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In]
尹 통치행위 주장 이해불가
법에 순응하면 체포 응해야
국가 운영 엉망진창 경제난

나라 돌아가는 꼴이 말이 아니다. 나라 꼴이 이 지경이 돼버린 가장 큰 책임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다. 21세기 그것도 선진국에 진입한 국가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부터 모든 것이 망가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가 통치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그렇다면 윤 대통령 측에게 묻고 싶다.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정치가 아닌 ‘통치’라는 언어를 사용해도 되는지 묻고 싶은 것이다.
윤 대통령 본인은 자유 민주주의 수호를 외치지만 자유 민주주의 가장 근본은 통치가 아닌 정치를 ‘보존’하는 데 있고 법치를 준수하는 데 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윤 대통령은 이 두 가지 요소 중 어느 하나 제대로 실행하지 못했다. 지금의 상황을 정치가 아닌 통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면 윤 대통령은 그 이유를 분명히 설명해야 했다. 즉 부정 선거에 대한 의구심을 언급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며 자신의 주장을 설파해야 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반국가 세력’에 대한 언급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모든 정보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반국가 세력이 어떤 분야에서 어떻게 ‘준동’하고 있는지를 말해야 했다. 그런데 그런 언급 없이 같은 주장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상황이 ‘정치의 시대’가 아닌 ‘통치의 시대’여야 한다는 대통령의 주장을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 ‘법치’와 관련된 부분 역시 마찬가지다. 법치의 근본은 법 앞에서의 평등이다. 힘이 있는 사람이든 없는 사람이든 법을 준수하고 법이 명하는 대로 행동해야 한다는 뜻이다.
법은 ‘인격체’가 아닌 ‘최고 수준의 제도’다. 그렇기 때문에 법의 ‘평등성’과 ‘공정성’은 그 누구도 침해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12월 12일 담화에서 “저는 이번 계엄선포와 관련하여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라고 언급했음에도 수사기관의 소환에 단 한 차례도 응하지 않았다.
거기다가 체포 영장이 발부되자 이번에는 체포 영장 청구 주체와 체포 영장 내용에 대해 문제 삼으며 체포에 불응했다. 만일 윤 대통령이 법에 순응하는 자세를 보였다면 일단 체포에 응해야 했다. 체포에 응한 이후에는 체포 영장과 관련한 법적 문제를 지적할 기회와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만일 윤 대통령이 체포 영장 발부 이전에 수사기관의 소환에 응했다면 체포 영장이 발부되지도 않았을 것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이런 식의 모습은 윤 대통령이 현재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 법을 이용하려 든다는 인식을 국민에게 심어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제도에 대한 신뢰가 유지될 수 없다.
상황을 이렇게 만들고서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강성 지지층에게 서신을 보냈다. 여기서도 자유 민주주의를 부르짖으며 반국가 세력과 주권 침탈 세력이 준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행위는 자신의 지지층을 선동하려 든다는 비난을 들을 소지가 충분하다. 미국 의사당 공격이 있었던 2021년 1월 트럼프의 행위를 연상하는 이들도 있다.
이런 식으로 법치를 훼손하고 있으니 국가 기관이 제대로 돌아갈 리 만무하다. 일부 언론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체포 영장 집행 시도 당일 경호처의 요청을 받은 최상목 권한 대행은 대통령 관저 경비를 맡고 있는 경찰과 군에게 경호처에 협조하라는 지시를 했음에도 경찰과 군 당국이 움직이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군과 경찰 지도부의 판단이 잘못됐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국가의 명령 지시 계통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면 국가 운영이 엉망진창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와중에 입법 권력을 가지고 있는 민주당도 국가 체계를 유지하는 데 관심을 두기보다는 조기 대선 성사에만 관심을 두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결국 현재 대한민국을 지탱해야 하는 모든 기관과 정당들은 제 기능을 하기는커녕 각자도생 혹은 정치적 이해 관계만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국가 신인도가 회복되기는 어렵고 이렇게 되면 경제는 완전히 망가질 수밖에 없다. 피해는 국민이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한국세계지역학회 부회장
한국국제정치학회 총무이사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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