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 GPU 수출 막힌 엔비디아
전략적 메시지로 트럼프 정부 압박
딥시크 한계 깨달은 中 화답하나

라스베거스에서 열리는 연례 가전제품 전시회 CES 2025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21월 6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연례 가전제품 전시회인 CES 2025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라스베거스에서 열리는 연례 가전제품 전시회 CES 2025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21월 6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연례 가전제품 전시회인 CES 2025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도 인공지능(AI) 분야에서 뒤처지지 않았다"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발언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의 수출 규제 속에 고성능 칩 ‘H100’ 시리즈의 중국 수출을 위한 외교적 포석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른다. 특히 중국산 대형언어모델(LLM)인 딥시크(DeepSeek)가 고차 추론에서 한계를 보인 상황에서 나온 이번 발언은 단순한 격려를 넘어 전략적 신호라는 해석이다.

젠슨 황은 지난 30일(현지시간) 워싱턴DC 테크 콘퍼런스에서 "중국은 기술적으로 미국 바로 뒤에 있다"며 "AI 연구자의 50%가 중국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표면적으로 중국의 부와 인적 자원을 언급하며 기술 잠재력을 역설했지만 정작 업계에선 미국 정부를 향한 칩 수출 제한 완화 요청의 우회적 메시지로 읽히고 있다.

현재 엔비디아는 H100·A100 등 고성능 GPU의 중국 수출이 제한된 상태며 중국이 딥시크 등에 도입한 H20 같은 저성능 제품은 고차 추론을 구현하기에 제약이 많다. 황 CEO가 ‘중국도 AI 가능성이 높다’는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운 배경에 중국의 이러한 고민을 역이용한 엔비디아 매출 공백을 최소화하려는 셈법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다시 말해 "중국도 AI 경쟁력이 있다"는 젠슨 황의 긍정 메시지 이면에는 '중국은 아직 충분한 칩이 없다'는 현실을 부각시켜 미국 H100과 같은 고대역폭 GPU에 적용된  수출 규제를 완화하기 위한 노림수가 깔려 있다는 얘기다.

딥시크는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초대형 AI 프로젝트로, ‘중국판 오픈AI’를 표방하며 빠르게 모델을 공개해왔다. 하지만 스탠퍼드 후버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핵심 논문의 상시 연구진 31명 중 절반 이상은 중국 내 교육만 받은 인물들로 고차 추론 구조 설계 경험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7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 인공지능 컨퍼런스의 화웨이 전시장. 차세대 인공지능 칩 어센드(Ascend) 시리즈가 소개되고 있다./AP=연합뉴스
지난해 7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 인공지능 컨퍼런스의 화웨이 전시장. 차세대 인공지능 칩 어센드(Ascend) 시리즈가 소개되고 있다./AP=연합뉴스

물리적으로 구현한 양적인 파라미터와 연산 자원은 충분하지만 저가 GPU 병렬 연결만으로는 고차 추론의 영역에 진입할 수 없다는 현실을 에둘러 표현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실제 고차 추론 성능을 결정짓는 메모리 대역폭에서도 미국과 중국의 기술력은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엔비디아 H100은 초당 3.35TB에 달하는 대역폭을 지원하는 HBM3 메모리를 채택해 대형 모델의 매트릭스 연산과 추론 스택을 끊김 없이 처리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 반면 중국이 개발 중인 AI 칩 ‘어센드 910B·910D’ 시리즈는 아직 HBM3급 대역폭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산 속도 자체는 보완 가능하나 수십억 파라미터를 다루는 과정에서는 병목 현상이 불가피하다.

이러한 하드웨어적 제약은 단순 처리량 문제를 넘어 AI 모델의 표출 능력을 결정짓는다. 딥러닝이 단순한 응답 예측을 넘어 다중 맥락·연속 추론을 요구하는 현 시점에서 메모리 대역폭이 뇌의 단기 기억용량처럼 작동하기 때문이다. 사용자의 요구를 이해하고 응답을 직조하는 데 필요한 대역폭이 충분하지 않다면 아무리 많은 GPU가 있어도 고차 지능에는 도달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젠슨 황의 발언은 기술 외교적 메시지로서 엔비디아의 수출 정책 완화를 유도하는 동시에 중국 AI 기술 한계를 완곡하게 덮는 이중성을 지닌다. 익명을 요구한 AI 스타트업 CTO는 "GPU가 아무리 많아도 그걸로 '무엇을 표출할 수 있느냐'가 AI의 진짜 경쟁력”이라며 “황 CEO의 발언은 중국을 띄우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중국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짚어주는 압박 전술"이라고 설명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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