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영 쉘위댄스] (75)
우아한 분위기, 드레스 등 여성이 선호
남성은 리더 역할 해야 해 배울 게 많아
댄스스포츠는 남녀가 한 쌍이 되어 추는 커플 댄스다. 당연히 성비가 맞아야 할 맛이 난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는 여성이 많고 남성이 적다. 배우는 현장에서도 그렇지만 경기 대회에 나가려 해도 남성은 구하기 어렵다.
한번은 송파여성문화회관에서 댄스반 강사가 소개해서 간 일이 있다. 자이브 반이었다. 자이브는 여성끼리 파트너가 되어 춤을 출 수도 있는 춤이다. 그런데 첫날 남자는 2명, 여자는 60여명이었다. 극심한 여초현상이었다. 여성 반장이 일부러 와서 제발 중간에 그만두지 말고 끝까지 나와달라고 했다. 나 이외에 남자 한 명은 여자들 속에서 주눅이 들어 불편하다며 그만두었다. 나만 끝까지 남았다.

댄스계에 남성이 귀한 이유는 사회적 고정관념이 어느 정도 작용한다. 춤은 여성적인 취미나 예술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 남성이 춤을 배우는 것은 남자답지 않다는 편견을 가질 수도 있다. 그래서 여성 참가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유명한 댄스 영화 <빌리 엘리어트>에서도 아버지는 아들에게 권투를 배울 것을 권하지만, 빌리는 발레에 꽂혀 아버지의 심한 반대에 부딪힌다. 아버지가 가진 상식으로 발레는 여성에게 적합한 분야이지 남성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다.
입문 동기에서도 남녀의 차이가 있다. 여성은 운동, 다이어트, 자기표현, 문화생활 목적으로 입문하는 경우가 많지만 남성은 자신감 부족, 어색함, 남들이 보는 시각 등에 의한 진입 장벽 등으로 시작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영화 <쉘위댄스>에서처럼 무엇에 꽂혀서 제 발로 댄스에 발을 들여놓는 경우는 드물다.
춤을 추는 역할에서도 남성은 리더, 여성은 팔로워 역할을 한다. 남성은 여성을 리드해야 하는데 여성보다 기술과 상황 대처 능력을 더 빨리 익혀야 하는 부담이 있다. 리더는 스텝을 이끌고, 방향과 타이밍을 제시하는 핵심 역할을 맡기 때문에 초보자 시절에는 배울 게 많고, 부담도 크다. 팔로워는 리더와 비교하면 비교적 빠르게 실력을 올릴 수 있어 여성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특히 왈츠 같은 모던 댄스를 여성들은 우아한 분위기, 음악, 드레스 등의 이유로 선호하지만, 남성은 화려함보다는 구조적 정확성이 요구되어 흥미를 덜 느끼기도 한다. 모던 댄스에서 남성은 프레임을 유지하며 전체 동선을 설계하고 리듬과 회전을 주도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단순히 스텝만 외우는 것이 아니라 여성 파트너를 '느끼게끔' 리드해야 해서 숙련도가 필요하다. 소위 ‘필(Feel)’이다. 이런 이유로 남성 리더의 실력은 연습량과 꾸준함에 좌우되며 어려운 편이라 잘 추는 남성을 찾기 어려워진다. 잘 추는 남성은 이미 파트너가 정해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험적으로 보면 연령대별로 차이가 있다. 30~40대에 라틴댄스를 할 때에는 남성도 좀 있는 편이다. 빨리 배우고 대충 춰도 별문제가 없을 때다. 50대쯤 되면 모던 댄스로 이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기서부터는 절대적으로 남녀 성비가 맞아야 연습도 가능하다.
여성은 다수의 남성이 있는 가운데에서도 잘 버틴다. 반면, 남자들은 여성들이 압도적으로 많으면 주눅이 든다. 의외로 남성들이 여성들보다 더 수줍음을 타거나 남사스럽다며 겁을 먹는다. 여성들이 그냥 춤만 추는 것이 아니라 한마디씩 잔소리를 해 대면 못 견뎌 한다.
이런 분위기이기 때문에 남성은 한번 자리 잡으면 큰 환영과 기회를 얻는다. 단, 실력 있고 성실한 리더여야 대우받고 선택권도 많아진다. 보는 눈이 많아서 안 좋은 소문이라도 돌면 끝장이다.
여성경제신문 강신영 댄스 칼럼니스트 ksy69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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