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미옥의 일상다반사]
수건 모양의 케이크에
케이크 모양 수건까지
수건의 새로운 쓰임새
SNS로 퍼지는 이색 선물들

대충 개켜 놓은 듯한 수건?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다. 인기를 끈 지는 꽤 되었다지만 나로서는 처음 보는 수건, 아니 진짜 케이크다. 케이크라 하기엔 조금 흐물거리고 수건이라 하기엔 너무 맛있게 생긴 이것은 일명 '수건 케이크', 자칫 휙 펼치기라도 했다가는 온통 초콜릿 범벅이 될지도 모른다.
수건의 깜찍한 변신
보송하게 잘 마른 수건을 개킬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예나 지금이나 수건 선물은 참 소박하면서도 필요한, 그래서 더 소중하다. 그것을 널거나 개킬 때면 건넨 이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기 때문인데, 내게 온 하양·초록·빨강의 수건은 일 년 내내 성탄절을 생각나게 하기도 한다.
예전만 해도 수건마다 새겨있는 사연들은 무척이나 다양했다. 누구의 칠순 잔치부터 첫돌, 아무개 권사님의 취임 축하 또는 개업 인사에 동호회의 야유회 기념까지 온갖 문구들이 자리했다.
하지만 요즘엔 사뭇 다르다. 우리 집만 하더라도 그런 문구가 새겨진 수건은 두어 장에 불과하다. 인기 있는 한 유튜브 채널에서는 욕실을 전시장처럼 꾸밀 수 있는 소위 '명품 수건'을 판매해 품절 사태에 이르기도 했다. 수건도 미술작품이 될 수 있다는 기발한 발상이라 하겠다.

아! 그러고 보니 몇 년 전 도쿄의 미술관에서 봤던 수건 탑이 생각난다. 화가 브뤼헐의 대작 바벨탑(the tower of babel)을 선보이는 자리였는데 아트숍에는 타워(tower) 대신 타월(towel)로 만든 층층 수건 탑이 선보였다. 주최 측의 재치에 관객들은 유쾌한 기억을 경험했음은 물론이다.
유통기한 없는 케이크?

깜짝 놀란 것은 수건 모양의 케이크뿐만이 아니다. 이번엔 케이크 모양을 한 수건이다. 실제 케이크처럼 생겼지만 식용이 아닌 수건으로 만든 선물용 아이템이다.
주로 생일, 결혼, 출산, 기념일 선물 등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보기에도 예쁘지만, 실용성도 있어서 인기다. 농담으로 말하자면 유통기한이라는 변수도 없으니 선물로는 제격 아닌가?
호기심에 하나 주문해 보았다. 자그마한 상자에 담겨 온 케이크, 아니 수건은 영락없는 케이크 모양을 하고 있었다. 실제 케이크처럼 층층이 쌓은 모양 위에 리본, 조화, 토퍼, 등을 장식해 진짜 케이크로 오해받기에 십상이었다.
수건 색상에 따라 ‘딸기 케이크’, ‘초코케이크’ '레몬 케이크 같은 연출도 가능하니 그 또한 재밌다. 답례품이나 선물용 또는 홍보용으로 주는 이나 받는 이 모두에게 재밌는 이야깃거리가 될 듯싶었다. 물론 나처럼 순전히 호기심으로 주문하는 이도 있을 것이고.
감성과 실용성, 공유의 즐거움까지
수건 케이크 등 재밌는 선물들이 부쩍 인기를 끄는 데엔 당연히 SNS가 한몫한다. 일단 비주얼이 예쁘다. 유튜브 쇼츠나 인스타 릴스에서는 무엇보다 짧은 시간에 눈길을 사로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저 신기한 눈요기에 머무르는 대신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실용성과 감성도 있어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하기에 충분하다. 예쁜 선물을 주고 싶어 하는 트렌드와도 잘 어울려서인지 단체 답례품으로도 인기라고 한다.
또한 직접 만들거나 커스터마이징된 선물은 누구나 선호하기 마련이다. 수건의 포장이나 구성 문구까지 자신의 정성을 표현하기 쉽다는 게 소비자의 요구에 딱 맞아서 떨어지는 듯싶다.
수건 케이크 말고도 재밌는 선물들이 우후죽순 나오고 있다. 마치 흙을 퍼먹는 느낌의 화분 케이크가 그것이다. 포슬포슬한 질감의 초콜릿 크럼블과 생크림은 먹는 재미뿐 아니라 보는 재미도 상당하다.
그밖에 어린이들에게 인기 있다는 문구류 모양의 젤리나 사탕도 있다. 립스틱 모양의 초콜릿이나 쿠션팩트 모양의 케이크도 그 대열에 이미 합류했다. 감성을 자극하면서도 실용적이고 재미까지 곁들이니 화제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공유와 주목'의 맛에 푹 빠진 세대들에겐 보여주기 좋은 이런 선물들은 소비를 트렌드로 끌어낸다.
간혹 사람들은 말한다. 단지 비주얼에 놀라며 재미있어하는 인증용 선물이 겉핥기 문화를 확산하는 거 아니냐고. 하지만 그런 소소한 재미마저 기존의 틀에 가둔다면 세상이 너무 재미없지 않은가?
얼핏 보아도 칼로리 폭탄인 수건 케이크는 조카에게 양보하고, 해체하기 아까운 케이크 수건은 깨끗이 빨아 사용해야겠다.
여성경제신문 홍미옥 모바일 그림작가 keepan20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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