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미옥의 일상다반사]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이 심상찮다
영화 배경 장소를 찾아다니는 성지순례,
그중에는 제기동 한방 진흥센터도 있다
요즘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는 하루가 멀다고 숱한 화제를 뿌리고 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데헌>은 이미 단순한 k 문화의 경계를 넘어 문화적 파급력을 지닌 거대한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영화 속 인물들의 패션, 음식은 물론이고 등장하는 장소까지 모두 팬들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는 곧 흔히 말하는 ‘성지순례’라는 새로운 문화로 이어지고 있다. 흥미진진한 전개와 캐릭터들의 매력만으로도 차고 넘치는 사랑을 받고 있는데, 그 영향은 화면 밖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케데헌>이 안내하는 성지순례는 다양하다. 주인공들이 먹던 김밥·국밥·떡볶이를 맛볼 수 있는 전통시장부터, 북촌한옥마을, 남산타워, 뚝섬유원지 등등이 있다. 사실 팬들에게는 그저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주인공들의 감정을 함께 보듬고 느낄 수 있는 가슴 뛰는 포인트다.
한약 내음이 솔솔 풍기는 그곳은?
그중에서도 의외의 장소는 바로 우리나라 한약의 메카인 동대문구 제기동이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8월 어느 날, 지하철 제기역을 나오자 흥미로운 광경들이 나타났다. 골목길 노점상들은 저마다 최저가로 발길을 붙드는가 하면, 약속 장소로 알려진 지하철 앞 건물은 불로장생이라는 흔치 않은 이름을 걸고 있었다.
그리고 세계인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장소가 여기 있다. 바로 제기동 한방 진흥센터다. 극 중 리더인 루미가 목소리 치료를 위해 찾았던 곳으로 처음에는 그저 단순한 촬영지로만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그 공간에 담긴 전통미와 한국 고유의 한방 문화라는 독특한 매력이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여행자들까지도 사로잡고야 말았다.

듣던 대로 제기동의 좁은 골목은 한약 재료들과 약을 다리는 내음으로 가득했다. K 문화의 위력은 이곳 골목길에서도 여실히 드러나는 것이, 배낭을 멘 한 무리의 외국인들이 부지런히 사진을 찍어가며 앞서가고 있었다.
알려진 대로 제기동 한방 진흥센터는 우리의 전통 의학을 알리고 체험하는 곳이다. 편안하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와 유려한 건축물이 보여주는 안정감으로 방문자를 즐겁게 한다. 다양한 체험 시설로 연중 붐비는 이곳은 <케데헌>의 인기로 더욱 분주하다.

이번에 체험하게 될 시설은 보제원이다. 알다시피 '보제원'은 조선시대 가난한 백성들을 돌보던 의료기관의 이름에서 유래한다. 이곳에서는 전신 순환과 기혈 자극에 중점을 둔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약 30분 동안 수족 마사지로 시작해 한약재가 들어간 온열 안대를 쓰고 침대에 누워 전신 마사지를 체험하게 된다. 어찌나 시원한지 마음 같아서는 한 시간쯤 더 누워있고 싶었다.
하지만 <케데헌>의 인기 때문에 해외 단체관광객까지 몰려드는 형편이다 보니 그건 욕심이다. 체험 예약은 필수다.
진정한 본류!
<케데헌>은 단순히 이야기를 넘어, 한국이라는 매력적인 공간을 세계라는 틀 속에 새겨넣고 있다. 팬들은 주인공이 먹었던 음식을 맛보며 그들이 걷던 길을 함께 걷는다. 곧 그곳은 성지가 되고 잊지 못할 울림을 남긴다.
특히 이곳 한방 진흥센터에서의 체험은 팬들의 호기심을 넘어 우리의 전통과 따뜻한 지혜를 체험하는 장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이제 우리의 문화는 아류도 이류도 아닌 진정한 본류다.
여성경제신문 홍미옥 모바일 그림작가 keepan20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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