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미옥의 일상다반사]
거리를 물들이는 블랙 패션 열풍
넷플릭스 드라마 웬즈데이 때문
블랙 고딕 패션 유행은 언제까지?

드라마 웬즈데이의 블랙패션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림=홍미옥, 아이패드로 그림
드라마 웬즈데이의 블랙패션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림=홍미옥, 아이패드로 그림

<안녕 프란체스카>(2005~2006·MBC)라는 시트콤이 있었다. 지금은 고인이 된 마왕 신해철의 해괴한 의상과 무지막지한 통굽 구두, 그리고 배우 심혜진의 블랙 롱드레스가 깊은 인상을 남겼던 히트작이다. 아! 명배우 고 김수미의 입에 감기는 노래도 인기였다.

한국식 시트콤이지만 뱀파이어 가족이 인간 사회에 적응하려는 설정 자체가 블랙 코미디에 가까웠다. 자연스레 캐릭터들의 패션은 온통 기괴한 블랙 아이템으로 화면을 꽉 채웠다. 지금 <안녕 프란체스카>를 떠올리는 드라마와 패션이 화제 몰이 중이다.

죽음 정도는 각오해야지?

지난 8월 미국 배우의 방한이 있었다. 그 주인공은 요즘 인기리에 방영 중인 넷플릭스 드라마 <웬즈데이 시즌2>의 여주인공, '제나 오르테가'다. 자그마한 체구의 그녀는 마치 드라마에서 뛰어나온 듯한 의상으로 팬들의 환호를 끌어냈다.

넷플릭스 드라마 <웬즈데이> 제작·출연진들이 지난 8월 내한했다. /네이버 캡처
넷플릭스 드라마 <웬즈데이> 제작·출연진들이 지난 8월 내한했다. /네이버 캡처

<웬즈데이> 시즌2는 새 학기를 맞아 네버모어 아카데미에 돌아온 웬즈데이 아담스가 자신을 둘러싼 더 오싹하고 기이해진 미스터리를 마주하고, 그 뒤에 숨겨진 진실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다소 엽기적이기도 하고 섬찟한 스토리도 있는 블랙 호러 코미디다.

팀 버튼 감독의 첫 TV 시리즈인 <웬즈데이>는 역대급 화제를 부르며 시즌3까지 예정되어 있다. 유독 한국에서만 그 인기를 체감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공개한 시즌2는 여러 면에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가 사랑하는 블랙핑크의 노래는 온통 블랙이던 주인공을 달콤한 캔디컬러로 잠시 변신시키기도 한다. 주인공 역을 맡은 배우는 극 중 캐릭터 그대로 마치 '날 괴롭히면 죽음 정도는 각오해야지?'하는 비주얼로 한국 팬들 앞에 섰다. 물론 올해 가을 겨울을 책임지는 블랙의 패션으로!

이래도 지루해?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웬즈데이 블랙패션은 꾸준히 전 세계의 SNS에서 회자하고 있다. #Wednesdaycore라는 해시태그가 쏟아져 나오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이번 시즌2 속 그녀의 스타일도 역시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길게 늘어뜨린 땋은 머리, 올블랙 투피스. 검은 레이스 우산, 검정 통굽 구두는 확실하게 웬즈데이의 시그너처로 자리 잡았다.

일반인, 특히 나 같은 장년층이 볼 때는 저런 블랙패션은 좀처럼 친근해지기 힘들기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검은색은 무색무취한 색, 혹은 장례식 패션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물론 커리어우먼의 분위기도 있고 지루하긴 하지만 날씬해 보이는 장점도 있긴 하다.

하지만 드라마 속 주인공 웬즈데이는 그 선입견을 우아하게 비틀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녀가 입고 걸친 블랙 드레스, 셔츠, 액세서리는 더 이상 단조로움이 아니었다. 강렬한 자아의 표현이자 정체성이다. 자연스레 이 시대의 가장 핫한 패션으로 자리매김 중이다.

실제로 핀터레스트나 인스타그램에는 블랙 드레스를 입고, 다소 기괴하다 할 정도로 진한 눈 화장을 한 사진들이 넘쳐난다. 밝고 건강한 녹색 말차 감성의 클린걸들과 함께 다크하면서도 세련된 블랙 스타일은 묘하게 섞이며 어울린다.

나도 블랙?

역시 블랙은 쉬우면서도 어려운 색임이 틀림없다. 언제 샀는지도 기억나지 않는 검은 원피스가 있다. 마침, 칼럼을 준비하고 있어서 재미 삼아 평소엔 거의 입지 않던 문제의 그 '블랙'을 입고 나갔다. 돌아오는 반응은 한결같았다.

'장례식장에 가는 길이냐?' '어디 아픈 건 아니냐?' 등등. 그나마 듣기 좋았던 말은 살이 조금 빠져 보인다는 한 마디뿐이었다. 추운 겨울이었다면 그래도 나았을까? 하지만 뭐 가끔은 나도 블랙의 시크함을 즐기고 싶으니까 그걸로 되었다.

<웬즈데이> 시즌2의 6회에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온통 블랙으로 치장한 주인공이 평소와 다르게 알록달록 사랑스러운 패션으로 등장한다. "이런 나를 한 번쯤 보고 싶지 않았어?"라는 대사와 함께.

그렇다. 블랙이 유행이라고 너도나도 그걸 뒤따라갈 필요는 없다. 그냥 한 번쯤 동참한다는 마음으로 기꺼이 즐기는 것은 좋겠다. 나도 올겨울을 대비해 블랙 정장 슈트를 알아볼까 말까 고민 중이다.

여성경제신문 홍미옥 모바일 그림작가 keepan20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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