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영 쉘위댄스] (76)
첫발을 어떻게 딛느냐가
댄스 인생을 좌우한다
내 댄스 인생 30년 동안 내가 도움이 되어 남의 댄스 인생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준 경우가 몇 번 있다. 그중 기억 나는 한 여성은 내가 블로그에 올린 댄스 글을 보고 연락해 와서 만났다. 그녀는 동영상에서 댄스하는 것을 보고 곧바로 댄스에 입문하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그래서 평소 지나가면서 봐 둔 동네 무도장에 있는 댄스학원에 찾아갔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나도 동영상에서 본 그런 댄스는 안 가르치고 엉뚱한 춤만 가르치더라는 것이다. 그녀가 동영상에서 본 춤은 멋진 궁정무도장 같은 데서 춘 댄스스포츠였고 어두컴컴한 동네 댄스학원에서 가르친 춤은 사교춤이었으니 이상하게 생각한 것이었다. 그래서 내게 연락해 왔고 만났다.

외모도 출중하고 특히 체형이 좋았다. 키도 적당하고 볼륨도 있는 편이어서 댄스하기에 제격이었다. 내게 자기가 원하는 길을 걷게 해달라고 했다.
그녀의 문제점은 커플 댄스에서 불가피한 남녀의 스킨십에 거부감이 심한 것이었다. 특히 왈츠, 탱고 종류는 보기는 좋은데 자기는 도저히 남편 아닌 남자와 붙잡고 그런 춤을 출 수 없다고 했다. 그녀는 춤 자체뿐 아니라 남성에 대한 경계심도 대단했다. 결벽증도 있었다.
결론은 여자 선생님에, 스킨십이 비교적 많아 보이는 왈츠 같은 모던댄스보다는 남녀가 떨어져서 추는 룸바나 차차차 같은 라틴댄스 쪽으로 하라고 했고, 내가 아는 적당한 댄스 선생을 소개해 줬다. 집과의 거리, 수강료, 특히 강사와의 호감도가 중요했다.
강사의 실력, 그리고 거기서 오래 배웠을 때 미래도 고려해 봐야 했다. 거기서도 처음에는 기존 회원들의 텃세, 남자들의 유혹 등에 대해 실망하고 그만두려 했으나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충분히 헤쳐 나갈 수 있다며 격려해 줬다.
그녀의 꿈은 댄스의 세계에 제대로 빠져들어 감정적으로 춤을 즐기며 삶의 활력소가 되기를 바랐다. 나이가 들면 고향에 내려가 주민센터에서 동네 사람들에게 댄스를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녀는 국가 지도자 자격증도 취득하여 지금은 서울시내 유명 공공스포츠 시설에서 유명한 댄스 강사가 되어 있다. 인기가 좋아 여기저기에서 강습 요청이 들어와 있는데 체력적 부담을 느껴 다 못 해준다며 애로사항을 얘기했다.

돌이켜 보면, 그녀가 처음 무도장에 제 발로 찾아간 것은 큰 결단이었다. 오죽 춤을 추고 싶었으면 젊은 여성이 인생의 미래를 걸고 춤을 배우겠다고 갔겠는가. 어지간한 사람들은 처음 발을 딛은 곳에 대부분 정착한다. 그녀가 동영상에서 본 그 춤이 아니더라도 몇 달 거기서 배우다 보면 정도 들고 나름대로 재미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녀는 동영상에서 본 그 춤이 아니라며 강사에게 항의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무도장 강사가 댄스스포츠를 정식으로 가르치는 곳으로 가라고 순순히 놔 준 것이다.
무도장 강사들도 사교댄스를 주로 가르치지만, 대부분 댄스스포츠의 기초는 가르칠 수 있다. 그렇게 해서 붙잡으면 대부분 눌러앉게 되는 것이다. 그랬다면 지금쯤 무도장의 보조 강사 정도로 일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첫발을 어떻게 딛는가가 그 사람의 춤 인생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녀는 첫발을 잘 못 디뎠으나 자신의 굳건한 의지로 제 길을 찾은 사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교댄스와 댄스스포츠를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어지간한 댄스학원은 외부 광고에 사교춤부터 댄스스포츠까지 모두 가르친다고 쓰여 있다. 그러므로 입문하려는 사람은 별생각 없이 강사가 가르치는 춤 쪽으로 배우게 되어 있다.
사교댄스도 나름대로 장점이 있지만, 댄스스포츠를 제대로 배우고 싶은 사람은 반드시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하다. 제대로 된 학원에 가야 제대로 배우고 기량에 따라 제 코스를 밟을 수 있다. 강사가 실력이 있어야 하고 인성도 중요하다. 그리고 나아가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선생이어야 한다.
여성경제신문 강신영 댄스 칼럼니스트 ksy69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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