은 모임과 행사가 있을 것이다. 아마도 그런 행사의 대부분은 환경을 전혀 고려치 않은 행사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어린이날 행사를 주최할 때 처음부터 환경을 생각하는 행사를 계획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났을까? 처음부터 분리수거하는 쓰레기장을 곳곳에 마련하고 미리 안내해 쓰레기가 처리될 수 있어야 한다는 책무성을 행사 매뉴얼에 담았다면 어떤 결과를 낳았을까?

국가와 지방정부에는 기후위기에서 시민이 안전하게 살 권리를 지켜줄 의무가 부과됐다. 그렇기 때문에 기후변화의 영향을 이미 받고 있는 아동을 보호해야 하고, 그런 이유에서 이런 행사를 준비할 때도 환경을 악화하는 활동을 지원하지 않아야 한다.

‘탄소배출을 줄입시다’라고 개개인의 실천에 호소하기 이전에 국가와 지방정부는 비록 소규모 행사 하나를 기획할 때도 ‘제로 탄소배출’을 염두에 두고 어떻게 준비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기후 인권 감수성이다. 우리는 20~30년 후 ‘어린이날’에 어떤 세상을 어린이에게 선물해야 할까?

여성경제신문 손민원 성ㆍ인권 강사 qlov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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