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발언 없지만 사실상 탈원전”
체코 원전 수주로 물꼬 튼 수출 우려
50조 경제 유발 효과 꿈으로 증발하나

이재명 정부가 원전 수출 자체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온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첫 환경부 장관으로 지명하는가 하면 첫 추가경정예산안에선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예산은 증액했지만 원자력 예산은 ‘0원’으로 배제했다.
‘탈원전’을 직접 거론하진 않지만 정책 이행 과정에서 사실상 원자력 배제 수순을 밟고 있다는 날선 시각이 나온다. 일관성 없는 정책이 연속되면 국제무대에 불안정한 시그널을 주면서 원전 수출에 천문학적인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원자력 업계 의견을 종합하면 이재명 정부의 첫 환경부 장관으로 지명된 김성환 후보자의 입각 전부터 원전 산업 생태계에 미칠 부정적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김성환 후보자는 민주당 내에서도 대표적인 탈원전 강성론자로 분류돼왔다. “원전은 매우 위험해서 재생에너지로 분류가 안 되고 몇 년이 지나면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대사처럼 모두 다 죽는다. 이젠 재생에너지가 산업 경쟁력의 핵심이고 지금 닥친 난방비, 전기료 폭탄도 재생에너지로 바꿔야 해결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 시절이던 2023년 2월 정책조정회의에서 김 후보자는 이같이 발언한 바 있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원전 수출’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는 점이다. 김 후보자는 지난 4월 국회에서 열린 에너지저장장치(ESS) 정책 세미나에서 팀코리아의 에너지 수출 전략에 대해 “진짜 되지도 않는 원전 수출 말고 태양광·풍력·ESS·히트펌프·전기차·VPP 등 재생에너지 기반 기술을 패키지화한 새로운 수출 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산업통상자원부와 긴밀한 현안을 공유하며 에너지 정책에 제동을 걸 수 있는 힘을 가진 부처다. 우여곡절 끝에 한국의 체코 원전 수출 계약이 최종 성사됐지만 현 정부의 기조로 인해 파기 내지는 손실이 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재명 정부의 첫 추가경정예산에서도 ‘탈원전 속내’가 잘 드러난다. 추경에 인공지능(AI)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예산은 1조3000억원으로 증액했지만 원자력 분야는 기술 R&D, 원전 수출을 막론하고 예산 편성 자체를 하지 않았다.
첫 추가경정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에 나선 이 대통령은 “실용 정신에 입각한 경제성장의 마중물”이라며 “AI, 반도체 등 첨단기술 산업에 투자하고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을 조속히 완료해 기후위기와 RE100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러한 기조는 체코 원전 수주 무렵 강조한 ‘국익 중심 실용외교’와 정면으로 배치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와 통화에서 “두코바니 원전 건설 최종 계약은 양국 간 경제협력을 더욱 확대시키는 시금석”이라며 지속적인 원전 협력 확대를 담보했다.
국제 무대에서는 실용 정신에 입각한 원전 협력을 강조하면서 정작 반원전수출론자를 내각 장관으로 지명하고 원자력 지원 예산 자체를 편성하지 않으면서 정책의 일관성에 큰 의문점을 남기고 있다. 국제무대에 불안정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침체에 빠졌던 국내 원전 생태계는 이번 체코 원전 수주로 기대에 부풀었다. 향후 체코 정부가 테믈린 원전 2기를 추가 건설할 경우 한수원이 수주할 가능성도 높다. 50조원 넘는 경제 효과를 거둘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나온다. 주계약자인 한수원을 비롯해 한전기술(설계), 두산에너빌리티(주기기·시공), 대우건설(시공), 한전연료(핵연료), 한전KPS(시운전·정비) 등이 연쇄적으로 시장 진출 기회를 얻을 것으로도 기대됐다. 정부 정책 방향에 이들의 운명이 달린 것이다.
한 원자력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원전 수출에 수동적이거나 부정적일 경우 수입국 입장에서 한국 원전을 선택할 유인이 사라진다”며 “원전 수출은 공기업이나 민간 기업이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AI를 이야기하면서 탈원전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면 AI 기본인 전력수급이 가능한지 의문이 제기된다”며 “이재명 정부가 실용 정신을 강조한 만큼 미래 생존을 위해 어떤 전원 믹스가 가장 적합할지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성경제신문 유준상 기자 lostem_bass@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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