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스마트팜 사업 본격화···글로벌 맞춤형 패키지 운영
스마트팜, 원재료 안정 수급·ESG·해외시장 공략 수단
내수 한계 돌파 전략, 본업 라면 사업 글로벌 확대 병행

농심 사우디아라비아 K-스마트팜 착공식 /농심
농심 사우디아라비아 K-스마트팜 착공식 /농심

농심이 식품업계를 넘어 스마트팜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점찍고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식품 내수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가 절실해진 가운데, 농심의 이번 행보가 내수 성장 한계의 돌파구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스마트팜은 비닐하우스·유리온실·축사 등에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인공지능, 로봇 등 4차 산업혁명기술을 접목해 작물과 가축의 생육환경을 원격·자동으로 적정하게 유지·관리할 수 있는 농장을 말한다. 국내 식품업계에선 농심이 해당 시장 진출에 가장 적극적이다.

농심은 2022년 오만에 컨테이너형 스마트팜을 처음으로 수출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시동을 걸었다. 이후 2023년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와 스마트팜 수출 MOU를 맺어온 농심은 지난해 정부의 스마트팜 수출 활성화 사업에 선정됐다. 

농심은 스마트팜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2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국립농업연구센터 내에서 K-스마트팜 중동 수출 거점 마련을 위한 시범온실 착공식을 열었다. 이번 프로젝트는 농심이 중소기업 3곳과 컨소시엄을 이뤄 한국 대표로 추진하는 사업으로, 약 2000㎡ 규모의 스마트팜을 올해 12월까지 완공할 예정이다. 수직농장과 유리온실로 조성되는 시설에서는 현지 소비자 입맛에 맞춘 엽채류와 과채류를 재배하며, 생산물은 사우디 현지 유통망을 통해 판매하고, 이후 까르푸·루루 하이퍼마켓, 아마존, 눈(Noon) 등으로 판로를 확대할 계획이다.

농심의 스마트팜 사업은 포테토칩, 수미칩 등 대표 감자칩 제품 생산 시 강원도 쪽에서 감자 재배 연구소를 운영하며 쌓인 노하우를 기반으로 시작하게 됐다. 작물을 판매하는 개념이 아닌, 스마트팜 관련 시설 및 설비를 판매하며 해외에 수출하는 방향을 잡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스마트팜 기술이 미래 사업으로 유망해지면서 식품회사로서 갖고 있는 노하우를 결합시켜 설비를 만들고 하나의 사업으로 지속하면 좋지 않을까 해서 시작하게 됐다”며 “사우디아라비아나 UA 등과 MOU를 맺었고, 오만에 2개 동 정도 테스트적으로 판매했다. 아직 관련 매출이 크진 않지만 이번 착공식을 계기로 중동 지역에서 농심이라는 기업을 알리고, 스마트 사업을 본격적으로 해보는 첫 걸음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농심은 현지 맞춤형 스마트팜 패키지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며 경쟁력을 확보하고, 나아가 작물 연구와 가공, 유통판매 등 스마트팜 연관 산업을 모은 클러스터를 구축해 세계 진출의 교두보로 삼을 계획이다.

스마트팜 사업은 식품업계에 안정적인 원재료 수급과 친환경, 지속가능 경영의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후 변화, 국제 정세, 물류난 등으로 식품 원재료 수급이 점점 불안해지면서, 식품기업들이 안정적인 공급망을 직접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팜은 날씨나 계절 영향을 최소화해 연중 생산이 가능하다. 이에 아워홈도 농림축산식품부와 협업을 통해 노지 스마트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대파 재배에 성공했다. 유통업체인 롯데마트도 지난 1월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내일농장’ 프로젝트를 론칭해 인공지능 과일 선별 시스템 등 스마트팜 농업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팜 딸기 등을 선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농심의 이번 움직임이 내수 성장 정체 국면을 돌파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도 보고 있다. 국내 식품업계는 저출산 등에 따른 내수시장 포화로 식품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해외 진출 확대를 늦출 수 없다는 시각이 커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해외시장 진출이 필수가 된 상황에서 현지 맞춤형 농산물 생산이 가능하고 물류비도 절감할 수 있는 스마트팜 거점을 직접 세우려는 전략인 셈이다. 

농심의 해외 매출 비중은 아직 4할에 불과하다. 현재 경쟁사인 삼양식품이 77%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아쉬운 수치다. 이에 농심은 ‘비전 2030’을 수립해 2030년까지 매출과 영업이익을 두 배로 늘리고, 해외 매출 비중을 61%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농심의 본업인 라면 사업에 있어서도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올해 3월 유럽에 판매 법인을 세운 데 이어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등 신규 시장 개척에도 본격적으로 나섰다. 생산거점 확충에도 나서 부산 녹산국가산업단지에 연간 5억 개 생산 규모의 수출전용 라면 공장을 2026년 하반기까지 완공할 예정이다. 새 공장이 가동되면 기존 부산공장과 함께 농심의 수출용 라면 생산량은 연간 10억 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난다.

향후 농심이 스마트팜 사업과 해외 진출 확대 전략을 통해 내수 한계를 넘어선 성장 모멘텀을 확보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스마트팜 사업은 초기 투자 부담이 크지만 장기적으로 원가 경쟁력 확보와 ESG 경영 실현, 해외시장 진출 시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또한 스마트팜은 AI, IoT, 로봇기술 같은 첨단 IT와 융합된 산업이라 단순 농업이 아니라 데이터 기반 농산물 생산, 기능성 식품, 헬스케어 푸드 개발 같은 신사업 확장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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