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발의 '무쟁점 법안' 12개 무산
R&D, 52시간 규제 예외 조항 이견
업계, 불황 속 "조속히 법안 처리해야"
재계, 1월 임시국회 소집 강력 요구

탄핵 정국의 여파로 '반도체 특별법'을 비롯한 주요 경제 법안들의 연내 국회 통과가 무산됐다. 재계는 내년 1월 임시국회를 열어 민생법안부터 우선 처리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31일 재계에 따르면 반도체 특별법은 소위원회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서 연내 처리에서 제외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지난 26일 소위원회를 열었으나 국민의힘 의원총회와 본회의 일정 등으로 심사를 완료하지 못한 채 산회했다. 반도체 산업의 부진과 글로벌 경쟁 심화 속에서도 법안 처리가 지연되자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 특별법은 반도체 기업에 조 단위의 직접 보조금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 대만, 일본 등 주요국이 반도체 시설투자에 정부 보조금을 제공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세액공제 혜택에만 의존하고 있다. 한국의 세액공제 수준은 일본의 10분의 1, 미국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조 단위 투자가 필요한 업계 특성상 세액공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지난해 영업손실로 세액공제 혜택조차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여야가 모두 발의하고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채택한 이 법안은 '무쟁점 법안'으로 분류됐지만 여당이 고소득 연구개발(R&D) 직군의 주 52시간 규제 예외 조항을 추가하면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처리 시기가 미뤄졌다.
업계는 반도체 R&D 인력의 집중근무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주 52시간 적용 예외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미국은 연장근로에 대해 당사자 합의와 초과수당 지급을 조건으로 초과근무를 허용하며 일본은 월 100시간 이상 근무 시 건강검진 조건만 추가될 뿐 근무 연장에 별다른 제한이 없다. 대만도 월 최대 54시간까지 연장근로를 허용하고 있다.
산자위는 해당 조항에 대한 논의를 다음 소위원회에서 이어가기로 했지만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일정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업계는 "대만 TSMC뿐만 아니라 중국 경쟁사들까지 한국 기업들을 추격하고 있다"며 "업계와 긴밀히 소통해 이견을 좁히고 조속히 법안을 처리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반도체 특별법 외에도 재계가 제안한 23개의 경제 입법 과제 중 여야가 발의한 12개의 무쟁점 법안 대부분이 올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인공지능(AI) 기본법만 26일 본회의를 통과했으며 △첨단 전략산업 기금법 △형법 개정안(국가 핵심기술 부정 유출 시 처벌 강화) △전력망 확충 특별법 △외국인 근로자 고용법 개정안 등은 모두 해를 넘기게 됐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달 초 긴급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반도체 특별법 등 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법안들이 연내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재계는 국회법상 1월 임시국회가 열리지 않는 시기임에도 미뤄진 법안 처리를 위해 임시국회를 소집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문태 대한상공회의소 산업정책팀장은 "여야가 발의한 이견 없는 법안들만이라도 연초에 우선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 "중국만 이기면 된다"는 트럼프의 '선택적 보호무역주의' 사용법
- 여야 법안 이견에 반도체업계 '글로벌 강국' 숙원 진통
- 中 반도체 반값 공세에 美 칼 빼 들었다···국내 업계 '반등 기회'
- 경제안보 강화에 55조 투입···정부, '공급망 다변화'에 사활
- [분석] 中 중저가 반도체 전략 해부···'트럼프의 벽' 뚫을 묘수 5가지
- 최상목과 탄핵 공방 대구대 교수, "현 사태 전두환·노태우 살려둔 데서 비롯"
- 챗GPT 능가한 中 딥시크···美 패권 넘어설지엔 의견 '분분'
- 첨단산업 전력망 수요 늘지만···확충 법안 여야 동상이몽
- 美, TSMC·삼성 中 수출에 '이중 잠금'···첨단 칩 유출 막는다
- 효성티앤씨, 반도체 소재 왕좌 노린다···특수가스로 글로벌 공략
- '지진 리스크' TSMC, 웨이퍼 6만장 손상 작년 비슷한 수준
- TSMC 인텔 파운드리 인수에 삼성전자 '만년 2위' 굳어지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