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중 정책, 수출통제·관세 압박 직면
화웨이·푸젠진화, 주요 기업 블랙리스트
반도체 자립 및 산업 경쟁력 강화 과제
"자립과 혁신 통해 지속 성장을 이룰 것"

트럼프 정권 2기 출범을 앞두고 중국 반도체 산업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의 강화된 제재에 대응해 중국은 기술 자립과 중저가 반도체의 시장점유율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3일 중국 수석경제학자 포럼 산업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2기 정권은 관세 인상과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반도체를 포함한 제조업 전반에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에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정책으로 인한 영향을 분석하고 반도체 산업의 자립과 발전을 가속하기 위한 대응 전략을 발표했다.
보고서는 트럼프 2기가 중국 반도체 산업에 미칠 주요 영향으로 수출 통제와 '엔티티 리스트(Entity List)'를 통한 고립 강화를 지목했다. 미국은 반도체 장비, 재료 가공, 전자통신, 정보보안 등 다양한 분야를 통제 대상으로 삼고 미국 기술을 활용해 생산된 외국산 제품까지 포함하는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을 적용해 관할권을 확대하고 있다.
수출 통제는 중국 반도체 산업에 심각한 타격을 줄 전망이다. '엔티티 리스트'는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이 지정한 수출 제한 목록으로, 목록에 오른 기업과 기관은 미국 기술, 소프트웨어, 장비 등을 수출 받기 위해 특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허가 신청은 '거부 추정' 원칙에 따라 기각되며 사실상 기술 및 장비 공급이 차단된다. 이는 중국 반도체 산업 성장을 억제하는 핵심 도구로 작용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첨단 공정과 최첨단 기술에 집중해 정밀 타격을 선호했다면 트럼프 2기는 레거시 공정까지 포함한 전방위적 제재를 도입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1기 집권 시기에는 푸젠진화(JHICC)와 화웨이 등 중국 주요 기업들이 엔티티 리스트에 포함돼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재집권 시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6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기존 관세율인 7.5~25%를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중국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중국은 반도체 자립과 자급자족을 목표로 다각적인 대응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는 2024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 매출이 6112억 달러로 예상되며 2025년에는 6874억 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은 이러한 성장세를 기반으로 레거시 공정 반도체 산업에서 강점을 발휘하며 미국의 제재에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
중국은 반도체 기기의 국제적 분류 기준에 따라 집적회로(IC), 개별 소자, 센서, 광전자 기기 등 각 분야에서 자급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2023년 중국의 집적회로 수입액은 약 3493억 달러로 전년 대비 16% 감소했으나 2024년 1~10월 기준 수출액은 약 1309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19.36% 증가했다. 이는 중국이 수입 의존도를 줄이며 자급 능력을 점차 강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글로벌 반도체 제조 장비 수요 증가로 중국이 직면한 과제도 명확해지고 있다. 2024년 글로벌 웨이퍼 가공 장비 매출은 980억 달러로 예상되며 2025년에는 1130억 달러로 14.7% 성장할 전망이다. 그러나 트럼프 2.0 정책으로 반도체 생산 장비에 대한 수출 통제가 강화되면 중국 웨이퍼 공장의 생산 일정과 장비 수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반도체 자립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초 연구 재정 및 세제 지원 확대 △우수 인재 양성과 유치 △과학기술 금융 체계 정비 △데이터 자원 확충 및 AI 응용 혁신 △외부 리스크에 대비한 조기 경고 시스템 구축 등 다섯 가지 과제를 논의 중이다.
중국은 반도체 자립을 위해 안정적인 연구개발 자금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보고서는 "미국이 화웨이와 ZTE를 엔티티 리스트에 포함하며 반도체 장비와 재료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만큼 중국이 기술 자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초 연구에 대한 재정적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분석했다. 이를 위해 중국은 연구개발 투자 확대를 목표로 세금 혜택과 보조금 정책을 도입하고 반도체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혁신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반도체는 지식 집약형 산업으로 우수 인재 확보가 경쟁력의 핵심이다. 중국은 반도체 설계, 장비, 재료 분야의 고급 인재를 육성하고 해외 전문 인력을 유치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자본 집약적 특성을 고려해 금융 지원 체계도 강화된다. 보고서는 독일과 한국 사례를 참고해 정책성 은행 설립과 벤처 캐피털 활성화를 통해 초기 자금 조달을 지원하고 반도체 산업 생태계 조성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데이터 자원은 반도체 산업 발전과 AI 기술 혁신의 핵심으로 평가된다. 중국은 공공 데이터 공유를 강화하고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 반도체와 AI의 융합을 촉진할 계획이다. 특히 민생 데이터를 우선으로 공개하고 대형 언어 모델 개발을 위한 자원을 지원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보고서는 중국이 첨단 공정 및 재료에서 높은 해외 의존도를 보이는 점을 지적하며 외부 리스크 감지 및 대응 시스템을 준비 중이다. 이를 통해 미국의 추가 제재에 대비하고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진병(陈兵) 광개 수석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2.0 시대는 중국 반도체 산업에 새로운 도전 과제를 안겨줄 것"이라며 "중국은 기술 자립과 글로벌 협력을 바탕으로 반도체 산업의 역량을 강화하고 국제 공급망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해 자립과 혁신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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