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개헌 논의 진정성 있지 않아"
"민주당에는 내란 이슈 덮는 자충수"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6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조기 대선과 함께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치권에서 개헌 논의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내란 사태 정리가 우선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대립이 지속된다면 개헌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8일 개헌이 공감을 얻고 있음에도 실제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앞서 우 의장은 지난 6일 "이제 신속하게 개헌을 추진하자는 제안을 하고자 한다"라며 조기 대선과 함께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개헌을 두고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린다. 국민의힘은 개헌에 적극 찬성하는 모습을 보인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는 개헌안을 마련해 대통령 선거일에 함께 국민투표에 부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라며 "국민의힘은 이미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자체 개헌안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역시 대선 과정에서 개헌 국민투표 입장에 동의한 상태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는 다른 의견이 나오고 있다. 김경수 전 지사와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등 비명계 대권 주자들은 일제히 개헌에 찬성하는 입장을 피력했지만 유력한 대권 후보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이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5·18 광주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고 계엄 요건을 강화하는 개헌에는 찬성한다고 하면서도 "대통령 4년 중임제는 논쟁의 여지는 크고 실제로 결과는 못 내면서 논쟁만 격화하는 어쩌면 국론분열의 원인이 될 수 있다"라며 권력구조 개편을 담는 개헌에는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개헌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내란 종식이 먼저"라며 "지금 당장은 민주주의 파괴를 막는 것이 훨씬 중요하고 긴급하다"라고 강조했다.
조국혁신당도 같은 날 대통령 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진행하자는 제안에 '내란 진압'이 우선이라고 했다. 김선민 혁신당 대표 권한대행은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당은 원칙적으로 개헌의 필요성에 깊이 공감한다"라면서도 "우선 내란 종식과 내란 세력 일소가 우선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결국 개헌의 필요성에는 모두가 동의하고 있지만 시기를 놓고 의견이 갈리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현재 처한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개헌에 찬성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내란 사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지금껏 같이 일해왔다"라며 "대통령이 탄핵당한 이상 지도부가 사퇴하는 등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개헌 이슈는 내란 이슈를 묻어버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박 평론가는 "개헌 이슈는 내란 정국을 덮어버릴 수 있다. 이는 국민의힘에 난국을 벗어날 수 있는 출구를 열어주는 것과 같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개헌을 얘기하고 있지만 진정성이 있지는 않다"라며 "민주당 입장에서는 내란 논의를 덮어버리는 개헌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일각에서는 내란 정국과 상관없이 힘 있는 자가 개헌을 거부하고 상대적으로 약소한 세력이 개헌을 주장하는 형국이 반복되고 있을 뿐이라는 분석도 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내란 이슈는 명분일 뿐"이라며 "지지율이 높은 쪽은 항상 개헌을 거부해 왔다"라고 말했다.
각 정당이 현재와 같은 태도를 고수한다면 개헌은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다. 박 평론가는 "지금 개헌 논의가 이루어져도 실질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기는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여성경제신문 김민 기자 kbgi001@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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