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한 블첵 장관 현지화율 언급
일반적 수준 50%比 10%p나 상회 
웨스팅 나눌 일감까지 수익성 우려

루카스 블첵 체코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 17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체코 장관급 공급망·에너지 대화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루카스 블첵 체코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 17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체코 장관급 공급망·에너지 대화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수력원자력과 체코 정부가 내달 체코 두코바니 원자력발전소 건설사업 본계약을 앞둔 상황에서 체코 산업부 장관이 “체코 기업의 참여율 60% 보장”을 재차 언급했다. 그동안 정부는 체코 현지화율 60%에 대해 선을 그어왔는데, 내달 본계약을 따내기 위해 결국 체코 측의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낮은 공사비 단가, 높은 현지 조달률에 더해 지식재산권 분쟁을 벌였던 미국 웨스팅하우스에 나눠야 할 일감까지 고려하면 팀코리아에 돌아갈 수익은 많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28일 체코 산업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최근 방한했다 귀국한 루카스 블첵 산업부 장관은 지난 25일(현지시각)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핵 산업 콘퍼런스’에서 두코바니 원전 건설사업의 현지화율을 언급했다. 

블첵 장관이 언급한 주요 골자는 한수원과 한국 정부가 체코의 요구를 수용하고 최소 60% 이상의 현지화 비율을 약속했다는 점이다.   

보도자료에서 블첵 장관은 “EPC(설계·구매·건설) 계약 체결 때 이미 30%가 되길 원하며 (이후) 원전 건설과 운영 과정에서 체코 기업이 60% 규모로 참여할 수 있도록 명확한 계획과 보장을 받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지화 실행 과정은 반드시 관련 법규 및 EPC 계약 조건을 완전히 준수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투자자인 일렉트라나두코바니(Elektrárna Dukovany II) 및 체코전력공사(CEZ)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행사 직전 루카스 장관이 방한하여 우리 정부와 만난 점을 감안하면 최근 현지화율 60%에 대한 협상을 마무리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정부와 한수원은 체코 정부가 현지화율 60%를 계약 조건으로 내걸었다는 의혹에 대해 협상의 여지가 있다며 일축해 왔다.

지난해 9월 윤석열 대통령의 체코 방문 때에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가 “현지화율 60% 기대”를 처음 언급했는데 이때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체코 쪽의) 희망 사항”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도 지난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확정된 건 없다. 나중에 계약 이후 국제 입찰을 통해서 결정돼야 하는 사항들”이라고 반박했다.

블첵 장관의 현지화율 60% 언급이 기정사실화하면서 팀코리아가 24조원 규모 체코 신규 원전 프로젝트를 수주하더라도 팀코리아가 가져갈 수익이 저조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국내 기업이 체코 현지에 진출하는 것도 현지화율에 포함되고, 현지 기업이 기자재,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우리 기업이 수출한 중간재·기술·서비스 등이 포함되기 때문에 중간 부가가치 창출을 통해 우리 기업들의 이익이 극대화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지 기업 활용 비율이 높을수록 한국의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는 게 원전업계의 중론이다. 체코가 요구한 현지화율 60%는 일반적 수준인 50%보다 높아 정부가 자랑하는 것처럼 높은 수익성을 기대하기는 만만치 않아 보인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공사기간이 예정보다 길어지면서 실제 공사비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경우다. 건설사업에서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나타나기 때문에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30% 이상의 예비비를 확보해 둬야 안전하다. 

그런데 한수원과 수주 경쟁을 벌였던 프랑스전력공사(EDF)가 제시한 공사비 단가는 우리의 2배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보다 단가가 절반 이상 낮다는 건 그만큼 돌아오는 이익이 적다는 말이다. 그야말로 저가 수주다. 

한 원전업계 관계자는 “체코 원전 수주액이 24조원이라고 하지만 이것은 한국이 얻을 수 있는 실제 수익은 아니다”며 “웨스팅하우스와 협상해야 할 지식재산권 대가, 금융 지원 가능성, 높은 현지화 비율 등을 모두 계산한 뒤에 얼마나 남을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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