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희의 마음을 여는 말하기 비법]
대화를 원하는 상대를 바라보기
앵무새 질문 혹은 너의 느낌 질문하기
그 다음은 멈추고 기다리기
아침저녁 기온이 내려가는 것이 느껴집니다. 강했던 여름 더위가 물러간 것이 고맙습니다. 그래도 지구가 움직이고 있기 때문인 거지요?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지구인가요? 열심인 지구인가요? 쉼 없이 지구가 움직이는 것에 감사하면서 우리는 쉼 없이 움직이기보다 멈춤 그리고 기다림을 활용한 대화를 해보기로 할까요?
“선생님, 쟤네들이 저를 무시했어요!”
시무룩한 목소리로 남학생이 말합니다. 평소에도 침착하게 말하고, 놀이도 진지하게 하는 중학생이라서 선생님은 믿음이 갑니다. 쟤네들은 한 학년 낮은 여학생 3명입니다.
“그랬어?(앵무새 질문)”
“네···”
“무시했구나···”
온 마음을 다해 앵무새 질문을 합니다.
침묵이 이어집니다.

선생님은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한다는 강박이 밀려옵니다. 강박이 밀려오는 것을 알아챕니다. 그 후 가만히 있기를 선택합니다. 어색한 침묵이 흐릅니다.
조금 후에 남학생이 말합니다.
“제가 들어와서 오랜만이라고 인사했는데, 고개를 돌리더니 본척만척하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말했어요, 보드게임하자고···. 그랬는데도 3명 모두 저에게 아무 말도 안 하더라고요! 그래서 화가 나서 샘한테 말하러 온 거예요.”
“그랬어? 화났겠네!”
“쟤들··· 오늘 좀 이상해요.”
“그렇네, 쟤들이 오늘 좀 이상하네···.”
선생님은 계속 온 마음으로 공감합니다.
짧은 침묵이 흐릅니다. 남학생이 말합니다.
“선생님, 무슨 일이 있는 걸까요?”
선생님은 이 말을 기다렸습니다. 선생님이 앵무새 질문으로 공감만 해주는 그 소통의 길 위에서 남학생은 무시당했다는 느낌을 지나서 이상하다는 비난을 지나서 저 아이들이 오늘 무슨 일이 있어서 평소와 다른지를 생각하는 곳까지 간 것입니다.
“궁금하니?”
“아뇨, 궁금하진 않아요···.”
“그래? 궁금하지 않은데, 무슨 일이 있는 것으로 보이기는 하는 거야?”
“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음··· 제가 가서 물어볼까요?”
이 말이 자력(自力)이 생기는 대화입니다! 스스로 길을 찾아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선생님, 쟤네들이 저를 무시했어요!”
“에이, 아닐 거야? 무슨 일인데?”
“제가 들어와서 오랜만이라고 인사했는데, 고개를 돌리더니 본척만척하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말했어요, 보드게임하자고···. 그랬는데도 3명 모두 저에게 아무 말도 안 하더라고요! 그래서 화가 나서 샘한테 말하러 온 거예요.”
“그게 뭐 화 날 일이냐! 그럴 수도 있지. 못 들었을 수도 있고, 무슨 일이 있을 수도 있지. 선생님이 보기엔 화날 일은 아닌 거야. 네가 이해해!”
“쟤들 오늘 좀 이상해요.”
“이상하다고? 무슨 일이 있나···. 선생님이 물어보고 올게.”
일반적으로는 선생님이 이런 대화를 하리라고 짐작해 봅니다.
공감대화는 온 마음으로 공감하며 말하라는 것입니다. 상대의 말을 들으면 똑같이 말하며 끝을 올리는 ‘앵무새 질문’을 합니다. 앵무새 질문에 대한 답은 긍정의 답입니다. 이어서 너의 느낌을 짐작해서 질문(너느질) 혹은 너의 바람을 짐작해서 질문(너바질)을 하는 것입니다.
그 이후에, 상대를 충분히 공감해 준 후에 할 말이 있으면 하면 됩니다. 이때 소통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대화의 비법입니다.
이런 순서를 활용하며 대화를 나누면서 여유를 갖는다면 상대의 답을 기다리는, 즉 나의 말을 멈추는 힘을 갖게 됩니다. 상대는 앵무새 질문에 긍정의 답을 한 후 마음이 스르륵 열려 이야기를 계속하게 됩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다시 앵무새 질문을 하고, 계속 상대의 말을 듣고 공감만 한다면 상대는 말하면서 여러 길을 찾게 됩니다. 이 길 찾기가 자력을 한 칸 한 칸 쌓도록 하는 것이랍니다.
그래서 내 말을 뒤로 미루고 공감의 마음과 눈빛으로 앵무새 질문 / 너의 느낌 질문 / 너의 바람 질문만을 하고 기다려보실래요? 새로운 경험을 하실 수 있답니다.
위의 일반적인 대화의 선생님처럼 자신의 의견을 마구마구 넣으며 해결점을 찾아주려는 것을 멈추시기 바랍니다. 멈추는 힘!이 필요한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청소년들이 생각할 힘, 말할 힘, 움직일 힘이 없어지고 있는 것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 어른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공감하며 대화하고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야 합니다. 아이의 생각에서 나오는 길을 따라가며 공감해 주고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 아주 살짝 의견을 말해주면 됩니다.
멈추는 힘이 필요한 2025년 한국 사회라는 제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여성경제신문 고현희 사단법인 사람사이로 이사장
anyangkhh@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