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의 입증할 핵심 증거
특수 암호화 코드 사용
수사 비협조 해독 난항

"총을 쏴서라도 국회 문을 부수라”, "계엄 해제돼도 2번, 3번 계엄령 선포하면 된다", "문짝을 도끼로 부수고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 당시 휴대폰으로 군 관계자에게 전화해 구체적 위법 지시를 했다는 폭로가 연일 나오지만 윤 대통령 측은 전면 부인해 진실공방이 길어지고 있다. 해당 통화가 녹음된 음성으로 공개되면 윤 대통령 내란 혐의에 스모킹건이 될 수 있는데 수사 기관이 확보하지 못하는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2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3일 계엄 당시 윤 대통령은 개인 일반 휴대전화와 비화(秘話)폰 2대를 사용해 상황 전반을 지휘했다. 비화폰은 도·감청과 통화 녹음이 불가능한 휴대전화로 보안이 요구되는 상황에 주로 활용된다.
비화폰은 특별히 만들어진 폐쇄형 네트워크를 이용한다. 말을 하면 그 소리가 암호화된 코드로 바뀌어 전송된다. 일반 전화는 통화 내용이 전파를 통해 그대로 전달돼 도청 장치를 쓰면 가로챌 수 있지만 비화폰은 불가능한 이유다.
비화폰 송신자 측에서 말한 음성이 암호화되어 수신자 측에 전달되면 수신자는 송신자와 동일한 키(key)로 해독해 음성으로 복원한다. 통화가 끝난 직후 암호화에 쓰인 키 데이터가 자동 삭제돼 과거 통신 내역을 숨기는 기능도 있다. 사실상 사람의 기억 속에만 내용이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국내에선 2003년 팬텍에서 최초로 개발해 주목을 받았다. 당시 국정원은 합법적인 감청을 못 하게 하는 기술은 간첩이나 범죄자들이 악용할 수 있다며 반대해 팬텍이 부담을 느껴 상용화하지 못했다. 이후 2020년까지 비슷한 기능의 2G 폴더폰이 군에서 사용됐다가 삼성전자 갤럭시 S20을 개조한 비화폰이 군 주요 직위자 500여명에게 지급됐다.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은 지난달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윤 대통령이 비화폰으로 직접 전화해 ‘의결 정족수가 아직 다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고 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조지호 경찰청장은 계엄 당일 비화폰으로 윤 대통령과 6차례 통화했다.
한쪽 편이 비화 기능이 없는 휴대전화를 사용해도 보안이 가능한 '블랙폰'도 있다. 미국 암호화 커뮤니케이션 업체와 스페인 스마트폰 제작업체가 공동 개발했다. 일반 전화와의 데이터 송수신, 통화, 문자 전송 등이 서클 서버를 거쳐 암호화된다. 별도로 암호기를 보관하지 않기 때문에 사용자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비화폰은 인터넷이나 SNS 접속 등 외부 연결이 제한되며 원격으로 단말기의 통화 기록 등을 삭제할 수도 있다"며 "비화폰 애플리케이션 및 보안 소프트웨어는 방첩사령부가 관리하고 있다. 군에 남는 통신 기록은 국방부 서버에 보관되고 대통령실 비화폰 서버는 경호처에서 관리한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조지호 경찰청장의 비화폰을 압수했고 수도방위사령부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대통령경호처에 보관된 비화폰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도 시도했지만 경호처와의 대치 끝에 실패했다. 과거 군 내부 보안폰과 경찰 업무용폰 등을 포렌식 할 때 서버 관할 부서에 암호키를 협조 받는 식으로 진행했는데 수사기관의 요청에 불응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비화폰은 단말기 초기화 이후에 확보하면 기록을 밝히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서버를 확보하더라도 통화 일시와 길이 등을 알 수 있을 뿐 구체적인 통화 내용까지는 바로 확인할 수 없어 결국 최첨단 포렌식을 동원해야 한다. 경찰 등 수사기관이 비화폰 관련 데이터를 확보해 풀어내면 윤 대통령과 계엄 지휘부의 행위 과정에 진실을 밝히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