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미옥의 일상다반사]
최근 인기 패션으로 떠오르는 알록달록 털조끼
외국인 여행객들에게도 필수 선물 아이템으로
그 배경에는 MZ들의 레트로 문화 체험이 자리
봄꽃이 피어나기 시작하는 계절임에도 두툼한 꽃무늬 베스트, 그러니까 일명 할머니의 털조끼가 여전히 인기몰이 중이다. 사실 요즘 할머니들도 김장철에나 잠시 입을 뿐 촌스럽다며 외면할 만큼의 구식 디자인인데 의외였다. 왜 그럴까?

촌캉스엔 할머니 조끼가 제격!
바쁜 도시 생활 속에서 휴식을 찾는 방법은 다양하다. 십여 년 전만 해도 여름은 바다로 떠나는 바캉스, 가을엔 단풍 구경 정도가 주된 방식이었다. 아! 요새는 계절에 상관없이 호텔에서 푹 쉬는 호캉스도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색다른 여행 방식이 뜨고 있다고 한다. 특히 젊은 층 사이에서 주목받는 촌캉스가 그것이다. 물론 이 말도 자고 나면 생성되는 신조어다. 짐작하다시피 촌(村)과 바캉스(vacance)를 합친 신조어다.
시골에서의 여유로운 생활을 경험하는 전원생활 체험은 한때의 인기를 넘어서는 모양이다. 70~80년대의 생활 방식과 문화를 직접 경험하며 과거와 현재를 잇는 새로운 트렌드로 특히 MZ세대에게 사랑받고 있다.
재밌는 건 또 있다. 촌캉스의 열풍에 한몫하는 건 그 무엇도 아닌 촌스러운 조끼라는 점이다. '할머니 조끼' 또는 '김장 조끼'로 불리며 젊은 층과 연예인, 인플루언서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옷이다.
외견상으로 보면 정말 김장철 시골마당에서나 입었음 직한 아이템이다. 의아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한 현상이다. 특히 가수 아이유는 음악 방송과 콘서트에서 할머니 조끼를 입고 나와 화제를 모았다. 그녀의 재밌고도 독특한 패션 스타일링은 팬들뿐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도 영향을 주었음은 불문가지다.
그 외에 래퍼 지코는 뮤직비디오와 공연에서 할머니 조끼를 활용한 패션을 선보이며 젊은 남성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그뿐인가? SNS를 통해 보이는 인플루언서와 일반인들의 할머니 조끼 착용 사진도 대중적 인기에 한몫했음이다.
요즘 시장 패션의 효자는 이것!

대한민국 쇼핑의 일번지가 남대문시장이라면 그다음은 일명 고터상가로 불리는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라고 해도 무방하다. 마침, 그 두 곳을 갈 일이 있었다. 그곳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문제의(?) 김장 조끼, 즉 할머니의 털조끼가 패션을 주도하고 있었다.
보기엔 거의 같은 문양과 디자인이었는데 그 명칭은 다양했다. 촌캉스 조끼, 김장 조끼, 할머니 털조끼, 섹시 조끼, 대박 베스트 등등. 가격은 대략 오천 원에서 만원에 팔리고 있다.
눈에 띄는 건 또 있다. 외국인 여행자들의 관심이다. 특히 일본이나 중국 여행자들에겐 이미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를 잡은 듯했다. 본인 착용용으로 혹은 선물용으로 아주 이만한 것이 없다는데, 한류의 지대한 영향이 한몫 거들었음은 자명하다.
더불어 동남아 쪽 여행자들의 구매도 늘어나고 있다는데, 더운 나라에서 털조끼? 순간 의아했지만 K팝의 영향력은 날씨 정도는 가볍게 물리칠 만큼의 거대함을 가졌으니 이상해할 것도 없다.
레트로패션의 부활과 옛 문화 체험
꽃무늬 털조끼와 함께 일명 몸빼바지라 불렸던 일바지도 덩달아 인기몰이에 나서기 시작했다. 최근 몇 년간 패션의 키워드는 복고풍의 재조명이었다. 그런 레트로 트렌드는 과거의 아이템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해석해 새로운 패션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독특한 패턴과 다양한 색상의 조끼는 젊은이들의 패션철학과 여가 활동에 양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옛 문화 체험의 하나인 촌캉스, 그 인기 요인 중 하나는 '할머니 패션'임이 분명하다.
조끼 외에도 할머니들이 즐겨 입는 꽃무늬 원피스, 레트로한 앞치마, 고무신, 일바지 등도 인기다. SNS에서는 이런 복장을 한 채 시골길을 걷거나 장터에서 장을 보는 모습이 넘쳐난다. 왜 아니겠는가. 아날로그 감성 체험엔 촌캉스만 한 게 없으니 말이다.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두고
우리의 MZ들도 하루도 없으면 안 될 것 같던 스마트폰, 인터넷, SNS의 홍수 속에서 잠시라도 떠나고 싶을 것이다. 도시의 복잡함을 뒤로하고 시골의 정겨운 풍경 속에서 만나는 자연, 따뜻한 할머니의 아침 밥상, 그리고 자연과 함께하는 느릿한 시간들··· 촌스러운 할머니의 털조끼는 그런 그들에게 소통과 힐링이라는 시간을 함께 즐길 선물이 아니었을까 싶다.
다소 늦었지만 나도 한 벌 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의 용도는 촌캉스 패션 대신 옷 본연의 기능 중 하나인 품속을 파고드는 봄바람에 맞서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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